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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2/100대명산

비내리는 설악산

by 수레의산 2006. 9. 18.

산행일시 : 2006. 9. 16.
산행장소 : 설악산(1,707.9)

꿈에도 그리던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능선을 타기 위해 무려 두달전부터 계획을 잔뜩 세웠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대로 다른사람들의 설악산 산행기를 읽어보며 마음을 다졌다. 산행기에 나타난 설악산은 그 자체로 경외스러웠고 운해로 가득찬 공룡능선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마침내 9월15일 퇴근과 동시에 설악산행을 위한 준비는 시작되고 셋이서 함께모여 저녁식사를 마친후 출발.... 아싸~ 얼라리요? 대관령쯤 가는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이거 산에가기는 틀렸다고 떠들어도 나는 '혹시 내일은 비가 그칠지도 모른다' 며 안심을 시켰지만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동해고속도로로 접어들고 현남IC를 벗어나면서 비는 이제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쏟아지는게 아니라 들어 붓는다고 해야 할듯하다.  밤 9시면 도착할 거리를 10시가 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텔레비젼의 일기예보에서는 태풍소식이 오고 내일은 비가 10에서 60밀리가 올것이라는 예보가 이어졌다. 우리는 산에 가기는 애저녁에 틀렸다고 생각했다. 설악산은 운이 닿지 않는것 같다며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저녁에는 술이나 퍼 마시는것으로 의기투합했다. 가까운 횟집으로 직행하여 생선회와 술을 거나하게 먹어 버렸다. 숙소에 들어와서도 날씨와 운을 탓하며 마치 다음날이 오지 않을것처럼 또 마셔댔다.

 

아침 6시에 눈을 떠 보니 웬걸? 날씨는 산에 오를정도로 깨끗했다. 약간 구름은 있었지만 제법 산 정상도 깨끗하게 보였다. 계획했던 공룡능선은 몰라도 대청봉이라도 오르자고 부랴부랴 세수하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 오색 가는길에 식당에 들러서 아침을 먹는데 어제먹은 술이 아직도 깨지 않아 머리는 묵직하고 속은 쓰렸다. 홍합을 넣고 끓인 해장국이라는데 섭해장국이라고 하던가? 식당 입구에 선전은 거창한데 맛은 그냥 그랬다. 아니, 친구는 고추장을 풀어 고추장냄새만 난다고 했다. 그냥저냥, 대충대충 아침을 먹고 오색으로 출발하며 보니 지난 여름의 수해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수 있을 정도이다.

 

 

[숙소에서 바라본 날씨]

 

길이 여기저기 끊어져서 다시 복구한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그저 하천이 굽이치던 곳이면 어김없이 길이 끊어져 다시 복구하였고, 하천에는 산에서 굴러온 커다란 바위들이 뒤엉켜 있었다. 마침내 남설악 매표소에 와보니 주차장은 그 아래에 있었다. ㅇㅇ 호텔은 수해복구 공자중이라며 주차장을 못쓰게 막아 놓았다. 물론 수해복구로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놓는것도 좀 그랬다.  오히려 수해복구 중임에도 주차장을 개방했다면 그 호텔에 더 좋은 인상이 남지 않았을까? 주차장 입구에 ' 본 호텔은 지난 수해에 피해를 입어 복구공사중으로 호텔은 개장하지 못하나 주차장은 산행을 하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개방합니다' 라고 써 놓는다면 다음에 찾을때는 고마와서 꼭 그호텔을 이용할것 같은 기분인데...

 

매표소에 도착(10:26)
 - 매표소에 도착하니 새벽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몇사람이 보였다. 매표소에 대청봉까지 얼마나 걸리는가하고 문의하니 그분이 술에쩔은 우리 몰골을 보고 이야기 하는지는 몰라도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 다른분들 산행기에서 보았듯이 산행길은 처음부터 급경사로 시작되었다. 돌계단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기분상으로 80도가 될것 같았다. 어제먹은 술은 깨지 않고 끙끙대며 산에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역시 산에는 술을 먹고 오르면 않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친구녀석은 그나마도 자꾸 쳐지고..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아침에 먹은 섭해장국이 자꾸 목구멍으로 올라오면서 고추장냄새가 나서 죽을뻔 했단다. 한 20분정도 오른후 처음 휴식을 했다. 나도 웬만한 산은 힘들다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정말 힘들다. 벌써 내려오는 분들이 꽤 많이 보였다. 한참 오르는데 어떤 여성분들이 우리를 보고 ' 이제 초반인데 왜 그렇게 지쳐 보이세요' 라고 묻는다.  어떤 분들은 이곳만 지나면 좀 수월할꺼라고 힘내라고 하고, 또 어떤분들은 우리보고 지금 올라가면 밤에나 내려오겠다고 겁을 준다.

 

 

[남설악매표소의 안내판]

 

제1쉼터(11:29)
 - 산은 그렇게 빡씨게 올라오는 길은 제1쉼터에서 평탄해 졌다. 함께 사진을 찍고, 앞서가던분중 한분이 뒷쪽으로 갔다가 오더니 완전히 지뢰밭이라고 한다. 아마도 산에 오르는분들이 변을 많이 본 모양이다. 좀더 깊은곳에 가서 봤으면... 그곳을 지나면서 보니 먼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분들 몇분이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내생각에는 그 도토리 몇개 주워서 뭘 만들기 보다는 산에 있는 다람쥐나 들쥐같은것들이 먹에 내버려 두었으면 했다.

 

 

[제1쉼터- 저 소나무 뒤가 지뢰밭이라고 한다]

 

설악폭포(12:17)
 - 설악폭포는 생각보다는 웅장하지는 않았다. 그냥 계곡을 급하게 흐르는 물같았다. 일단 설악폭포에서 쉬어가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서로서로 자기 배낭에 있는것을 먹자고 난리다. 내 배낭에는 계란이 있었고, 다른 배낭에는 과일, 또다른 배낭에는 뭐가 있었더라? 좌우지간 포도, 사과, 계란등을 먹고 앉아 있으니 춥다. 다시 일어서서 출발... 어라? 그런데 오른쪽 무릎이 시큰하다. 어쭈? 이거 큰일이네....예전에 마라톤할때 장경인대마찰증후군이라나 뭐라나... 그것같기도 한데 살살 걸어본다. 처음부터 허리도 조금 아파서 조심하고 있는데 걱정이다.

 

 - 올라가는 길에 생각보다 연세가 많으신분들이 많이 내려온다. 그리고 스님(스님이라기 보다는 학승같다)들이 많이 내려온다. 멍한 머리에 한 스님에게 '위에 절이 있나요?' 하고 물으니 봉정암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 봉정암이 있었지.. 산행기에서 많이 보았기에 왜 내가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했다.  가많이 보니까 어제 백담사쪽에서 봉정암에 오르셨다가 그쪽길이 밤새내린 비에 끊어져 이쪽 오색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산길이 험악한데 내려오시는 모습이 더 위태롭다.

 

 - 친구는 이제 몸이 풀렸다고 하면서 잘 올라간다. 오히려 나는 계속해서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약간씩 아픈듯도 하고 무릎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괜히 걱정도 되고..실실 오르면서 흥얼흥얼 해보기도 하고 우리보다 더 못오르는 분들을 격려도 하면서 올라갔다. 산길옆에는 설악산임시복구 캠프가 있는데 아마도 수해가 많이 났기에 정비를 하는 텐트같았다. 그런 고생하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같은 사람들이 산을 오를수 있는게 아닌가!

 

 

 

 

 

대청봉정상(14:11)
 - 마침내 대청봉 정상이다. 그런데 정상에는 운무가 가득 차 있어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정상에는 약 10여명이 있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운무에다가 바람도 차갑고 엄청 추웠다. 주위의 조망도 보이지 않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막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급하게 사진만 찍고 바로 우비를 꺼내 입었다. 배도 고프니 우선 중청대피소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다시 내려갔다.

 

[대청봉정상1,708M]

 

중청대피소(14:31)
 -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제법 비가 많이 내렸다. 앞선사람들이 한쪽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우리도 햇반3개를 사고 물을 사서 한쪽에 앉아서 라면을 끓였다. 비는 내리고 날씨는 춥고... 참 정신없었다. 운도 없지.. 이렇게 힘들여서 올라온 설악산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라면이나 끓이고 있다니... 점심을 라면과 햇반으로 대충 때우고 나니 비는 그쳤다. 다시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을 출발했다.  우리가 대피소에 있는동안 몇몇 산행인들이 들어왔다가 나가곤 했다.

 

 

[중청대피소에서 라면끓이는 빵반장]

 

 

다시대청봉(15:41)
 - 대청봉에 다시 올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하산하는 길은 계속해서 비가 오락가락 했다. 우비를 입었다가 벗었다가를 몇차례 했는지도 모른다. 거의 뛰다시피 내려왔다. 비가 오기에 하산길은 미끄러워 몇번을 넘어질뻔 했다. 바위있는 곳은 조심조심... 비도 오고 차림도 그렇고 해서 사진도 못찍고 그냥,마냥 내려왔다.

 

하산완료(17:44)
 - 대청봉에서부터 2시간 걸려 내려왔다. 역시 뛰다시피 내려왔으니... 마지막 경사가 심한 돌계단길에서 왼쪽무릎에 소식이 왔다. 내 스스로 이런 무릎으로 어떻게 공룡능선을 탈 생각을 했는가 자책을 했는데, 나중에 내려온 친구들은 나보다 더 아팠다고 한다. 오늘 설악산 대청봉은 그저 힘들었고, 운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내려오는 길은 오락가락 하는 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음에 다시 오를때는 제발 날씨가 좋기를 바란다.

[나오면서 본 남설악매표소(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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