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수밭 - 모옌

문학과 지성사(2014), 옮긴이 심혜영

 

작가 모옌은1955년생이며 1986년 붉은 수수를 발간하였고, 이후에 연작으로 발표한 4 편을 붙여 '붉은 수수밭'을 발간하였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 책은 1편 붉은 수수, 2편 고량주, 3편 개의 길, 4편 수수 장례, 5편 기이한 죽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로도 발표되었고, 그이후 시리즈로도 발표되었다. 몇 년 전에 시리즈를 봤는데, 앞뒤가 왔다 갔다 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제 1 편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전에 보았던 영화생각도 났지만 끝없이 펼쳐진 수수밭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그런 장면은 안 보이는 것 같다. 이 책은 '오르한 파묵'의 책을 읽다가 문장이 복문으로 이루어져 짜증이 나던 참에 읽게 되어 문장이 쉽게 호흡이 빠르게 이어져 시원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자 시점이 손자인 작가시점인데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외증조부모와 할머니 주얼, 할아버지 위잔아오, 아버지, 작은 할머니 렌얼, 어머니 첸얼과 당시 마을 주민들, 토비, 국민당 군대, 공산당 군대, 일본 놈들과 얽히고설키면서 주민들이 학살되고, 부조리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당시 만 16 살이던 나의 할머니는 외증조 할아버지가 술에 쩔어살며 돈이 궁해서 가오미 둥베이 지방의 소문난 부자인 산팅슈의 외아들 산벤랑에게 팔려 시집을 가게 된다. 산벤랑은 문둥병 환자다.  그렇게 팔려가면서 가마를 타고 가는데 그 가마꾼 중 맨 앞에서 가마를 이끌고 가는 사람이 할아버지가 될 위잔아오다.  위잔아오는 일찍이 홀어머니와 살다가 홀어머니가 땡중과 붙어사는 것을 보고(그 어머니는 땡중에게 그 대가로 식량을 얻었다) 땡중을 죽여 버리고 도망 다니다 가마꾼으로 온 것이다.  할머니는 문둥병 환자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3일째 친정으로 재향을 간다. 가는 도중 수수밭에서 위잔아오에게 겁탈을 당하고(사실은 할머니도 위잔아오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친정집에 갔다가 죽기보다 싫은 시댁으로 온다. 할머니가 친정에 갔다고 오기 전에 위잔아오는 산팅슈와 산벤랑을 죽인다. 갑자기 빈 집에 들어오게 된 새댁은 충실한 노복 뤄한의 도움을 받아 고량주 제조사업에 힘쓰게 된다. 한편 위잔아오는 이리저리 떠돌다가 할머니 집에 술도가 일꾼으로 들어와 행패를 부리다가 술독에 오줌을 내 갈겼는데 그 술이 기가 막히게 되어 인근에 맛 좋은 술로 소문이 나서 사업이 번창하게 되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형식적으로는 할머니는 산벤랑의 아이를 낳았지만 실제로는 위잔아오의 아들인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위잔아오는 그 지역의 토비, 얼룩목을 죽이고, 할머니의 몸종이었던 렌얼과 작은 살림을 하고, 할머니와 사이가 틀어졌다가. 일본 놈들이 수수밭에 길을 내려고 사람을 징발하고, 노새를 징발하여 끌려갔던 뤄한 큰 할아버지는 껍질을 벗기는 처형을 받아 죽었다. 그 이후 국민당 군대의 군벌인 렁 지대장에게 속아 합동으로 일본군을 공경하기로 하였으나 배신을 당하고 마을의 군대 40명을 이끌고 싸웠으나 모두 전멸하고 이 전쟁에서 할머니가 일본군의 총에 맞아 운명한다.  이후부터 계속해서 일본군, 국민당 군대, 공산군 홍군간의 뺏고 뺏기는 전투를 벌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엄혹한 시기에 중국도 역시 일본군에 빌붙어 있는 괴뢰군(아마도 이건 망한 청나라 잔당들의 군대), 국민당 군대, 공산군 군대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자경단, 토비 등이 서로 얽혀 지들끼리 싸우느라 엉망진창이다. 그러니 왜놈들을 한 번에 깨뜨릴 수 있나?  

 

   손자인 '나'의 기억속에서 사건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정신이 좀 없다. 이젠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앞에 읽은 내용을 자꾸 잊는다. 그래서 메모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귀찮기도 하고... 에이

 뭐 그럴 수도 있는게 이 책이 처음 1편 쓰고, 2편 따로 쓰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 전개 자체가 과거를 회상하는 체계로 되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앞뒤로 왔다 갔다 할 수 밖에 없기는 하겠다. 

 

   얼핏보면 할아버지 위잔아오가 가장 영웅인 것 같기는 한데, 그 영웅은 죽지 않고 살아서 아무 힘도 없는 늙은이로 나온다. 오히려 30세 어간에 죽은 할머니가 더 영웅처럼 묘사된다. 영웅은 한창때 모습으로 기억되어야 하는데....

 

   다시 시리즈를 보려고 하니 웨이브에 있다는데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고... 그건 아들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아들은 미국에 있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