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2006, 이난아 옮김
일단 어렵다.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이게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라고 중얼거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 자체가 은유적이면서도 암유적인 문체로 독자들에게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뭔가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헷갈린다.
책은 '오스만' 이라는 필자가 어느 날 '새로운 인생'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읽으면서 자신의 인생이 확 바뀐다는 것인데, 그 책은 '자난'이라는 예쁜 여학생이 들고 있던 책을 보고, 중고서점에서 구한 것이다. 자난은 그의 남자친구 메흐메트도 그 책을 읽었다고 한다. 오스만은 자난과 메흐메트에게 그 책에 대해서 묻지만 메흐메트는 그 책의 새로운 세상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으며 그 책을 읽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자난과 메흐메트는 사라진다. 그래서 오스만은 책에서 본 새로운 인생을 찾고자 버스 여행을 시작한다.
버스 여행을 하다가 도중에 사고난 버스를 만났는데 그 버스 사고로 메흐메트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다가 오스만이 탄 버스가 또 사고가 났고, 우연히 자난을 만난다. 둘은 계속해서 버스여행을 한다. 이들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은 사고가 나면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다가 둘이 탄 버스가 다른 버스와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또 발생한다. 오스만과 자난은 다치지 않았는데 상대 버스에 가보니 젊은 여성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와주지만 그녀는 자기는 곧 죽을 거라면서 자신도 그 책을 읽었고, 자기의 남자친구도 책을 읽었는데, 남자친구는 그곳을 가고 싶어 했고, 그곳에는 그 책을 극렬 저지하려는 나린박사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녀들은 그 나린박사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자기들은 목숨이 다 했으니 오스만에게 대신 대리점주로 변장하고 나린박사를 만나라고 한다.
오스만과 자난은 부부로 위장하고 죽은 사람의 신분증으로 나린 박사를 만난다. 그런데 나린박사는 사실 메흐메트(여기서는 나히트라고 칭한다. )의 아버지다. 나린박사는 그 책이 터키의 전통을 무너뜨리는 사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그 책에 빠진 자기의 아들 메흐메트를 감시하도록 미행조를 붙였다. 나린박사는 오스만에게 권총을 주고,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죽이도록 부탁한다. 그래서 오스만은 나린박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메흐메트를 추적하다가 결국 비란바 마을에서 책을 베껴 밥 벌이를 하고 있는(여기에서는 오스만으로 불린다) 메흐메트-나히트- 오스만을 권총으로 사살한다. 그 이후 오스만은 다시 평범한 삶을 살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 책은 단지 이웃 아저씨가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라는 좋은 뜻으로 쓴 책이었다고.
아! 힘들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그 책은 오스만제국-터키로 이어지는 전통적 사상보다는 새로운 서구 사상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스만도, 메흐메트도, 자난도 그 새로운 사상을 찾고자 이리저리 다니지 않았을까? 버스 여행은 그렇게 새로운 사상을 찾아다닌 그 사회 문물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버스사고는 어떤 사회에서 사상의 큰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그 사회 구성원의 생각이 확실하게 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철학사상도, 문예사조도 다 같지 않은가? 물론 우리 대한민국은 뒤늦은 서구화로 많은 사상들이 거의 동시에 들어왔지만, 그건 아마도 튀르키예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각 사상 간에 격렬한 논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나린박사라는 사람은 실제 박사는 아니라고 한다. 그저 만물박사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아들이 서양의 사조에 빠져 집을 나갔고, 새로운 사상의 전파에 힘쓰는 것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저 전통주의 사상에 매몰되어 물리적으로 제거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해방이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자유주의) 간 치열한 전쟁과 같이... 그런 와중에 멀쩡한 사람들이 멀쩡한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고 서로 죽고 죽이고 했었지 않은가?
새로운 인생에서 자주 등장하는 '천사'는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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