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옮긴이 이난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서 참고 읽는데 도저히 더는 못 읽겠다. 내가 능력이 모자라서 그렇겠지만 읽으면서도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원래 튀르키예 사람들의 문장이 그런지, 아니면 옮긴이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장이 끊어지지 않고 복문으로 계속 이어져, 읽다 보면 주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검은 책 1권 24쪽을 보자
'제랄이 갈립에게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설명해 주었던 것처럼, 사탕업자 하즈 베킬의 가게나 로쿰과 경쟁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가 만든 모과 잼, 무화과 잼, 버찌 잼을 병에 담아 선반에 진열하여 팔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중에는 제과점이 되었다가 더 나중에는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던 시르케지에 있는 사탕 가게와 카라쾨이에 있는 '하얀 약국'에서 온 아버지와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당시 서른 살이 되지 않았던 멜리흐 백부도 변호사 업무보다는 싸움을 많이 하고 오래된 재판 서류에 연필로 배나 한적한 섬 그림을 그렸던 사무실에서 저녁 무렵 나와, 니샨타쉬에 있는 아파트 건축 현장으로 가서 재킷과 넥타이를 벗은 채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 종료 시간 무렵 나태해지는 인부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주어는 무엇이고, 무엇이 목적어인지? 뭘 이리도 길게 늘여 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원고지를 채우기 위해 늘여 썼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머리가 비상해서 저런 글도 잘 읽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내 짧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웬만하면 끝까지 읽고자 노력하는 편인데(좀 이해가 덜 되더라도) 이 책은 도저히 계속해서 읽을 수가 없다. 읽으면서도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 그러니까 졸리기까지 하다. 결국 도중에 책을 덮어 버렸다.
그래도 읽은 부분을 말하자면 일단 갈립과 뤼야(갈립의 사촌 동생이다)는 부부다. 그런데 뤼야가 어느 날 종이에 딱 열아홉 단어를 적어놓고 집을 나갔다. 갈립은 뤼야가 그의 사촌형 제랄(뤼야의 배 다른 오빠)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이들을 찾는 이야기다. (제랄의 아버지 멜리흐 백부는 제랄이 어렸을 적에 프랑스와 아프리카로 갔다가 거기에서 뤼야의 엄마인 수잔을 만나 재혼해서 뤼야를 낳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 제랄은 이미 이십 대 초중반이었다. )
갈립은 뤼야를 찾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사연을 읊어대는데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오르한 파묵의 책이 다 비슷하다. 단어와 문장의 끝없는 나열,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뭐 그런 종류?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받기는 참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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