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2008 민음사)
오르한 파묵은 2006년 터키인으로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김어준 뉴스공장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해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시리즈로 소개하는데 터키 작가의 이야기가 있어 2024. 12. 1일 충주시립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하여 읽게 되었다.
그런데...
2024. 12. 3일 미친 도라이 대통이던 윤석열이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포고령 제1조에 국회. 지방의회 등 모든 정치활동과 정당활동을 금한다고 한다. 계엄은 선포하고 즉시 국회로 통고하고,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요구하면 해제해야 하는데 국회를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막으려고 했다. 다행히 시민들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여 계엄군을 막고, 담을 넘어 들어가서 계엄해제 결의를 하였다. 마치 전쟁 같은 나날들.... 그래서 쏟아지는 뉴스, 내란 획책의 실상으로 도저히 책을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함께 빌려온 순수박물관 1.2권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반납하게 생겼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부유한 대가족 속에서 성장했다. 그는 화가 나 건축가가 되고자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던 중 23세에 소설가가 되고자 대학을 자퇴하고 아파트에 틀어박혀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스탄불은 우리가 다 알다시피 324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1세가 동로마 제국의 수도로 삼았고, 그 이후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에 의해 함락되고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뉘예로 되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시 독일, 오스트리아 쪽에 합세하였으나 패전하여 1918년 멸망하였다. 그 이후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수도가 앙카라로 옮겨졌고, 1930년 이스탄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개칭되었다. 1600년 동안 대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은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옛 영화를 뒤로하고 폐허로 변해간다. 이런 대 제국의 수도가 망해가는 모습이 작가에게는, 튀르키예 인들에게는 아주 비참? 비애? 절망? 슬픔? 뭐 그런 감정이었나 보다. 이는 우리나라 서울이 조선이 세도정치에 휘둘리며 약해지다가 결국 왜놈들에게 먹히면서 망해가는 모습을 구한말에 보는 조선사람 또는 구한말 우리 조상들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나도 지금 예전의 서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거기에다 12.3 불법계엄이 발포되었을 때 그 계엄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발전 상황이 필리핀의 옛 모습처럼 그렇게 형편없이 망해갔을 것처럼 생각이 되어 마음이 매우 아팠다. 더우기 2024년은 우리나라 자랑스러운 작가 '한강' 님께서 5.18 광주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쓰신 '소년이 온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인데, 바로 그해에 불법계엄을 발표했었다.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까?
이 책은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자서전적 회상록으로 그가 아주 어렸을 적 이야기뿐 아니라 17세기말부터 18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야흐야 케말, 레샤트 에크렘 코추, 아흐메트 함디 탄프나르, 압둘학 쉬나쉬 히사르, 아흐메트 라심과 프랑스 여행 작가 겸 기자 네르발과 테오필 고티에 등이 서술한 이스탄불의 모습까지 묘사해 오스만 제국 말기부터 패망한 시기까지 점점 스러져가는 도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이스탄불 시민들의 마음, 동양과 서양의 접경지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서구화되고자 하는 마음과 이스탄불 고유의 모습을 지키려는 모습들이 함께 병존한다.
궁금한 것이 작가가 1952년 생이니까 나보다 여덟 살이 많은데, 책에 서술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70년대보다 이스탄불이 우리나라 서울보다 훨씬 더 발전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내가 2019년에 이스탄불에 갔을 때 서울보다 더 발전되지 않은 것 같고 지금도 튀르키예 하면 대한민국보다 더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그 나라 역시 잦은 쿠데타로 인해 발전이 뒷걸음친 것이었다. (군부가 쿠데타를 벌여서 선거로 집권한 정부를 뒤엎고 대통령과 총리를 몰아내는 일이 자주 벌어졌는데, 1960년을 시작으로 1971년, 1980년, 1998년, 2016년까지 10여 년을 주기로 정권에 대한 쿠데타가 반복되면서... - 나무위키)
그러니 만약 -물론 지금도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윤석열 이 미친 인간이 벌인 내란이 성공했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수십 년간 발전이 퇴보하고 국민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점점 더 성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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