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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고요한 집 - 오르한 파묵

by 수레의산 2024. 12. 31.

(2011 민음사, 옮긴이 이난아)

  이 소설은 오르한 파묵의 두 번째 소설이며, 소설 속의 다섯 명이 각자의 시점으로 서술한다. 대개의 소설이 1인칭 시점이거나 3인칭 시점인데 비하여 좀 특이한 구성이다.  주요 인물은 모두 여섯 명, 아니 일곱 명이 나오지만 그중 한 명은 죽은 사람(셀라하틴)이고, 또 한 명(닐귄)은 살아 있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죽기 때문에 서술자로 안 나오는 것일까?

 

 (주요 등장 인물 가계도)

                                                   

레젭,이스마일은 셀라하틴의 사생아

 

   ● 셀라하틴- 이스탄불에서 의사로 있었으나 진보적인 인사로 분류되어  이스탄불에서 쫓겨나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주하여 생활하며 백과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결국 발행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는 과거 오스만제국이 20세기 초에 유럽 연합국에 패배하면서 망하자 당시 터키의 지식인들처럼 동양의 모든 미덕은 부정하는 맹목적인 서양 추종자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평등과 무신론을 제기한다. 결국 의사로 생활력을 상실하여 파트마의 보석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알코올 중독자의 삶을 살다 간다. (1881-1942)

 

  ● 파트마 - 소설속 현재 90 노파다. 그녀의 회상으로 남편 셀라하틴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펼쳐진다. 그녀는 대부분 현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만 남편이 하녀와 사이에 만든 사생아 레젭과 이스마일을 어렸을 적에 두들겨 패서 결국은 레집이 난쟁이가 되고, 이스마일은 다리가 부러져 평생 절름발이로 만든다. 그러면서도 나중에는 레젭의 시중을 받는다. 90이 넘은 노파는 산 송장 같은 생활을 하면서 소설 마지막에 삶을 깨닫기를, 삶은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으며 다시 돌아가서 고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 도안, 귈 - 도안은 군수직을 지냈으나 성격은 참 착한 사람이다. 그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52세에 죽는다. 그의 아내 귈은 허약한 여자였다.

 

  ● 파룩- 이스탄불에서 대학 교수를 하는 역사학자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수집한다는데, 오스만 제국당시 거의 가십거리정도 되는 사건을 수집한다. 그 할아버지 셀라하틴처럼 거의 알코올 중독자이며 뚱뚱하다. 현실에 관심이 없는 이상한 사람?

 

  ● 닐귄 - 20대 초반의 똑똑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처녀다. 그녀는 공산주의에 심취해 있으나 실질적인 공산주의 활동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매일 공산진영에서 발간하는 신문을 사서 읽은 것 밖에 없으나 그녀를 짝사랑하는 하산에게 폭행을 당해 뇌출혈로 사망한다.

 

● 메틴 - 18살 고등학생으로 상당히 머리가 좋고 미국으로 이민 가서 성공하겠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방학 때 할머니집에 와서 또래의 부잣집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부잣집 아이들에 대한 열등감과 제일란이라는 여자애를 좋아하면서 멍청한 짓도 한다. 

 

● 레젭 - 셀라하틴의 사생아로 어렷을 적에 파트마의 폭력으로 난쟁이가 되었으나 그 집에서 집사 겸 식모일을 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 중에 가장 인간답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파트마의 짜증 섞인 잔소리에도 항상 정중하게 대한다.

 

● 이스마일 - 레젭의 동생, 하산의 아버지이며 복권을 팔아 생활한다.

 

● 하산 - 이사람이 가장 문제인 것 같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고 민족주의자들의 똘마니 역할을 한다. 뭐 대단하게 그들에게 따지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거린다. 그러다가 어렸을 적에 함께 놀던 닐귄을 좋아했지만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증오심을 갖게 되어 민족주의자들에게 그녀가 공산주의자라고 고해바친다. 그러면서도 닐귄을 스토킹 하기도 하다가 갑자기 닐귄을 길거리에서 두들겨 패서 결국 그녀가 뇌진탕을 일으켜 죽게 한다. 그는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겁이 나서 도망간다. 

 

  이 소설의 1980년 7월  90노인 파트마의 손자들, 파룩, 닐귄, 메틴이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이스탄불에서 50킬로 미터 떨어진 젠네트히사르라는 곳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부유한 10대들의 반항, 그리고 방종이 우리나라 80-90년대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진다. 부모의 집에서 방탕하게 놀거나 자동차를 타고 음주운전, 과속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 공산주의자와 민족주의자들 간 대결, 서양 것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자기들의 전통적인 것은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모습 역시 추하다. 그저 오래된 집에서 그냥 살기를 바라는 90 노인과 그 집을 헐고 아파트를 지어서 돈을 만들어 미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10대와의 대결도 그려진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로부터 두 달 후, 터키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군부 정권이 들어서고, 그 전까지 각종 정파로 나뉘어 갈등하던 세력들은 모두 처단된다. 이 소설은 쿠데타가 일어나기 직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다섯 명의 화자를 통해 폭발 직전처럼 아슬아슬하던 당시 상황을 담아내고 있다. - 책 소개에서 』

쿠데타가 일어나기 직전이라는 상황이 2024년 12월 3일 우리나라 친위 쿠데타 시도와 겹쳐저 기분이 착잡하다. 또 그저께 (12. 29일 ) 전남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사고가 발생하여 승객 175명이 희생되어 이래저래 슬픔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