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하일지 씨가 2009년도에 발표한 소설이다. 원래 우주피스 공화국이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있는 지역인데 이곳에 2차 대전 전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체포하고 구금한 후 강제 수용소에 수용하고 집단 살해하여 빈 마을이 되었다고. 그 이후 예술가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이 비참한 마을을 살리고자 매년 만우절을 기하여 '우주피스 공화국'으로 선포한다고 한다. 이 공화국에는 대통령도 있고 내각도 있다고... 나도 발트 3국 여행할 때 잠깐 들러봤던 기억이 있다.
소설에서 주인공 '할'은 우주피스 공화국의 주한 대사의 아들이다. 우주피스 공화국은 한 때 잘 나가던 국가였으며 한과 국교를 이루었으나 어떤 연유에서 멸망했다. 할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유골과 유품을 들고 우주피스 공화국을 찾으러 리투아니아로 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 내려 버스타고 잠깐이면 도착할 줄 알았으나 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도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리투아니아에서는 우주피스 공화국은 허구인데, 할은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할이 아버지의 기억,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나라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주피스 공화국을 모르거나 애써 감추려고 든다. 할이 리투아니아 우주피스 지역에서 자신의 고국, 아버지의 고국을 찾기 위해 보낸 시간은 채 1주일이 되지 않는다. 그 기간 동안 몽환적인 소설 배경이 펼쳐진다. 첫날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막바지에 이를 때는 거의 폭설이 내린다. 그런 배경으로 할은 젊은 시절의 자기 자신, 그리고 늙은 후의 자신의 아내를 번갈아가며 만난다.
뭔가 심오한 이야기가 전개되기는 하는데,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소설 맨 뒤의 '작품해설' 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이야기로 해설을 해 놓았는데 좀 어렵다. 우리 한민족의 얼을 찾아가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고, 일제 치하를 애써 없던 일로 치부하는 듯한 '샤트놉스키'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헛된 꿈을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빌마'도 있고, 현재와 과거, 미래의 아내인 '요르기타'도 있다. 과거의 시간에 잡혀 산다는 상징으로 시계를 짊어진 사람이 등장하는가 하면, 말없이 눈 오는 길에 서 있는 시인 '우르보나스' 는 죽어서도 사라지지 못하고 길에 우두커니 서있다.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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