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이레 2008, 김석희 옮김)
키란 데사이는 이 작품으로 2006년도 부커상을 수상했다. 인도 소설은 극심한 빈부 격차, 부패한 경찰, 행정부 공무원들의 문제 등을 다룬 소설이 좀 있는 것 같다. 이 소설도 비슷한데, 대신 배경되는 지역이 칼림퐁이라고 에베레스트, 칸첸중가가 있는 곳으로 배경 설명이 아름답게 된 것도 있다.
'서울책보고'라는 서울의 중고서점에서 헌 책을 구입하여 읽었다. 거의 600쪽 되는 책인데 한 권으로 되어 있어 읽기가 매우 불편했다. 소설은 '사이'라는 16세 소녀, 영국의 인도 지배 시 판사생활을 했던 퇴직판사인 제무바이, 그 집의 요리사(이름도 없다), 사이의 초기 가정교사 '노니', 그녀의 언니 '롤라' 후기의 가정교사이자 애인인 '지안' 요리사의 아들 '비주', 퇴직판사의 개 '뮤트' 등등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여기에서 요리사와 그의 아들 비주, 그리고 가정교사 지안은 아주 가난한 사람에 속하고, 그 외는 모두 부유한 사람들이다. 특히 롤라와 노니는 뷰유한 상속자(롤라의 남편이 아마도 영국 사람이었던 것 같다) 상실의 상속은 물질적인 상실도 있고, 정신적인 상실도 있는 듯하다.
인도는 영국에 무려 200년 동안 식민지배를 받았다. 그러면서 영국은 인도인으로 구성된 행정관료들을 양성했다. 그때 제무바이는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 유학한 후 판사가 되었었다. 우리나라로 보면 일제 강점기에 판사노릇을 했던 사람인데...
지금도 그렇겠지만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실상을 모른다. 아니 보려고도 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이 감히 자신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불편해한다. 1980년 중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퇴직판사는 그저 집에 처박혀 살면서 값싼 급료를 지불하며 요리사를 고용한다. 롤라와 노니 자매는 엄청난 저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자신들만의 생활을 한다. 사이 역시 외할아버지 댁에 거주하면서 안온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사이는 그나마 측은지심이 있는 그저 순진한 소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정교사인 지안과 사랑을 느끼고, 지안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 1980년대 인도 칼림퐁 지역에서 고르카 민족해방운동이 벌어지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지안은 GNLF에 합류해서 운동을 하면서 자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지안과 멀어지고, 그런 지안을 바라보며 혼란을 느낀 사이, GNLF들에 의해 자기 집 울타리를 빼앗긴 롤라 자매의 상실, 그리고 미국으로 불법 취업을 나간 비주는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인도로 돌아오다가 가진 재산을 모두 불량배들에게 빼앗긴다. 요리사는 판사의 개 뮤트를 찾지 못한다고 판사에게 두들겨 맞은 다음날 아침 드디어 알거지가 되어 돌아온 아들 비주와 만난다.
한편 사이의 할머니는 '간디'를 보러 갔다는 이유로 제무바이에게 폭행을 당한 후 친정으로 쫓겨나서 언니에게 얹혀살다가 죽었고, 그 딸(사이의 엄마)을 보육원에 맡겼었다. 사이의 엄마는 보육원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해서 사이를 낳아서 수녀원에 맡겼놓고 영국에 갔다가 사고로 부부가 죽고, 외할아버지인 제무바이에게 얹혀살게 되었다. 즉 그녀의 할머니는 남편을 상실하였고, 삶을 상실하였고, 인생의 행복을 상실하였다. 사이의 엄마는 엄마를 상실하였고, 사고로 남편과 삶을 상실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안을 상실하고, 사랑을 상실하고..... 결국 상실이 상속되었다...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부의 상속, 가난의 상속, 자아의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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