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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20세기 한국소설 - 염상섭

by 수레의산 2024. 3. 10.

1. 전화 (조선문단 1925)

    전화를 가설하고 벌어지는 에피소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화를 놓을 때 보증금도 있고 꽤나 비쌌으니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는 더했겠다. 300원 빚내서 놓은 전화를 싼 값에 빼앗을 요량으로 작부와  짝짜꿍이 되어 동료를 위기에 빠뜨리는 김주사. 정신 못 차리고 이들에게 놀아나는 나 이주사. 결국 그들은 이주사의 전화를 500원에 빼앗았다. 그러나 그 아버지로부터 700원의 영수증을 보내라는 말을 듣게 되고 속았음을 알게 된다. 

 

    그래도 멍청한 이주사는 그 돈을 되찾을 생각을 못하는데 아내의 기지로 나머지 200원을 되찾게 된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고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순 허깨비다.

 

2. 만세 전(萬歲 前)

    3.1운동 전 조선의 암담한 현실을 이야기했다는데 정작 자신(이인화)은 현실에도 회피하거나 애써 눈길을 피한다. 헐벗고 굶주리는 동족을 보살피지도 않고, 그렇다고 독립운동에 나서지도 않고 민족 개화운동에도 나서지 않는다. 그저 조상이 물려준 부로 편히 일본에 유학하며 거의 일본인인 것처럼 생활한다.

 

    그러다가 그 아내(아내와는 정이 없다. 저 13살, 아내 15살에 혼인하여 저 15살에 일본으로 유학 왔다)의 병환이 깊어져 오늘, 내일 한다는 소식에 귀국길에 들었는데 시모노세키에 도착했을 때, 일본 형사의 미행과 취조를 당하면서 자기도 별수 없는 조선사람임을 자각하게 되면서 조선인들의 삶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비참한 삶은 오직 조선의 양반들과 왜놈들의 핍박에 의한 것임에도 그저 조선인이 게으르고 술만 처 마셔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등 이기적이고 방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인화는 조선의 큰 부자는 아니고, 크게 권력이 있는 집안도 아닌 것 같다. 그저 중간정도 되는 집안인데, 아마도 그때 대부분의 잘 사는 인간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때 제대로 된 민족주의자들, 독립운동가 집안들은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대부분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거나 가산을 팔아 만주, 연해주 등으로 이주를 하며 독립운동에 매진하지 않았는가?

 

    요즘들어 나라가 이상한 놈들이 집권하더니 별 거지 같은 친일파들이 마구 나선다. 허참  미친놈들!

 

3. 양과자 갑

    보배아버지는 일제시대에 미국에 유학까지 다녀온 나름의 인텔리다. 그러나 해방 이후 미군이 득세하였지만 자신의 학문은 통역이나 미군에게 아부를 떨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며 자존심을 지키는 시간 강사다. 보배는 여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다. 보배 어머니는 전업주부인데 왜놈들이 갖고 있던 커다란 집(아마도 호텔이나 상점이었던)의 뒷방에 세를 들어 살면서 혹여 집주인이 집을 나가라고 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집주인은 양공주인데 그녀들도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이 양공주들은 미군을 꼬셔서 적산가옥을 불하받았다. 미군들도 사적으로 친한 여자에게 적산가옥을 마구 불하해주고 있다. 이 양공주가 미군이 써준 적산불하 증명서를 번역해 달라고 하자 보배 아버지는 그런일을 할 수 없다고 하고, 보배가 그냥 번역을 해 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양공주 딸이 편지 번역을 부탁해서 보배가 번역해 주었는데, 그 내용이 " 당신이 필요하다는 가구들을 보내니 잘 쓰시고, 더 필요한 것 있으면 더 이야기를 하라고 하며 내일 만납시다"라는 것이다.  그 양공주는 편지를 번역해 주어서 고맙다고 양과자를 가져온다. 이를 본 보배 아버지가 양공주의 그 더러운 과자를 왜 받았느냐고 집어던진다.

 

    예나 지금이나 약삭빠른 놈들은 제 잇속도 잘 차린다. 그러나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사람들은 매일 빈손이다. 은근히 화난다. 

 

4. 두 파산( 두 破産)

    빚에 허덕이는 소상공인.... 은 개뿔. 학교 앞 잡화점 주인 정례네 집. 그리고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한 때는 사회정의를 이야기하던 옥임이는 도지사의 후처로 들어갔다가 그가 병이 들어 오늘내일하는 중 반민특위에 걸리면 재산을 모두 빼앗기게 생겼기에 고리대금업에 손을 댄다. 옥임이는 어려운 동창 정례 모친과 문구점 동업을 하면서 자신이 투자산 10원의 두 배인 20원을 손 하나 까딱 않고 벌었으면서도 동창의 빚을 독촉한다. 또 왜정 때 국민학교 교장씩이나 했던 인간이 있는데 이도 사채를 놓고 정례네를 수탈한다. 몫이 좋은 문구점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되고 매일매일 빚독촉을 하여 결국 정례네가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집을 팔아 마련한 문구점을 팔아버린다. 판심 하고 남은 돈은 없다. 정례 아버지는 정신 못 차리고 정치인의 무슨무슨 부장 등 직함만 갖고 있다.

 

    그는 아내 정례 모친에게 옥임이 자동차 사업을 하려 하는데 시원찮은 자동차로 사기 쳐서 돈을 빼앗아 오겠다고 큰소리친다. 정례 모친은 아무 소리도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