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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20세기 한국소설(신채호,이광수,현상윤,양건식,나혜석,김동인)

by 수레의산 2024. 3. 6.

1. 용과 용의 대격전 - 신채호

 

(20세기 한국소설)

    20세기 초반의 어수선한 세태를 반어법으로 조롱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민중을 탄압하는 미리(용),  인간들의 원망을 들은 상제는 그 미리를 문책하기는커녕 오히려 승진시킨다. 공자. 맹자의 한심한 소리, 석가 예수까지 모두가 다 가진 자의 편. 마침내 분노한 민중이 드래곤을 앞세워 예수를 죽이고 지상을 탄압하는 천상과 결별하며 지국(地國)을 세운다. 

 

    이제 천상에는 지국에서 생산된 식료품이 올라오지 않자 굶어죽게 생겼다.  급해진 천상제는 지국에 식량을 요청하지만 욕이나 한껏 얻어먹는다. 그래서 직접 밖으로 나오다가 강풍에 맞아 날아간다.  날아간 천상제를 찾으러 충직한 천사가  다니지만 민중들에게 귀따대기만 맞는다.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신채호 선생께서 이런 소설을 썼을까? 1928년에 썼다고 하니....

 

 

2. 어린 벗에게 - 이광수

    주인공(임보형)이 어린 친구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으로 쓴 단편소설이다. 이광수가 글을 잘 쓰기는 했는가 보다. 편지의 내용은 상해에서 아팠고, 다른 친구에게 알리기가 미안해서 혼자 견디다가 거의 까무러치기까지 했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떠보니 청인과 소년이 자신을 돌보고 있었다. 그들 덕분에 건강을 회복하여 자신이 아팠을 때 자신을 돌봐준 여인과 소년이 너무 고마워서 찾으러 다녔으나 찾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서랍에서 그 청인 여인이 자신이 대학교 다닐 때 알던 벗의 여동생 김일련이었다.  그 여성을 흠모하여 사랑하고, 사랑을 받아주기를 바랐으나 기혼자의 사랑을 받아 줄 수 없다는 말에 실망했다가 바로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던 사이란다. 건강을 회복한 임보형이 미국을 가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행 배를 탔다가 난파를 당했는데 거기에서 또 김일련을 극적으로 만나서 사랑을 확인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한 남성이 여성을 사랑하는데 뭔 이야기가 그리도 길게 늘여 쓰는지, 한자도 많고... 꼭 기미독립선언문에 나온 것 처럼 잔뜩 미사여구를 늘어놓았다. 내용의 큰 줄기는 사랑이 최고라는 이야기인가?  그때는 그렇게 쓰는 것이 정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재미있지만은 못하다고 생각한다.  총 네 번의 편지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청춘』 1917.7~11에 걸쳐 쓰였다.

 

(중략) 이제 김양과 나와 서로 대좌(對坐)하였으나 양개(兩個)의 영혼이 제 맘대로 고동하나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미묘한 줄이 만인의 맘과 맘에 왕래하니 이 줄이 명일에 갑과 을과를 어떠한 관계로 맺어놓고 병정(丙丁)과 무기(戊己)와를 어떠한 관계로 맺어놓으리까. 나는 모르나이다. 모르나이다. 김양과 내가 장차 어떠한 관계로 웃을는지 울는지도 나는 모르나이다. 모르나이다. (생략)  이런 식이다. 

 

3. 無明 - 이광수

    감옥의 감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감옥에서 병든 사람들이 기거하는 감옥의 병실인데 여기에서 필자는 진씨이고, 감방에는 늙은 민 씨, 협잡꾼 윤 씨, 방화범 정 씨, 경제사범 강 씨, 방화범으로 간호부 1.2가 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지 못하고 서로를 괴롭히려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곧 제목처럼 무아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자아가 있다고 집착하는 무지의 상태를 겪는다. 

 

    늙은 민씨는 설사병으로 점점 말라가다가 독방으로 옮겼다가 죽기 직전에 보석되지만 곧 죽는다. 이를 윤 씨는 저도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계속 말로 괴롭힌다. 정 씨는 방화범으로 들어왔는데 간호부에게 알랑방귀를 떨어서 약을 좀 더 받기도 한다. 그는 속이 썩어서 좋지 않음에도 마구 먹어대고 윤 씨와 계속 싸운다.  나중에 들어온 강 씨는 경제범인데 그는 자신이 지은 죄를 그대로 받는다며 1심을 인정한다. 

 

    한편 윤씨는 다른 사람의 피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기침을 해대면서 식기를 닦거나 가래침을 아무 곳에나 뱉어 버린다. 그리고 잠을 잘 때는 코를 엄청 골아댄다. 꼭 남을 괴롭히기 위해 사는 것처럼 행동한다. 결국 윤도 나중에 객담에 어떠한 병균이 검출되어 독방에 갔다가 죽게 된다. 이에 비해 필자 진 씨는 혼자만 깨끗한 자세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앞에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 하지는 않고 뒤에 앉아서 점잖만 빼고 있다. 꼭 이광수를 닮았다. 

 

4. 핍박 - 현상윤 (청춘 1917.6)

    일제때 무위도식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스스로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소리를 들으며 괴로워한다.

 

5. 슬픈 모순 - 양건식(반도시론 1918.2)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무것도 못하는 지식인의 비애를 다룬 듯하다.  주인공은 밥도 먹기 싫고 일도 하기 싫다. 그래서 밖으로 나오니 어디 갈 곳도 딱히 없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헤맨다. 친구를 만나려고 했다가 또 친구를 만나면 무엇하나 해서 또 다른 곳으로 돌아다닌다. 답답한 현실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슬픈 비애.

 

6. 경희 - 나혜석 (여자계 1918.3)

    개화한 여성이 겪는 자아와 사회 구습간의 혼란, 아니 19세의 일본에서 유학 중인 딸에게 공부 그만하고 시집이나 가서 편히 아이나 키우며 살라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이는 작가 자신을 이야기하듯 하다.

 

    "아무일 없이 먹고만 살다 죽으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금수이지요. 보리밥이라도 제 노력으로 제 밥을 제가 먹는 것이 사람인 줄 압니다. 조상이 벌어놓은 밥 그것을 그대로 받은 남편의 그 밥을 또 그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은 우리 집 개나 일반이지요."

 

7. 배따라기 - 김동인(창조 9호 1948)

    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시에 곧잘 출제되던 단편이다.  의처증이 있는 사람이 참지 못하는 조급증으로 안해를 자살로 몰고, 동생을 객지로 떠돌게 만든 후 후회하는 이야기,  '아무리 후회해도 과거는 흘러갔다.'

 

8. 태형 - 김동인

    5평의 감방에 41명을 수용하는 비인간적인 일제의 행형,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독립만세 운동을 하다 잡혀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비좁은 감방에 갇히게 되면 얼마나 답답하고 더울 것인가? 금세 갇힌 사람들의 숨으로 인한 냄새와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지옥 같은 곳, 감방은 땀냄새로 숨이 막힌다.  여기에서 필자는 그래도 문자 좀 배운 사람이고 나름대로 의식이 있어 독립운동을 펼친 사람이다. 그러나 최악의 환경 속에서 70넘은 늙은 사람이 태형 90대를 선고를 받고 항소를 했다고 하자 당신이 그냥 나가서 태형을 맞으면 자리가 하나 비어서 나머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할 텐데 왜 그 생각을 아니하느냐고 타박을 하며 감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 그 압박으로 결국 70넘은 노인이 " 내가 70 넘어 아들들도 다 죽었는데 더 살아 무엇하겠느냐"며 그냥 항소를 포기한다. 얼마 후 태형 집행소리가 감방에 들리고 아홉 대 이후에 맞는 사람의 비명도 더는 들리지 않게 된다. 젊은 사람도 90대를 맞으면 죽는데 하물며 70이 넘은 노인임 에랴....

 

왜놈들도 그렇지만 같은 조선사람도, 더구나 같이 독립만세 하다가 잡혀온 감방 동기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9. 감자

    그래도 선비집안 여식(복녀)이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으로 점점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복녀는 밥술깨나 뜨는 집안에서 아무것도 없는 집으로 시집가서, 그나마 있는 것 다 까먹고, 남의 집 행랑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서도 쫓겨나고, 빈민가로 들어가 구걸로 생활하다가 송충이 잡는 일(현재로 보면 공공근로)에서 몸을 팔고, 감자를 훔치다가 청인에게 잡혀 감자값 대신 몸을 팔고 그러다가 맞아 죽는다. 그러나 게으름을 피우던 남편은 그녀의 죽음 대가로 20원을 받는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