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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다락이 있는 집 - 안톤 체호프

by 수레의산 2024. 2. 22.

(류필하 옮김, 소담 출판사 2002)

1. 변덕쟁이

    철이 들지 않은 올가 이바노브나는 그저 남들에게 인정받고, 예쁨 받고, 사랑받기만 갈구하는 여자다. 이 여자는 화가 랴보프스끼에게 빠졌음에도 아버지의 권유로 의사인 오시프 프쩨란느이치 디모프와 결혼한다. 이 여자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허망된 욕망을 쫓아다닌다. 랴보프스끼는 오로지 올가의 외모, 육체적 욕망에만 관심이 있어 갖은 미사여구로 올가를 꼬드겨 그녀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그 이후로 급격히 올가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다.

 

    올가는 그런 랴보프스끼에게 매달리다가 토라져서 삐졌다가 다시 찾아다니고를 반복한다. 그야말로 변덕쟁이 같다. 한편 그녀의 남편인 디모프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여 힘들게 돈을 벌어 가져다주고, 모른 척한다. 그러나 모른 척한다고 그게 몰라지나? 그는 아내의 배신에 약간 정신이 나가서 디프테리아에 걸린 환자의 가슴에 있는 병균을 흡입하게 되고, 결국 그 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근대 유럽, 특히 러시아 여성들을 보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절은 물론이고, 그저 젊은 남자를 찾아 육욕에 빠져 결국 자신도 망친다. 요즘의 우리 관점으로 보면 그야말로 정신 500년 나간 여자가 엄청나게 많다. 프랑스 소설을 봐도 맨날 등장하는 스토리가 젊은 남자는 상류층 여성을 꼬드겨 그녀로부터 용돈을 받고, 사회적 신분상승을 꾀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깨끗했다. 다만, 조선 말기에 노론 일당독재가 시작되면서 나라가 병들고, 결국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권력은 매번 바뀌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2. 소년 반까

    반까 주코프는 겨우 아홉 살이다.  그는 엄마가 죽고 나서 시골에서 모스크바에 있는 구두 수선공의 집에 심부름꾼? 직공?으로 고용되어 있다. 그 어린애에 대한 처우는 엉망이고 구두 수선공에게 매일 얻어맞으며 산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몰래 시골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구원의 편지를 쓰는데 참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아이답게 받는 사람 주소에 '시골로, 꼰스딴진 마까르에게'라고 써서 우체통에 넣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제정러시아 시대 러시아 상류층은 흥청망청 하지만, 하층민들의 생활은 처참했다. 당시 무능한 니콜라이 2세 황제와 알렌산드라 황후는 요승 라스푸틴에게 빠져서 나라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결정을 아무 권한도, 지식도, 의무도 없는 자에게 내리도록 해 버렸다.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같은 문장의 주어만 윤석열, 김건희, 천공으로 바꿔도 똑같다. 씨바

 

3. 아리아드나

    아리아드나 라는 여성, 루브꼬프, 이반 일리이치 사모힌 간에 얽힌 이야기인데, 역시 허영에 들뜬 아리아드나, 그리고 이 여자를 이용해 먹는 루브꼬프라는 유부남, 순진하게 그 여자에게 이용당하는 사모힌. 아리아드나는 대책 없이 허영에 들떠 순진한 사모힌을 사랑이라는 말로 홀려 금전을 빼내고, 그 돈으로 뻔뻔하게 유부남과 놀아난다. 마침내 사모힌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나서야 그녀에게서 벗어난다. 모든 것을 핥아먹은 아리아드나는 또 다른 사냥감을 향해 촉수를 펼친다.

 

    진실을 깨우친 사모힌에 의하면  소위 인텔리라는 여성은 그저 수컷을 홀리는 암컷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편 여성혐오 같기도 하고 남녀 평등주의자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여성의 외모에 홀려 그녀에게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담답한 사모힌이다.  우유부단한 사모힌은 자신의 의지대로 아리아드나에게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그녀가 실증을 느끼거나 다른 먹잇감을 향할 때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아주 멍청한 사람 같다. 어째 근대 러시아는 모두 그런지?

 

4. 아버지

    무능한 아버지 무사토프는 매번 아들 바룐까에게 가서 용돈을 뜯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아들 앞에서 비하한다. 돈을 달라고 했다가, 곧바로 자신은 그 돈을 술이나 마시고 말 답답한 인간이라는 말을 한다. 아들은 어찌하라는 건지? 아무튼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그를 그저 묵묵히 부양하는 아들... 희망이 없는 걸까?

 

5. 누렁이

    소목장이 집에서 길러지던 누렁이가 어느 날 주인을 잃어버리고 서커스를 하는 사람에게 얹혀살게 된다. 누렁이는 뭐가 뭔지 모르는 사이에 거위와 고양이로 이루어진 서커스단에 들어간다. 소목장이 집에서는 가금 얻어 맞기도 하고, 배도 좀 곯지만 사는 재미가 있다. 서커스단장 집에서는 밥은 잘먹을 수 있고, 서커스 연습시간 이외는 편안하지만 뭔가 심심하다.

 

    어느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조종당하는 삶, 이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마치 배부를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되고자 한다는 이야기 같다.

 

 6. 다락이 있는 집

    실제 행동으로 사회 개혁 운동과 지역의 지방자치정부의 독선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리디아 발차니노프를 자신은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비판하는 소설 속의 '나'.  언뜻 보면 꽤나 논리적일 것 같기는 한데...

 

   (중략) 사람들을 괴로운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켜야 합니다. 그들이 평생을 들판이나 부엌에서 보내지 않도록 그들의 명예를 덜어 주고, 숨 쉴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한 영혼이나 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하고, 자신의 정신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모든 인간의 정신적인 일에 대한 사명은 인생의 진실과 의미의 영원한 탐구 속에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거칠고 동물적인 노동이 불필요한 것이 되게 하고, 그들을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하세요. 그러면 그때 당신들은 그 소책자나 의료소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한 번만이라도 인간이 자신의 진실된 사명을 알게 된다면, 인간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을 그런 사소한 것들이 아니라 단지 종교, 학문, 예술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킨다고요?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생략)

  그런데 리디아는 실제 지방자치정부의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해 사람을 조직하고 선거를 통해 그를 쫓아냈다. 그래서 좀 더 진정한 지방자치정부가 되도록 했고, 학교를 세우거나 진료소를 세우는 등 행동파다. 그런 반면 '나'는 그저 입으로만 떠들어 대고, 리디아의 동생에만 관심이 있다. 소위 배웠다는 인텔리가 하는 짓이다. 

 

7.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이 소설 역시 뭔가 좀 그렇다. 은행에 다니고 있는 40대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구로프는 혼자 유가차 와있는 얄타에서 역시 병을 핑계로 휴가와 있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안나 세르게예브나를 만나 그녀와 비밀연애를 한다. 드미트리는 여자는 언제나 가지고 놀? 수 있으므로 그때가 지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안나는 자꾸 생각이 난다. 그래서 페테르부르크까지  쫓아간다. 여자는 남편을 배신할 수 없다고 말을 하면서 드미트리와 키스를 하고....

 

   이건 뭐. 서로가 집에 있는 사람을 배신하고 바람피우는 이야기 아닌가? 요즘말로 하면 "애인이 생겼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