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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제주 올레길 19 ~ 20코스

by 수레의산 2024. 1. 24.

2024.01.20. 08:53~

 

  어제 밤새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좀 나으려나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새로 산 우비를 입고 다시 출발. 앞에 조형물은 그냥 찍어보고, 함덕 해안을 지나면서 곧바로 서우봉이 시작된다. 파도는 오늘도 여지없이 미친 듯이 몰아치고, 서우봉에 올라 조망을 바라보고 곧바로 내려온다. 

▲ 리본이 이렇게 비에 젖어 잘 안보인다.
▲ 참 파도가 무섭게 몰아친다.
▲ 서우봉 정상에는 묘지만 있다.

 

   서우봉에서 정신줄 놓으며 걸어 내려오다 보니 4.3 위령비가 있다. 자세히 보니 여기가 너븐숭이다. 너븐숭이는 예전에 4.3 기행때 다녀온 곳인데 그때는 버스를 타고 와서 전혀 몰라봤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에 기술되었던 곳인데 이곳에는 애기무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니까 이놈들이 애기들이고 뭣이고 다 쏘아 죽였다는 것이다. 나쁜 놈들.

 

   그 이후 숲 속을 걷다가 해안길로 걷다가 정신이 없었다. 무슨 벌려진 동산을 지나기도 했지만 정신이 없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썼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고, 하체는 모두 비를 맞는다. 입에서는 계속해서 상소리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짜증이 절로 난다. 김녕 서포구에는 올레 공식 안내소도 없다. 비가 오는데 겨우 스탬프를 찍고 나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러데 아직 시간은 13시 조금 넘었다. 

 

 

   뭐 계속 가야지. 김녕 해수욕장을 지나면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 오히려 해안길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더구나 바람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기에 바람을 안고 걸어야 하므로 더 힘들다. 나중에는 뒤로 걷기를 했다. 그러다가 해안길을 벗어나면 다시 똑바로 걷고... 그렇게 월정리에 도착하니 도저히 더 갈 수가 없다. 맵에서 본 '월정여관'을 찾는데 잘 안 보인다. 겨우 찾았는데 문 닫았다. 다시 돌아서 길 옆에 있는 '월정뷰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하니 다섯 시에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비는 오고 옷은 다 젖고, 사정 사정해서 겨우 들어갔다. 

 

    다음날(2024.01.21. 09:14)  다시 출발. 근데 비가 오지 않는다. 아싸~ 기분 좋다. 예전에 월정리 해변에 왔을 때 바람이 많이 불었던 기억밖에 없다. 

▲ 중간 스탬프 찍고
▲ 드디어 성산항이 보인다.
▲ 만세! 드디어 20코스 종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