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

죽은 군대의 장군 - 이스마일 카다레

by 수레의산 2019. 10. 2.

(죽은 군대의 장군, 이스마일 카다레,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 2011)


(등장인물)

장군, 신부, 사령관, 시장, 기사, 토목인부 등


(줄거리)

  장군은 이탈리아 장군으로서 제2차 대전시에 알바니아를 침공했다가 죽은 자국 군인들의 유골을 수습하러 알바니아에 간다. 알바니아의 우기는 가을에서 부터 겨울까지라고 한다.  장군과 군종신부는 하필 날씨도 칙칙하고 습하고 추운 우기에 유골을 수습하러 간다. 처음부터 소설은 우중충하고 음울하게 시작된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자국 군인들의 유골을 수습하는 일을 위대한 일로 생각들 한다. 그래서 어떤 귀부인이 장군에게 "당당하고 고독한 한 마리 새처럼 비극적인 침묵의 산 위를 날아 그 목구멍과 발톱에서 우리의 가엾은 청년들을 구해내어 오세요" 라고 한다. 장군 역시 자신이 위대하고 고귀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일에 착수한다. 또한 다른 장군들이 무수히 많은 병사들을 패배와 절멸로 이끈 반면 자신은 남겨진 이들을 망각과 죽음으로부터 구하러 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군대가 파시스트들로 알바니아를 침공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알바니아가 야만적이고 비천하고, 성질이 고약한 나라 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은 고귀한 반면 알바니아 군대는 자신들의 군인들을 죽였다는 사실만 생각하며 알바니아인을 비난한다. 발굴 초기 군인들이 묻힌 묘역을 지나가다가 거기에 '이것이 우리 적들이 맞은 운명이다' 라고 서툰 글씨로 써 있는 것을 보고 알바니아인 기사에게 항의한다. 그러자 기사는 격한 표정으로 "20년 전 당신들이 한 짓을 생각해보십시요. 우리 동지들의 가슴에 파시스트 슬로건을 걸어놓은 채 그들을 목매달지 않았습니까. 그래놓고 어린아이의 낙서가 분명한 이런 문구 하나로 발끈하는 겁니까" 하고 했다. 그뒤 그들은 잠시 말다툼을 하지만 장군은 별로 할말이 없었으므로 그냥 넘어가게 된다.  발굴이 진행되면서 자신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군인들이 사실은 많은 수가 탈영을 해서 알바니아인 농부네 집에 하인으로 살았다거나 실탄을 빼돌려 계란을 사먹거나 군부대 창녀촌을 운영하는등 군인으로서 비열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유골의 발굴이 막바지에 접어든 날 장군은 신부가 말리는데에도 불구하고 알바니아인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거기에서 Z대령의 실상을 알게된다. Z대령은 '청색부대' 지휘관으로서 니체의 남편을 보복작전 중에 교수형에 처하고, 그의 딸을 겁탈까지 했다. 그 딸은 새벽에 귀가하던 중 우물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런데 Z대령은 다음날 그 딸을 보러 다시 그의 집에 갔는데, 보초더러 꼼짝말고 밖에 있으라고 해서 보초는 다음날 아침에 들어가 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Z대령도 없어졌다고 한다.  니체노파는 장군에게 심한 증오심을 보였는데 장군이 Z대령의 친구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뭐 친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이탈리아 군인들은, 아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철전지 원수 같았으리라. 하여간 그녀는 잠시 사라졌다가 돌아왔는데 어깨에 자루를 하나 메고 왔다. 그 자루는 물론 Z대령의 유골이다. 그녀는 그를 자기집 앞마당에 묻었다고 한다. 그녀는 장군에게 "자루를 들고 냉큼 사라지라" 하고 소리친다. 얼결에 그 자루를 둘러메고 자기들의 숙소로 돌아오는 장군과 신부는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이다 겨우 돌아온다. 그러나 밤새 잠을 못이룬 장군은 새벽에 신부와 운전사를 깨워 도시로 돌아가자고 한다. 도시로 가던중 차량이 잠시 고장을 일으키고, 차에 싫었던 자루를 보며 진저리를 치던 장군은 그 자루를 발로 차서 개울물에 빠뜨린다. 자루는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 없어졌다.


  장군은 자신이 한 일이 죽은 군대를 이끄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매일 악몽을 꾸며 잠을 못이룬다. 본국에서 Z대령의 가족들은 계속해서 전보를 보내오지만 그는 그것을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린다. 이제야 자신들이 알바니아인 들에게 저지를 일을 생각하게 되고 아무 쓸모없는 전쟁을 생각하면서 Z대령의 유골은 '신원 확인 불가' 로 처리하며 고국으로 돌아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세상의 강대국들은 다 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침략국이 오히려 피 침략국에게 큰소리 치고,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알바니아는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이다. 인구가 2018년 추계로 3백만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로마, 슬라브족, 훈족들의 침략을 받았고, 이탈리아 파시스트의 침략도 받았다. 이탈리아 파시스트들이 알바니아의 왕국으로 부터 '해방' 해 준다는 핑계로 침략해서 그들을 살해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한 짓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 친다. 그들은 일본놈들이 저질렀던 '군부대 위안소' 까지 운영했다. 물론 이런 짓을 하는 나라가 이탈리아 만이 아니다. 현재의 강대국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거의 모든 제국들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