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락, 알베르 까뮈, 김화영 옮김, 책세상)
일단 너무 어렵다. 소설속의 화자 장-바티스트 클라망스 라고 하는 사람은 네덜란드의 암스트레담에서 은둔하면서 자신을 재판관겸 참회자라고 소개한다. 처음엔 클라망스가 좀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능력을 타고 났으며,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고, 동정과 연민, 그리고 봉사를 자신의 삶의 보람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센강변을 걷다가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문득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반성을 한다. 그 자신이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 했다고 하지만, 알게 모르게 그들을 얕잡아 보고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을 비웃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며 남들이 보지 않을때는 위법행위(?)도 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은 겉으로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사람을 따라가서 때려주거나 거의 죽이고 싶었을때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긴 이런 것들이야 말로 거의 모든 인간히 하는 짓인데도 클라망스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자신을 비난한다. 그가 남들을 돕거나 그들이 편에 설때에는 적어도 그들의 과오가 자시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는 확고한 범위 내에서만 그런다는 사실도 고백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법농단에 대한 사건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재판관들... 그들은 재판을 할때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한다. 적어도 그들이 자신의 손익에 전혀 관계가 없을때, 그들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할때에는 언제든지 그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것이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야말로 클라망스가 이야기 한 것과 같지 않은가? 적어도 우리나라의 판사들이 클라망스 만큼만 양심을 가졌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를 일 때문에 당장 사표를 냈어야 한다. 클라망스는 센강변에서 들은 그 웃음소리를 계기로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기억하게 되고, 자신이 한때 다리를 건널때 자살하기 위해 강물에 뛰어든 여인을 춥다는 이유로 그냥 버려둔데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그래서 자신의 가면을 벗고자 하나 그 마저 쉽지는 않다.
클라망스는 한때 죄수들끼리 교황으로 추대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그는 모든 물품을 골고루 배분하는등 힘썼지만 자신이 눈여겨 보아야 할 동료가 없어진 이후로, 동료 죄수에게 배당된 물을, 그 동료가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그 물을 빼앗아 먹었다는 사실도 기억한다.
어쨋거나 그는 너무나도 깨끗한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된다. 이 사실은 책에서는 클라망스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풀어가지만 사실은 우리 독자들에게 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양심에 얼마나 눈을 돌렸을까? 나 자신은 지금까지 깨끗하게 살았을까? 아니다. 나도 사실 부끄러운 삶을 산적도 많았고, 양심에 눈을 외면한 적도 많았다. 모든 인간이 클라망스 같다면?
이 책은 책 제목이 '전락'은 반정도 밖에 되지 않은데 해설은 그보다 더 분량이 많다. 그많큼 어려운 책이라는 것이겠지. 책을 읽으며 그렇게 졸린 적이 있을까? 너무너무 졸리다.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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