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노래한다, 도리스 레싱, 이태동 옮김. 민음사
(등장인물)
리처드 터너 - 실패한 영국인 농부
메리 터너 - 리처드의 아내로 이야기의 주된 등장인물, 이 여인의 살해사건으로 전개된다.
토니 마스턴 - 새로 들어온 농장 감독관
데넘 경사 - 영국인 경찰관
찰리 슬래터 - 영국인 농장주
모세 - 원주민 하인
(줄거리)
영국의 지배를 받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시절 어느날 메리 터너가 원주민 모세에게 살해되었다. 영국인들은 이 사건을 그냥 조용히 묻어 버린다. 그들의 자존심에 영국인이 흑인 원주민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치욕적이라 생각해서 그냥 없던일 처럼 묻는다.
메리는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영국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그런데 매번 술에 취해있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와 매일 싸우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가난했던 기억밖에 없다. 그녀는 그렇게 성장과정에서 인성이 제대로 들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성장하여 학교에 다니고, 회사에 취직하여 아버지와 연락하지 않으면서 사회에 적응하여 나름 즐겁게 살았다. 그저 자기 자신의 생각대로.. 친구들과도 인간적으로 가깝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교우하였다. 그렇게 30이 넘어가면서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였지만 그녀는 남자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중 친구들과 모임이 있던날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친구들의 그녀의 뒷담화를 하는 것을 듣고(그녀가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라는 이야기) 결혼은 결심한다. 그녀는 이렇게 자존감이 없다. 자존감이 있고,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었다면 남들이 뭐라던 자기의 사랑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결혼을 결심했을텐데 남들이 이야기 한다고 해서 무조건 결혼을 결심하는 그런 여자였다.
한편 터너는 농장을 경영하는데 자기 자본은 없이 빚을 내서 농장을 경영하는데 우리나라의 개념으로는 규모가 너무 커서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약 100여 ha 의 농지를 갖고 있으니... 아침부터 하루종일 농장에 나가서 원주민을 감독하고 밤에 들어와서 그냥 잠을 자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도시를 싫어하고 그저 농촌에 묻혀, 땅에 묻혀 살기를 즐겨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매년 결혼하여 자녀를 갖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미루고 있다가 어느날 도시에 나갔다가 메리를 보고 빠진다.
그저 결혼해야 겠다는 메리와 결혼이 필요한 터너는 그렇게 사랑없는 결혼을 하고, 농장으로 함께 온다. 처음에 메리는 돼지굴 같은 오두막에 이것 저것을 가꾸고 하지만 이내 실증을 느낀다. 어렸을때 그녀의 부모와 살던 그런 비침한 기억이 떠오르기에 더욱 힘들어 한다. 거기에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더구나 터너의 집은 함석지붕으로 되어 있어 하루종일 집에 있는 메리는 그 뜨거운 기온을 온전히 몸으로 받는다. 영국인들의 머리는 그런 뜨거운 기온을 받을 수 없고, 이는 물론 아프리카인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그들의 조상때부터 살아왔기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인은 그렇지 않았고, 더구나 함석지붕의 집에서 나오지도 않고 매번 짜증이나 부려대니 일사병 증상도 있고, 정신도 오락가락 했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백인들은 흑인들을 열등한 인간으로 무시하고, 그들과 접촉도 금기시 했다. (그러면서 왜 그들이 만들어 주는 음식은 처먹었나? 꼭 우리나라 조선시대 양반과 상민들과의 관계 같고, 또 일제때 그놈들과 조선사람과의 관계와도 같다)
메리는 모든 그런 짜증을 원주민을 향해 발산하여 매번 잔소리와 트집잡기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터너가 말라리아에 걸렸을때 대신 농장감독을 나가서 채찍으로 모세를 때려 얼굴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터너는 메리가 매번 원주민 하녀들을 갈아 치우다가 더 이상 올 원주민이 없자 남자일꾼인 모세를 집에 데려와 하인으로 부리게 된다. 메리는 모세에게 어떤 두려움을 느끼고 그를 하인으로 받지 않으려 하지만 터너가 그도 내쫒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고, 그 두려움은 백인과 원주민의 관계마저 허물어진다. 한편으로 두렵고, 한편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모세가 고맙기도 하고, 하여간 메리는 정신이상이 되어가고, 터너는 또 터너대로 멍청해 진다.
터너의 농장에 눈독을 들이는 찰리는 터너에게 농장을 떠나 6개월간 휴가를 갖고, 그 이후에 농장관리인으로 쓰겠다고 설득해서 마침내 그렇게 하기로 했지만 땅에 유독히 애착이 강한 터너는 아쉬움을 놓지 못하고, 새로 농장 감독원으로 온 영국인 청년 토니는 메리가 모세에게 오히려 잡혀있는 모습을 보고 분개한다. 메리는 토니가 그녀를 모세에게서 구해 줄것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농장을 끝내는 날이 자신의 삶은 끝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모세에게 살해당한다. 모세는 그녀를 살해하고 날이 밝을때 까지 근처의 나무에서 기다리다 체포된다.
이 소설에서 메리의 정신세계는 상세하게 묘사했지만 살인을 저지를 모세의 입장은 전혀 설명이 없다. 그는 왜 그녀를 살해 했을까?
터너는 그저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인 농꾼이다.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알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감당도 못하는 농지를 100헥타씩이나 갖고 이것도 시도했다가, 저것도 시도했다가, 도대체 왜 사는 사람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 열대지방에서 지붕을 함석으로 하고 살다니 그게 제 정신인가? 함석위에 진흙을 올리든지, 나뭇가지나 풀을 올려 더위를 막을 생각도 못하는 그런 멍청한 사람. 그저 미련한 사람이다.
메리는 자아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서 모든 일에 짜증이나 내고, 남들의 평판에 휘둘리고. 기왕에 농촌으로 갔으면 거기에서 어떤 삶의 목표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또 슬러태 부인의 관심과 도움도 거절하고... 참!
가장 큰 문제는 영국인들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잘 살고 있는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 그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면서도 자신들이 무슨 '신사' 인척 하는 그런 인간들이다. 지금도 지들은 유럽인과 다르고 '대영제국' 의 후예라고 하며 브렉시트를 추진하고 있는 그런 것들이다. 좌우지간 나는 그래서 잉글로색슨족은 싫다.
작가 도리스 레싱은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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