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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화산도

by 수레의산 2018. 12. 5.

(화산도, 김석범, 이호철,김석희 공역, 실천문학사 1988)

ㅇ 등장인물

   남승지, 강몽구, 이방근, 유달현, 양승오, 김동진, 이유원


ㅇ 줄거리

  1948.2.26부터 5.10 남한 단독선거가 있기 하루전인 1948. 5.9일 까지 일정별 소설이 진행된다. 소설에서 주 이야기는 남로당에 가입하여 무장봉기를 하는 남승지와 이를 심정적으로는 동조하면서도 실제로 남로당 가입을 거부하는 이방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일제시대에 학정을 못견뎌 어머니와 여동생이 함께 일본땅으로 이주한 남승지는 해방이 되고 서울을 거쳐 고향인 제주도로 귀국한다. 그리고 실제 행동에 나서는 젊은이다. 이와 비슷한 김동진을 서울에서 부터 문학활동을 하다가 귀향하여 한라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4.3 무장보기 격문을 신문사에서 몰래 인쇄한후 유격대에 합류한다. 양승오는 미군정청 통역관으로 있다가 도지사 비서로 자리를 이동하였지만 남로당의 비밀당원에 가입한다. 이와 다른 경로로 유달현은 항상 기회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일제때에는 협화회에 가입하여 내선일체를 주장하다가 해방이 되고 해방 초기에 남로당이 대세로 기울자 남로당 활동에 앞장서지만 야비한 지식인의 모습으로 전개된다. 물론 소설에서 남로당을 확실하게 배신하지 아니하였으나 배신 할 것으로 암시된다. 그리고 이방근의 여동생 이유원은 똘똘하고 아름다운 여학생으로 남승지와 마음속으로 서로 사랑하게 된다. 어려움을 모르는 부잣집 딸로서는 그러기 힘든데 참 소설속에서도 참하게 묘사된다.


  이방근은 식산은행장이며 버스운수회사 사장의 아들이다. 해방후, 물론 일제시대에도 그랬지만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 국민학교 6학년때 신사에 오줌을 내갈겨 퇴학처분을 받고 목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일본에 유학했다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혔다가 결핵이 발병하여 석방된후 해방을 맞이하였다. 그는 그런 연고로 젊은 사람들로 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일제때에도 민족의식이 투철했던 사람이기에 남로당에도 가입하고 제주폭동에도 직접적으로 활동하리라 포섭에 열을 올렸지만 끝내 거절한다. 하루종일 술과함께 나태하게 사는 이방근, 그에게는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일제때 감옥에서 석방될때 전향각서를 썼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자책하며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집의 소파에 앉아서 방관자로 세상을 바라본다. 심정적으로는 동의하면서 또 한편으로 남로당 조직의 폐쇄성을 질타한다. 조직의 결정에 무조건 따른다거나 당중앙의 지시라든가 하는 말을 싫어한다. 왜 당은 무조건 정의란 말인가? 왜 모든 사람이 당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란 말인가 하며 의문을 갖는다. 이런 조직의 문제는 지금도 있는 것 같다. 노동조직도 중앙의 결정....  조직적 결정.... 회의를 24시간씩 한다던가 하는 짓. 나도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산적인 회의는 좋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말을 길게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참 말을 잘한다.


  제주사건이야 좀 알고 있는 일이니까 이번 소설로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없다. 다만, 미국의 강압적으로 우리 민족을 억눌른다던가 하는 짓. 오히려 패전국인 일본을 더 우대한다던가 하는 짓은 정말 치가 떨린다. 가해자인 일본은 분할도 되지 않고 미국의 지원을 받아 평화롭게 사는데 피해자인 우리는 분할되고 억압받고,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서로를 죽이고,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있지 않은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회담을 하고 약속을 하는데, 왜 지금까지도 미국은 저렇게 방해를 하고 있을까?


  일제경찰을 그대로 한국경찰로 하고 그놈들이 하던 버릇-고문 또는 이간질, 의식적 왜구들이 들끓게 하여 제주에서 민중들을 탄압하고 더구나 깡패조직인 '서청'들의 등살에 제주민들은 남로당이 무엇인지 보다는 억압과 자유를 위해 봉기했던 것 아닐까?


   소설의 많은 부분이 이방근의 심리묘사로 채워진다. 부르주아 출신으로서 많은 갈등을 한다. 그러나 부스럼영감, 목탁영감, 부억이 등 그 시대의 멸시받고 차별받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모습은 한편 충분히 제주봉기에 나서거나 남로당에 가입할 만 한데, 또 결과적으로 부억이와의 관계가 밝혀질때- 이는 계모인 선옥이 한것 같다- 제주도를 떠난다 던가 하는 짓은 또 그렇다.


  작가 이범석은 이 소설을 쓸때까지 제주가 고향임에도 제주를 밟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소설에는 '동무' 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데 과연 제주에서 그랬을까?  '당시 극좌적인 투쟁을 벌인 게릴라측의 잘못은 충분히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4.3사건의 근본원인은 미국의 남조선점령과 그 군정에 의한 가혹한 인민탄압정책, 그리고 1948년 5월 남북분단을 고정화하는 남조선만의 단독선거를 강행한 데 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게다가 제주도에서는 이북출신자들의 테러조직인 서북청년회에 의한 살륙, 폭행, 잔학행위가 4.3사건 이전부터 제주도 전역에서 횡행하여,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당시의 섬주민들이 어떻게 해야만 했겠는가. 극좌주의라고 말하기는 쉽고, 또한 실제로 많은 비참한 희생을 초래하게 되었지만, 게릴라봉기 이외에 또 어떤 투쟁방법이 있었겠는가.' 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소설속에도 나오는 역사적 진실이지만 그때 유격대와 국방경비대의 평화교섭이 경찰과 서북청년회의 방해조작이 없이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아픈 제주사건은 없었을 테고, 미군정도 다시한번 맘을 고쳐먹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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