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김승욱 옮김, 문학동네)
등장인물
도리고 에번스 - 주인공(외과의사, 전쟁포로)
엘라 - 주인공의 아내
에이미 멀베이니- 고모부의 새아내이자 연인
키스 멀베이니 - 고모부
리넷 메이슨 - 불륜 여성
나카무라 - 일본군 소령
고아나(최상민) - 조선사람으로 일본군 경비병
고타대령 - 일본군 대령
그외 재키 매과이어, 톰, 다키 가디너, 잭 레인보우, 가이 핸드릭스, 타이니 미들턴 등 전쟁포로들
' 순전히 진실이 그들의 감정을 해칠 것처럼 보인다는 점 때문이었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과거가 없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과거만 있다'
줄거리
도리고 에번스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외과의사가 되었고, 군사 훈련을 받던중 에이미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에이미는 어찌되었든 고모부의 아내임에도 그들은 서로에 끌린다. 물론 서로가 자신의 욕망을 참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지만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중 2차대전때 전장에 투입되어 전투중 생포되어 일본군의 포로가 된다. 일본은 태국에서 부터 미얀마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다. 이 작업에 포로들을 투입한다.
일본군은 제대로 된 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식량도 보급하지 않으며, 무조건 '일본정신'을 외친다. 그야말로 박정희의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제보니 박정희가 '하면 된다'를 떠들었던 이유가 뼛속까지 왜놈의 교육을 받았던 때문인 것 같다. 어찌 되었던 그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철도건설에 투입되지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콜레라가 번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주인공 도리고는 대령계급으로 포로들의 지휘와 의사의 역할을 맡지만 일본군의 만행을 어쩔 수 없이 막지는 못한다. 최대한 그 병자들을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포로들은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키 가디너 라는 부사관은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일본군 경비병(고아나)들에게 맞아 죽게되는 모습을 3백여 명의 포로들과 도리고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다. 아마도 이 상황이 살아난 그들의 가슴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침내 전쟁은 원자탄을 맞은 일본이 항복하게 되고, 연합군은 전범들을 처형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전범들을 당한 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이 지정하게 되면서 정말 지휘권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특히 가장 큰 전범은 일본 천황 - 일본인들의 호칭이지만 - 이지만 그는 미국에 의해 안전하게 제외된다. 그리고 철도 건설의 큰 책임이 있던 지휘관과 부대장- 고타대령과 나카무라 소령 - 은 전범에서 제외되고 힘없던 경비병, 특히 조선인이었던 최상민은 전범으로 사형을 당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게 되면서 전쟁은 잊혀지게 마련인가?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 포로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들은 잊혀지고, 강대국의 국익 논리에 의해 세계는 재편된다. 사람들 역시 그들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전쟁은 잊혀진다. 그러나 그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은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 먼 북으로 가는 좁은길은 그들의 인생을 갈라 놓았고, 그들의 사랑을 갈라 놓았다.
- 2차 세계대전시 영화를 보면 독일군의 포로수용소는 그런대로 전쟁규정이 잘 지켜진 것 같다. 적국의 포로라도 계급은 인정해 주고 어느정도 자율권도 주었으며 포로를 학대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놈들은 좀 잔악했던 것 같다. 책에도 나오지만 미군 병사를 생체로 해부하고, 그의 장기를 떼어내는 짓을 벌였다. 그렇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의술을 뽐낸다. 포로 뿐만 아니라 우리 조선사람과 중국인, 기타 동남아 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런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일본의 의술은 발달했다. 그리고 그들의 의학 지식이 필요했던 미국은 또 이들을 전범으로 처벌하기 보다 그들을 우대하지 않았는가?
그런 일본에 충성했던 박정희 같은 인간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고, 10월유신 어쩌구 하면서 국민을 수탈했고, 친일파들이 계속 득세하고, 친일파들을 미국의 필요에 따라 중용했고, 우리의 힘으로 전쟁에 승리하였다면, 일본에 충성했던 친일파들을 그대로 두지 않았을 테고,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 책은 읽으면서 참 많이도 졸았다. 너무 많이 졸아서 책의 내용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번 다시 읽기도 했지만 여전히 복잡하다. 인간 심리의 묘사가 참 신랄한 것 같다.
(위메프 책소개의 글)
*도서소개
고향 ‘태즈메이니아섬의 호메로스’로 불리는 리처드 플래너건
12년간 집필에 매달려 완성한 5개 판본 중 마침내 나온 최종판
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 이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포로이자 현재 화려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외과의사 도리고의 기억과 현실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 상실과 발견의 세계를 그린 장편소설. ‘죽음의 철도’라고 불리는 버마 철도는 이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고자 만든 길이 415km의 철도로, 군인과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건설됐다. 실제로 작가는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미얀마 철도건설 노동자였던 아버지의 경험을 되살려 작품을 썼다.
2014년 맨부커상 심사위원들은 “사랑도 잃고 전우도 잃은 전장에서 삶을 짓누르는 경험을 떠안고 살아야만 하는 자의 트라우마를 담아낸, 그야말로 최고의 소설”이라고 했다. 심사위원장은 “몇 해간 정말 좋은 작품들이 수상했지만, 올해 수상작은 걸작”이라며 “세계문학의 카논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여러 언론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에 견주며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작품” “비교 불가의 작품” “그야말로 걸작”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상상력의 소유자’로 거론되는 리처드 플래너건, 그가 오랜 세월 작품의 완성도에 온 심혈을 기울인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수정같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서사시이자 진정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출판사도서소개
★ 2014년 맨부커상 수상
★ 2014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문학상
★ 2014년 퀸즐랜드주 문학상
★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문학상
★ 2016년 아테네 문학상
★ 2016년 프랑스 문예지 『리르』 최우수 해외도서상
★ 올해 최고의 책으로 언론매체 동시 선정: 뉴욕 타임스, 미국공영방송라디오, 워싱턴 포스트, 미니애폴리스 스타트리뷴, 이코노미스트, 시애틀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이 1969년 제정된 후, 토머스 케닐리(1982), 피터 케리(1988 & 2001), DBC 피에르(2003)에 이어,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 작가로는 네번째로 수상자로 선정된 리처드 플래너건. 당해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영미 작가들 중 하나에게 수상이 돌아갈 거라는 세간의 짐작과 달리, 심사위원장 A. C. 그레일링은 결단력 있는 어조로 다음과 같이 이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의 작품에 손을 들었다. “몇 년간 정말 좋은 작품들이 상을 받았지만, 올해 수상작은 걸작이다. 이 작품은 세계문학의 카논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런 눈부신 찬사와 예언은 책을 읽은 각 언론사 서평가들과 문학가들의 입에서도 연이어 쏟아져나오면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태즈메이니아섬 출신의 이 작가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이라는 ‘현대의 고전’을 쓴 작가로 영문학사에 길이길이 각인되었다. 일례로 『워싱턴 포스트』의 론 찰스는 “이 매혹적인 작품은 세계 최정상의 작가가 쓴 전쟁소설의 고전이다. 코맥 매카시 『더 로드』 이후로 이처럼 날 뒤흔들어놓은 작품은 없다”고 했고, 미국공영방송라디오 해설가이자 작가 앨런 츄스는 “리처드 플래너건이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를 썼다”라고도 평했다.
수상 이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고향 태즈메이니아섬의 삼림개발 정책을 두고 “호주인으로서 부끄럽다”며 토니 애벗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해 기사화되기도 했던 그는, 『르 몽드』 『데일리 텔레그래프』 『쥐트도이체 차이퉁』 『뉴욕 타임스』 『뉴욕커』 등에 문학, 예술, 환경 등에 관해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관련 저서를 펴낸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이민자로서의 선조들의 역사와 나라에 대한 애정은 작가가 ‘영혼의 역사’라고...2014년 맨부커상 화제작, 세계문학의 ‘카논’이자 ‘걸작’으로 불리는 전쟁소설의 진수
★ 2014년 맨부커상 수상
★ 2014년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문학상
★ 2014년 퀸즐랜드주 문학상
★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문학상
★ 2016년 아테네 문학상
★ 2016년 프랑스 문예지 『리르』 최우수 해외도서상
★ 올해 최고의 책으로 언론매체 동시 선정: 뉴욕 타임스, 미국공영방송라디오, 워싱턴 포스트, 미니애폴리스 스타트리뷴, 이코노미스트, 시애틀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이 1969년 제정된 후, 토머스 케닐리(1982), 피터 케리(1988 & 2001), DBC 피에르(2003)에 이어,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 작가로는 네번째로 수상자로 선정된 리처드 플래너건. 당해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영미 작가들 중 하나에게 수상이 돌아갈 거라는 세간의 짐작과 달리, 심사위원장 A. C. 그레일링은 결단력 있는 어조로 다음과 같이 이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의 작품에 손을 들었다. “몇 년간 정말 좋은 작품들이 상을 받았지만, 올해 수상작은 걸작이다. 이 작품은 세계문학의 카논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런 눈부신 찬사와 예언은 책을 읽은 각 언론사 서평가들과 문학가들의 입에서도 연이어 쏟아져나오면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태즈메이니아섬 출신의 이 작가는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이라는 ‘현대의 고전’을 쓴 작가로 영문학사에 길이길이 각인되었다. 일례로 『워싱턴 포스트』의 론 찰스는 “이 매혹적인 작품은 세계 최정상의 작가가 쓴 전쟁소설의 고전이다. 코맥 매카시 『더 로드』 이후로 이처럼 날 뒤흔들어놓은 작품은 없다”고 했고, 미국공영방송라디오 해설가이자 작가 앨런 츄스는 “리처드 플래너건이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를 썼다”라고도 평했다.
수상 이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고향 태즈메이니아섬의 삼림개발 정책을 두고 “호주인으로서 부끄럽다”며 토니 애벗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해 기사화되기도 했던 그는, 『르 몽드』 『데일리 텔레그래프』 『쥐트도이체 차이퉁』 『뉴욕 타임스』 『뉴욕커』 등에 문학, 예술, 환경 등에 관해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관련 저서를 펴낸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이민자로서의 선조들의 역사와 나라에 대한 애정은 작가가 ‘영혼의 역사’라고 부른 초기 3부작 『어떤 강 안내인의 죽음』(1994), 『한 손으로 치는 손뼉 소리』(1997), 『굴드의 물고기 책』(2001, 2002년 영연방 작가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픽션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 필수불가결한 진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학을 통해 ‘개인’과 ‘역사’의 관계망에서 진정 ‘인간의 영혼’을 건져내는 작가, ‘태즈메이니아섬의 호메로스’로 불리는 리처드 플래너건은, 2014년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로 또다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문학상을 받아 상금 4만 달러를 원주민문학재단에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73년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트레일리 작가 패트릭 화이트의 뒤를 잇는 오늘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그의 작품들은 42개국 이상으로 번역되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사랑받고 있다.
전쟁 전과 후의 달라진 두 세계를 방황하는 현대판 오디세우스,
그 어두운 무의식이 굴리는 사랑과 공포의 빛나는 수레바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타이-미얀마 간 ‘죽음의 철도’ 라인에서 살아남아 현재 잘나가는 의사이자 화려한 전쟁영웅이 된 외과의 도리고 에번스다. 기본 줄거리는 도리고 에번스가 젊은 날 전쟁터로 출정 전 우연히 만난 자신의 젊은 숙모와 나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기억과, 차후에 철도건설 현장의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겪는 잔혹하고 비참한 현실이 주된 이야기 배경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괴로워하는 삶의 어둡고도 치열한 두 여정을 보여준다. 굶주림과 전염병과 폭력이 난무하는 빗속의 정글에서 시시각각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일본군 전쟁포로들의 철도건설 작업장 라인 과, 그로부터 살아난 생존자들과 전범들이 뻔뻔하고도 무감하게 영위해나가는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은, 비루하고 남루한 삶을 굴리는 거대한 역사의 두 수레바퀴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라인’으로 대변되는 전장의 아슬아슬한 생사의 선線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전후 일상으로서의 원圓의 대비로 이뤄진다. 이 두 세계를 가로지르는 도리고의 어두운 무의식을 드문드문 환히 밝히는 빛, 그것은 이 작품의 첫 문장을 여는 ‘태초의 빛’이자, 자신의 가슴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게 해준 삼촌의 아내 에이미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찰나가 퍼뜨린 진정한 삶의 빛이다.
따라서 『오디세이아』가 전장에서 승리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모험을 겪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이야기한다면, 이 책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온갖 모험과 고초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의 방황하는 기억의 여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탄탄하고 잘 손질된 매 장면은 이 현대판 오디세우스 도리고의 기억과 현실의 바퀴에 의지해 교차로 주요 풍경이 펼쳐진다. 전쟁과 사랑이 지닌 파멸과 공포의 두 얼굴이 만화경처럼 돌아가며 폐허가 된 전장과 일상을 비춘다.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작가가 묘사하는 전후 생존자들의 삶이다. 여기에는 일본군 밑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했던 조선인 인물 최상민도 있다. 목숨 때문에 일본군의 수족으로 평생을 살았으나 마지막에는 강자독식 위주로 굴러가는 전범재판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일본군 나카무라 소령과 고타 대령의 전후 행적은 또하나의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혈액은행의 중역이 되고 선禪 명상가로 거듭난 고타와, 암에 걸려 선량한 부인의 병 수발을 받으며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선을 끝없이 정당화하는 나카무라. 이들은 중년이 되어 뚱뚱한 돈키호테처럼 변한 도리고를 비롯한 오스트레일리아 생존자들의 마취당한 듯한 비참한 일상과도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아버지의 경험담, 역사 기록, 버마 철도와 일본군 경비병 생존자들과의 만남과 취재를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신음하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고 압축적으로 묘파해 보인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가족과 나라에 대한 애정이 무엇인지,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정체란 도대체 어떤 현실인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도리고와 엘라의 생기 없는 가정이 큰 위기를 맞아 서로의 존재를 되물으며 가족애를 재확인하는 장면이라든가, 잔인무도한 전범이자 살인자 나카무라가 시를 읽고 이웃을 돕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적나라한 전후 삶의 양상들은, 인간관계의 역사에 대한 잔혹하리만치 감동적인 서사시로 화한다.
매 장면이 시적 몽타주로 완결된, 수정같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작품 구성
“12년을 이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다섯 개의 다른 판본을 썼다, 마침내 이 최종판을 내놓기까지.” ―리처드 플래너건
작가의 아버지는 실제로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버마 철도 건설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아버지가 겪었던 참담하고 끔찍한 전쟁의 참상에 대한 기억은 작가와 형제들의 어린 시절을 사로잡은 역사의 트라우마였다.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체험을 듣고 자란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12년간 집필에 매달리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다섯 개의 다른 판본을 썼다고 한다. 그의 치밀한 구상은 이 작품의 제목과 구성에서 먼저 역력히 드러난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The Narrow Road to the Deep North』은 17세기 하이쿠 시인 마쓰오 바쇼의 고전 『오쿠로 가는 좁은 길』의 영어판 제목과 같다. 일본 동북부의 오지를 여행하며 느낀 풍경 감상을 시와 산문으로 적은 바쇼의 여행기에서 느껴지는 간결한 관상의 압축미는, 수십 만 명의 포로들의 피와 뼈가 깔린 타이-미얀마 간 죽음의 철도 라인으로의 여정과 대조를 이루며 역사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작가는 “바쇼의 책이 일본 문화의 최고 정점에 있다면, 내 아버지와 전쟁포로들은 그 문화의 최저 밑바닥에 있던 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제사로 쓰인 파울 첼란의 시구(“어머니, 그들은 시를 써요”)는, 이 작품 속 참혹한 일본군 캠프와 단아한 하이쿠의 극렬한 대비, 역사와 개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작가 의식 등에 대한 재사유를 촉발하며, 이 파토스를 끌고 가는 작가의 놀라운 전략으로 읽힌다. 또한 바쇼와 잇사의 하이쿠 네 편으로 구성된 한 편의 시와 같은 차례는 각 장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전쟁 전후의 테마를 아우르며 그 풍경과 서로 반향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작가의 아버지에게 바쳐진 만큼, 헌사에 ‘339번 포로에게’라고 적힌 번호는 의미심장하다. 이 번호는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혔다시피, 일생 동안 역사라는 고통스러운 기억의 레일 위에 있던 일본군 포로수용소 생존자인 아버지의 번호다. 작가와 아버지의 삶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역사의 화인이자, 그 무게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한 인간의 영혼을 문학의 이름으로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탈고하여 출판사로 보낸 날, 오래전부터 그의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아버지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자는 “리처드 플래너건은 이 작품을 쓰려고 태어났다”는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의 말을 이어받아 썼고, 『인디펜던트』에서는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써낸 것을 분명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라며 고인이 된 아버지의 소원에 비추어 이 작품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을 피력했다.
이 작품에서 도리고가 에이미의 곁에서 읊는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는 그가 사경을 헤매며 눈을 감는 순간에 다시 반복된다. “침몰하는 별” 전쟁영웅 도리고는 죽은 듯 살아 있던 고독한 삶을 끝내고 비로소 죽음의 순간에 다시 가슴속에 있던 그 처음의 빛을 발견하고 이렇게 읊조린다. “정작 그는 자신의 삶이 이제 막 시작했음을 깨닫고 기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