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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징비록-류성룡

by 수레의산 2017. 12. 15.

(징비록, 류성룡 지음. 김흥식 옮김, 서해문집)


  록은 류성룡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 그 일을 기록한 것이다. 난이 발생하기 전의 일 또한 조금씩 기록했으나 이는 난의 처음부터 근본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오호라, 임진년의 화는 참담했으니, 수십 일 만에 한양.개성.평양의 세 도읍을 잃었고 온 국토는 무너져 내릴 정도였으나 임금께서 도읍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도 오늘날 나라를 얻었으니 이야말로 하늘의 뜻이요, 조종의 어짊이 깊은 덕분이었다. 백성들의 굳은 결의 도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그치지 않았고, 임금께서 사대하는 충성심이 천자를 감동시켜 어러 차례 출사했기 때문에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시경 》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해서 후에 환란이 없도록 조심한다' 라는 말이 있으니, 이야말로 징비록을 저술한 까닭이다. - 류성룡의 서문 중에서


  쉽게 말해서 요즘 잘 만드는 '백서'와 같은 것인데, 사실 요즘 만드는 백서를 보면 모두 잘 한 것만 기술하지 잘못하거나 실수한 것은 기술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징비록은 잘못한 것, 실수한 것 등을 모두 적어서 정말 실질적 의미에서 '백서'라고 하겠다.


  징비록을 읽어가면서 우리가 임진왜란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절감한다. 어찌하여 군대의 지휘를 모두 문신들이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중요한 전투를 현장에서 수백리씩 떨어진 중앙에서 지휘를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이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통신수단 이나 교통이 많이 발달했지만 조선시대에는 통신수단이래야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없는 봉화가 고작이었고, 교통 역시 도보나 기껏해야 말이 전부였을 텐데... 그러니 현장에서 말을 타고 전황을 보고하러 임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거기에서 몇차례 회의를 거치고(물론 현장도 모르는 대신들과 임금이) 다시 명령을 하달하는 전령이 현장으로 가고.. 그 사이에 이미 적들은 들이 닥치고...


  또한 임금이라는 것이(내가 평소에 가장 쪼다 같은 왕은 '선조' 라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영의정을 아침에 임명했다가 저녁에 해임하고, 그리고 며칠후에 다시 다른 직책으로 임명하고, 이러니 일관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또 하나 그때나 지금이나 보수라는 것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저 자신과 자신의 일가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참혹한 전쟁속에서도 당파를 일삼고, 감사라는 것이 자기 아들의 벼슬을 축하하기 위해 각 수령들에게 잔치 비용을 부담시키고, 임금과 함께 도망이나 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지금이라고 뭐 다르겠는가? 10년에 걸친 이명박근혜 시절, 국방은 약해지고, 쓸데없는 짓, 사자방 비리, 최순실과 박근혜 일파들의 국정농단... 그러나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소위, 보수들.. 아니 보수를 참칭하는 수구세력들.


  징비록은 모든 지휘관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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