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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종의 기원-정유정

by 수레의산 2017. 12. 26.

(종의기원, 정유정 작, 은행나무, 2016)


  간질병을 앓고 있는 한유진 이라는 소년이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나' 한유진은 26세로, 머리가 좋아 로스클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대학생이다. 어느날 코에서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그 '비릿한' 피 냄새는 간질발작의 전조증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전조증상이 아니고 자신이 피범벅이 되어 침대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2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온 나는 더욱 기절초풍 한다. 거실에는 어머니가 목이 예리한 칼에 잘린채로 누워있었던 것이다.  자신은 며칠동안 간질약을 끊고, 밤에 운동을 다녀왔을 뿐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참을 무릎을 꿇고 있으니 서서히 간밤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간 밤에 자신은 나룻터 쪽에서 어떤 여인을 면도칼로 살해하고, 그 현장을 목격한 어머니와 다투다가 어찌 잘못되어 어머니까지 죽인것이다. 그리고 어머니 방을 뒤지다가 어머니가 쓴 일기책을 보게 되고, 자신이 간질병을 앓은게 아니고 이모가 자신이 '프레데테' , '포식자'로서의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기에는 그 약을 먹고 괴로워 하는 아들을 보며 마음아파 하고 갈등하는 어머니의 고뇌가 적혀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어머니에 대해서 연민이나 마음이 전혀 아프지도 않다. 그저 자신을 26년동안 족쇄를 채운 이모와 어머니에 대한 증오만 커진다.


  그러던중 어머니가 없어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모가 찾아오게 되고, 이모는 '나' 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이모도 살해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의 일기 속에서 이모와 어머니가 자신에게 그런 약을 먹이는 이유가 나온다. 즉, 한유진이 10살때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 유민, 그렇게 4가족이 섬으로 놀러갔을때, 형 한유민과 서바이벌 게임을 하다가 형을 절벽 아래로 밀어 죽이고 아버지는 형을 구하러 바다로 뛰어 들었다가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유진은 끝까지 자기가 잘못해서 형을 죽인게 아니라, 형이 자신을 몽돌로 찌었기 때문이라고, 자기가 형을 죽이지 않고,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우긴다. 그러므로 결국 자기가 그렇게 살인자가 된 것도 모두 어머니가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리화 한다. 물론 이것도 어머니가 본 사실, 즉 자기가 형 유민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밀어 절벽아래로 밀었다는 사실도 다시 기억에 되살아 난다.


   마지막으로 형 유민이 죽고 형과 꼭 닮은 해진마저 살해한다. 해진은 마지막까지 살인마 유진을 믿었고, 유진이 반성할 기회를 주기 위해 자수를 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살인자는 냉철한 사고로(이게 프레데터의 특성인가 보다) 모든 혐의를 해진에게 덮어 씌우고, 원양어선에서 1년동안 떠돌다 돌아온다.


  이 책을 읽으며 몇번에 걸쳐 상상이 바뀌었다. 첨에는 유진이 살해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들어와서 어머니를 살해 했는지 알았다. 해진이가 살해하고 모른척 했거나, 아니면 해진이가 살해하고 최면술을 써서 유진이 살해한 것 처럼 기억을 조작 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다음에는 이모가 어린 유진이의 그림을 보고 섣부르게 판단하여 정신과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고 쉽게 '약'으로 다스린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약을 먹일것이 아니라 상담등 정신과 치료를 제대로 해서 정상적인 인간으로 키웠다면 이런 살인마로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이모의 '프레데터' 라고 진단한 선입견 없이 아버지와 유민의 사고상황을 제대로 판단 했더라면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 마지막 부분에서 유진이 제대로 된 기억을 하는 장면에서는 진저리를 치게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인간이 저렇게 될 수 있는가? 과연 살인마 같은 인간은 태어나면서 정해지는가? 프레데터는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재주도 가졌는가? 정말 인간은 악한가? 인간이 잉태 될때, 그 어머니가 낙태를 결정했었다고 그 한을 품고, 어머니까지 살해하는 악마로 태어날 수 있을까? 하~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