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테사 모리스 스즈키, 서미석 옮김, 현실문화)
북한에서 제대로 된 유일한 고속도로인 평양에서 개성으로 가는 도로는 넓고 잘 닦여 있으며 으스스할 정도로 한산하다. 다른 도로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손수레를 밀거나, 등이나 머리에 커다란 짐을 지고 가거나, 또는 일을 하다 길가에 앉아 쉬거나, 어쨋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 길은 자동차 운전자들을 위한 도로가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서 건설된 고속도로이다. 우리 차처럼 검고 반들거리는 자동차가 아주 이따금씩 지나갈 뿐 몇몇 군용 트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 어느 지점에 이르니 길 한쪽에서 병사 두명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한 사람은 스스럼 없는 태도로 다른 동료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중략)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피배한 후 이어진 혼돈의 시대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부산 부두를 가득 채운 거대한 인파를 볼 수 있는데, 조선에 살던 일본인들이 쫓겨나면서 일본으로 돌아가는 수송선에 오르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300만 명이나 되는 일본인들이 한반도, 대만, 만주와 패망한 제국의 다른 지역에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동안, 비슷한 수의 조선인도 일본과 중국에서 한반도로 귀향했다. 이들은 현재의 동북아시아의 모습을 만든 또 다른 거대한 사람의 물결이기도 한데, 이들의 존재는 거의 잊히고 말았다.(중략) - 책에서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그보다 100년전인 1910년중국과 한국(평양-서울-부산-원산-금강산)을 여행한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여행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여행하면서 100년전과 2010년을 비교하며 상세히 묘사한다. 이들의 여행은 하얼빈에서 시작하여 장춘- 지린- 선양을 거쳐 단둥으로, 그리고 압록강을 건너 평양으로 들어간다. 켐프가 여행했던 1910년의 평양은 아름다웠다고 한다. 모란봉과 대동강변은 깨끗하고 환상적이 었으며, 침략자 일본인들이 일본인들의 거리를 조성하기 시작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일인들은 그들의 주장대로 '병합' 하기 전에도 이미 많은 부분을 침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스즈키는 북한 독재국가가 성립된 평양을 그린다. 모란봉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죽은 김일성 유일독재 국가의 경치를 묘사한다. 그때는 김일성은 죽고, 아직 김정일은 죽지 않았지만, 그녀가 한국어판 책을 탈고할 시점에는 김정일도 죽고 김정은이 권력을 잡았다고 썼다. 선택된 평양시민들, 그 주변의 힘들게 살아가는 북한 인민들... 그리고 여행은(켐프는 이 부분은 기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개성에 도달한다. 개성에서 다시 판문각으로... 10미터만 걸어가면 바로 남한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다시 평양-하얼빈으로 돌아가서 비행기로 서울을 거쳐 판문점으로 돌아와야 하는 기막힌 휴전선... 이게 무슨짓인가?
어떻게 보면 스즈키의 책은 켐프의 여행기를 평가하는 책 같기도 하다. 아마도 켐프가 지은 책의 원제는 (만주, 조선, 러시아령 투르키스탄의 얼굴) 인것 같은데 인테넛에 찾아보니 (조선의 모습, 한국아동의 생활) 로 검색된다. 이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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