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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 최인호 단편집

by 수레의산 2017. 11. 9.

최인호, 청아출판사, 1997


1. 술꾼

   밤마다 아버지를 찾아 다니며, 술을 마시는 아이의 이야기다. 여기 나오는 아이는 아이가 아니다, 술을 어른보다도 더 잘마시는 알콜 중독자이다. 아이는 술집을 순회하며 어머니가 피를 토하고 있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며 아버지를 꼭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는 아버지를 찾기 보다는 그 핑계로 술을 마시는 것 같다. 아이는 어른들나중에는 주머니를 뒤져 돈이 나오자 술을 사먹고 고아원으로 돌아간다. 아이는 고아다. 그러므로 없는 아버지를 찾는 것이다. 아버지를 찾는 고아의 설움과 술에 젖어 사는 어른들에 대한 비판일까?


2. 타인의 방

   바쁜 일상에 찌들린 주인공은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 갈때부터 이웃으로 부터 타인으로 취급받는다. 이웃과 소외된 현대인의 전형을 보여주는듯 하다.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자 문을 두들기게 되고 옆집 사람들이 나와서 왜 남의 집을 두드리냐고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집이라고 하지만, 이웃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하고, 주인공 자신도 그들을 처음보는 사람들이다. 결국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아내는 쪽지를 남겨 놓고 외출중이다. " 친정 아버님이 위독하다. 밥상은 부엌에 차려 놓았다"  라는 쪽지와는 달리 밥상에는 말라 비틀어진 식빵 쪼가리들 밖에 없다. 텅 빈 방에서는 모든 가구들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고, 주인공은 주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나중에는 주인공 역시 비품처럼 꼼짝 못하게 굳어 버린다. 아내는 집에 잠시 들어왔다가 그냥 나간다.


3. 황진이1

   황진이의 절색 소문을 듣고 사흘동안을 걸어 온 나그네는 황진이의 묵은 냉기 흐르는 방에 들어 솔가지를 지펴 방을 덥힌 다음 방의 작은 창문을 열고 피리를 분다. "그 소리는 그의 호흡을 타고 튀어오른다. 피리의 구멍 하나하나를 눌러 내릴 때마다 소리의 실이 풀려서 은빛으로 엉킨다. 그의 손은 때로는 빠르게, 대로는 느릿느릿 그의 피리를 더듬는다. 그의 피리 소리는 슬프고 비애에 가득 차서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공간을 재빠르게 메워 버린다. 피리 위로 뜨거운 피가 돌기 시작하고 피리는 그의 몸 일부분인 양 달아오른다. 돌담 구석구석 이끼 낀 습지로부터 투명한 빛이 튀어오르면서 그가 내뿜는 소리의 호흡과 엉켜 뒹군다..." 피리 소리는 황진이를 벗기우는 것처럼 황진이의 귀로 흘러 들어간다. 명수가 부는 피리는 명창이 알아 듣는가? 황진이는 스스로 일어나 몸종에게 일러 나그네에게 술상을 청하게 된다. 몸종 왈 '나그네가 밤새 피리를 불면 어떻게 할까요' 하니 황진이 왈 ' 내 가야금을 들으면 피리 소리는 그칠것' 이라 한다.


4. 황진이2

   삼십여년간을 정진했던 지족선사를 유혹하는 황진이, 그리고 이 유혹을 막으려는 지족선사.. 황진이는 유혹하고, 지족선사는 물방울로, 나뭇잎으로 그리고 반딧벌레 속으로 영혼을 집어 넣으며 결사적으로 막는다. 그러나 결국 황진이에게 잡히고 황진이의 손 밖을 뛰쳐나갈 수가 없다.

   '인간의 욕망은 한갓 벌레의 욕망과 뜻이 같아서, 인간의 욕망이 한갓 미풍에 떨리는 나뭇잎과 같아서, 하늘을 가리우느 인간의 욕망이 한갓 한줌의 손아귀에 갇혀서 스스로의 몸에 불을 밝힌 채 떠나고 있다.'

   황진이가 나중에 길을 가다가 봉두난발을 하고 있는 미치광이를 발견하다. 이 미치광이는 지족선사를 암시하는 듯 하다. 삼십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인가? 아님 인간의 욕망, 그중에도 정욕은 이리도 참기 어려운 것인가?


5. 모범동화

   학교 앞에서 잡화상을 하는 털보 강씨를 골탕먹이는 아이. 이 아이는 생김은 아이 이지만 실은 어른이다. '술꾼'에 나오는 아이처럼 어른이다. 털보 강씨가 국민학교 아이들을 상대로 야바위를 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사행성 야바위에 당했지만 이 아이는 오히려 털보 강씨를 골탕먹인다. 100이면 100번 털보 강씨를 이긴다. 이에 격분한 강씨는 더욱 더 큰 도박을 벌이게 되고 결국 아이에게 계속 당하자 자살한다는 이야기다. 형식은 동화이고 아이가 주인공이지만 야바위, 사기, 협잡에 대한 어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고발이라고 한다.


6. 포플러

   대장장이는 높이 뛰기를 잘 했다. 한때 2미터 30센티미터 까지 뛰었으나 좀 무리하다가 다리를 다쳤다. 그러나 아이들의 부추김으로 계속 뛰다가 다리를 다쳐 못뛰게 된다. 계속해서 높이 기를 바라는 아이들을 위해 포플러를 심고, 매일 뛰어넘는다. 포플러가 자람에 따라 그 높이 까지 뛸 수 있다는 논리다. 포플러와 아이들은 계속 자람에 따라 대장장이는 점점 늙어간다. 이도 빠진다. 대장장이는 포플러 높이 보다 더 높은 하늘나라로 갔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 마을에 가 보았을 때 포플러도 늙어 나뭇잎들도 시들었다.  아이는 이제 마당에 아주 더디게 자라는 사과나무를 심고 그 나무를 매일 뛰어 넘을것을 생각한다. 포플러 뛰기나 사과나무 뛰기나 모두 어떤 이상을 쫒음이 아닐까?


7. 침묵은 금이다

  

8.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개천의 다리밑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도 거지였다. 아버지는 '노마' 였는데 그 아들의 이름도 '노마'라고 지었다. 그의 어머니는 미친 여자였는데 '이 아이는 이담에 자기의 아이를 마구간에서 낳게 될 거예요' 라고 말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그날 홍수로 떠내려 갔다. 그들 부자는 집이 없어서 아무데서자 잤다. 집을 갖는게 소원이었던 작은 노마는 나무 위에서 잤다. 아버지는 굴뚝 밑에서 자다가 죽었다. 아버지는 찌그러진 깡통과 부러진 안경, 찢어진 담요와 남루한 옷, 동전 몇 닢, 그리고 찢어진 성경 한 페이지를 남겼다. 그는 자기의 집을 가지기 위해 언덕 위에 집을 지었지만 사람들이 와서 때려 부쉈다. 그래서 돈을 벌어서(동냥을 해서) 마침내 예순일곱 살에 아주 작은 집을 소유할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집. 그러나 그 집마저 도시공원을 짖기 위해 철거되었다. 그에게 주어진 보상금으로는 다른 어느 곳에도 집을 지을 수 없었다. 그 돈으로는 한잔의 우유와 식빵 두 개, 말린 건어물, 그러고 나서 우표 한 장 살수 있는 돈에 불과했다. 그는 결국 공원에 들어가 자기 집이라며 살았다.


9. 가면무도회

   신문사 기자인 이문후는 언론이 현실의 보도는 못하고 그저 감각적인 보도만 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 그러나 앞장서 이에 반항할 생각은 못한다. 그저 한 두마디 부장에게 불만을  말 할수 있을 정도다. 사건도 반공포로가 제3국인 브라질을 선택하여 그곳에서 20여년을 살았다. 그가 1주일간을 기한으로 고국 여행을 왔다. 그래서 예전의 약혼녀를 찾아 보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한다. 그 상대편 여자는 이미 결혼을 했을 것이며 가족이 있으므로 찾아 주어야 하는지를 망설인다. 그러나 부장은 이벤트성 기사를 위하여 언론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사진을 공개한다....

거대한 언론의 흥행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정도는 우습게 알고 있는 부장에 대하여 불만이 많지만 적극적으로 막지도 못한다. 그렇게 반공포로와 그의 옛 약혼녀, 그리고 약혼녀의 아들이 TV에 나와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를 보며 이문후는 생각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책임은 아니고, 모두 잊혀지리라며 자신의 책임을 뒤로 한다.


10. 깊고 푸른 밤

    대마초 사건으로 가수의 생명이 끝난 유명가수 김준호와 작자는 미국으로 여행을 간다. 물론 김준호는 이미 미국에 와 있고, 여행비자 기간도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준호는 여전히 대마초를 피우고 있다. 한 사람은 대마초로 인한 출연금지의 상처와 끝없는 작업의 피로를 피해 미국에 와 있으나 그 역시 자유는 미국인의 자유이며 그들의 자유는 아니라는 생각에...


11. 산문

   법운의 출생과 낙태를 한 여인의 천도재를 지내면서 일어나는 일. 법운은 태어나서 절의 대웅전에 버려진 아이였다. 큰 스님의 품에서 자라 스님으로 크다가 대웅전에 불을 지르고 도망 갔었으나 다시 절로 들어와서 스님이 되었다. 그러던중 한 여인이 자기가 낙태한 아기의 천도를 바라는 천도재를 지내 달라고 한다. 법운은 정성을 다해 천도재를 지내주며, 여인과 여인의 아기,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12.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시나리오 형식의 글이다. '매기의 추억'을 배경으로 이이때 부터 어머니가 돌아 가실때까지 일을 이야기 처럼 이어 나간다. 어머니와 함께 12살까지 여탕에서 목욕하고, 그 이후에는 남탕으로... 여전히 어머니와 목욕을 함께 다니며 목욕후에는 만두를 함께 먹으며...

중학교에 다니면서 사춘기를 느끼고, 자전거로 풍만한 여자를 치면서 욕정을 느끼며 그렇게 성장하고, 또 대학교 다니면서 여자를 사귀고 결혼하고, 감독으로 데뷔해서 성공의 길을 간다. 반면 어머니는 점점 늙어가고, 낙상하여 다리를 다치고, 치매에 걸린다. 주인공이 미국에 촬영차 갔을때 어머니는 돌아 가신다. 돌아 가시며 주인공의 꿈에 나타나 이별을 하고... 어머니의 사랑과 그렇게 인생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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