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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토지-박경리

by 수레의산 2017. 9. 29.

ㅇ 기간 : 2017. 6. 27.- 9. 27.

ㅇ  『토지』의 의미는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토지』가 지닌 대하소설로서의 측면이다. 한국문학은 오래 전부터 방대한 분량 안에 가문의 전통을 수놓아 나가는 이야기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토지』는 이러한 이야기 전통의 맥락 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시대의 고전소설인 『완월회맹연』을 논한 정병설 교수가 이 작품의 방대함을 『토지』에 비견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일종의 가문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완월회맹연』의 저자는 사대부 여성이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것은 작가 박경리와 『토지』에서 가장 극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서희가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박경리의 『토지』는 언급한 것처럼 약 25년에 걸쳐서 형성된 긴 이야기로서 한사람의 일대기가 아니라 수세대에 걸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조선 가문소설의 전통에 직접 이어지는 대하소설 양식을 실험해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약 3세대 내지 4세대 정도만을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을 넘어가는 것은 적극적인 이야기화 또는 상상의 작용을 통해서 전승되는 기억과 회상의 방식으로 남겨지게 된다. 『토지』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중요한 주인공인 서희는 경상도 하동 평사리에서 5대째 지주 집안으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최씨 가문을 배경으로 등장하게 되며, 수많은 다른 인물들의 생장 소멸을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양의 가족사 소설 개념으로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서사적 원리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삶을 역사라는 것으로 질서화하려고 하지만, 삶 자체는 그러한 역사로 포괄될 수 없는 무한성을 갖는다. 그것은 역사보다 언제나 다양하고 풍부하다. 역사 기술은 이 모든 것을 결코 다 보여줄 수 없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역사와는 다른 이야기, 즉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설은 인간 삶 자체의 무한성에 근접하는 양식이다. 이 가운데서도 『토지』같은 방대한 대하소설은 이야기가 내포하는 시간성으로 삶 자체의 무한성에 접근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동경을 함축하고 있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토지』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시간상으로 말미암아 구한말에서 해방기에 이르는 근대 한국의 수난을 초극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다종다양한 인간상을 그린 『토지』의 의미
한편 『토지』는 그것이 보여주는 다종다양한 인간상에 주목해 볼 만한 작품이다. 『토지』속에는 서로 다른 신분 사이의 결혼으로 우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서희와 길상이를 비롯하여 숱한 인물 군상들이 등장한다. 긴 이야기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나서 자라고 늙고 죽고, 또 다른 이들이 그와 같은 삶을 이어가기를 ‘반복’한다. 이것을 가리켜 서울대학교의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김은경의 「‘토지’서사구조 연구」에서는 “『토지』의 놀라운 힘 가운데 하나가 끊임없이 등장인물을 증식해 내는 창조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수많은 『토지』의 등장인물들이 행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 자신이 타고난 운명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박경리처럼 운명이라고 하는 지극히 추상적인 문제를 그토록 집요하게 다루어 온 작가도 드물다. 박경리의 장편소설들 가운데 일반에 널리 알려진 『시장과 전장』이나 『김약국의 딸들』, 『파시』의 여성 주인공들은 모두 운명이라는 거대한 초인간적 힘 앞에 서있는 문제적 인간들이다. 『토지』는 이러한 운명의 힘과 그것에 맞서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지극히 다채롭고 풍부하게 묘사해 나간다. 경상도 하동 평사리에 군림해 온 최참판 댁의 혈육으로 쓰러진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서희, 이집안의 머슴 출신으로 서희와 결혼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등 변모를 거듭해 가는 길상, 소작인의 아들 용이와 무당의 딸 월선이, 서희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후 방황을 거듭해 가는 상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인물들의 형상은 조밀하게 직조된 커다란 피륙을 이룬다. 이 피륙은 바로 『토지』라는 이야기로서의 시간이고, 작가는 이 피륙 같고 두루마리 같은 시간으로 이들 인간의 삶에 드리워진 운명이라는 이름의 초인간적인 힘에 맞서고자 하였다.
운명에는 선악이 없다. 그것이 주어진 상황이고 극복하거나 순응하거나 또는 그곳에 관해 생각해야 할 그 무엇이다. 그것은 정치나 윤리로 환원될 수 없는 그 무엇이고, 어떤 개인의 삶 자체의 우연적 총체성을 가르키는 말이다. 『토지』는 그러한 운명들의 거대한 집합소이다. 따라서 『토지』는 식민지 시대를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심층적 의미는 특정한 시대와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토지』의 보편성은 그것이 민족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운명에 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획득된 것이다. 『토지』는 인간에 의해 인간의 삶이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될 수 있는가 하는 한계를 시험하는 두루마리요, 피륙이며, 거대한 벽화다. 이 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도중에 사람들은 바로 인간 삶의 의미와 한계, 또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다.. - 나남출판사 책소개에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토지』를 마침내 다 읽었다. 처음에는 책을 살까 했지만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책값도 만만치 않아서 헌책을 구입할까 했더니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로 작정하고 가까운 도서관을 검색했지만 없기에 결국 충주 학생도서관에서 1~10권까지 대출해서 읽고, 그 이후 충주시립도서관에서 11~21권까지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최명희 작가의 혼불의 주인공인 전라도 양반가의 종부와 토지의 주인공 최서희와 비슷한것 같다. 둘다 여성으로 가문을 일으킨 여자이며 강단있고 배짱있고 영리하고 대단한 여성이다. 나남 출판사의 책소개에도 나왔지만 항상 장편소설에는 등장인물이 많다. 『토지』에도, 혼불에도, 태백산맥에도, 아리랑에도 그렇다. 대략 토지에는 최서희, 길상, 봉순이, 월선, 용이, 조준구를 중심으로 인물들이 등장한다. 최서희가 5살인가? 그때부터 50대 후반까지... 그리고 우리나라로 보면 조선후기, 그러니까 구한말 부터 해방까지 이어진다. 양반들의 뻔뻔함과 일본인들의 패악질, 그리고 민족의 반역자들, 시대변화를 이겨내지 못하는 양반자제들의 갈등.... 하여간 이 긴 소설을 장장 3개월 동안 읽었다. 작가 가 1969년 부터 1994년까지 26년간을 집필한 것을 나는 편하게 3개월에 읽으며 비록 글로나마 그때 시절과 작가의 생각을 읽었으니 돌아가신 박경리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아마도 책을 보유한다면 나중에라도 다시 읽고 싶을거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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