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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등대지기-조창인

by 수레의산 2017. 1. 20.

등대지기, 조창인, 밝은세상,2001


    재우는 등대지기 이다. 남도의 항구도시인 영산에서 꼬박 3시간 가야 되는 구명도의 등대지기 이다. 해양수산청 산하 항로표지과 기능직 공무원 즉 등대원이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100일전 농사에 실패하여 제초제를 먹고 죽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가 혼자서 그의 누나, 형, 그리고 재우를 키웠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좋아하던, 그리고 좋아했던 친구 진난희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했다.  그리고 큰아들, 재우의 형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모든 것은 큰아들 위주였고 큰아들이 잘 되면 집안이 모두 잘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졌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인간적으로는 싸가지 없었던, 그 형은 고시공부에 몇번 실패하고는 다른 직장을 선택했다.


    재우는 왜 모든 일이 형 위주로 되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또 형에게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속으로만 했다. 그의 어머니 역시 작은 아들에게 살갑게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아이 셋을 키울 따름이고 모든 일에 장남 위주로 행동했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공고에 가서 직장을 다녀야 하고, 형의 학비를 벌어야 한다고 했다. 주인집 딸 진난희와 함께 국문확과에 가서 시를 쓰자고 했었다. 그는 대학교에 합격했고, 주인집 딸 진난희는 떨어졌다. 그는 어머니에게 그냥 등록금만 대주면 나머지는 자기가 벌어서 다니겠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주인집 딸이 떨어졌는데 네가 어떻게 대학을 갈 수 있느냐고 하며 등록금을 마련해 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취업을 했고 형의 학비를 벌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에 대해 섭섭하고 서러운 마음에 증오를 키우며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닫았다. 하루는 진난희에게 연애편지를 썼다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들켜서 그녀의 아버지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하고,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와 그의 어머니가 남다른 사이라는 것짓말을 하게 된다. 이에 충격받은 재우는 어머니에게 막말을 하고, 그의 형과 대판 싸우고 집을 떠난다.


    원양어선을 타고자 했다. 그러다가 등대원 시험을 보게 되고, 3명이 근무하는 외딴섭 구명도에서 8년을 근무하게 된다. 구명도에서 가족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등대와 갈매기와 파도에게서 치료받으며 다른 큰 희망없이 살아간다. 그러다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떠맡게 된다. 그의 형과 누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맡겼다. 형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한달만 맡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었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때문에 힘들어 한다. 자신을 매번 무시하고, 사랑을 주지 않고 형만 알던 어머니는 늙어서도 치매에 걸려서 자기를 괴롭히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며 짜증내고 화내고, 어머니를 운동시킨다며 괴롭히기 까지 한다.


    그러다가 진난희가 와서 그동안 서울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며 진실을 알게 된다. 자기의 아버지와의 어떤일이 있었다는 것도 거짓말이고, 등대로 해피라는 개를 자신에게 보낸것도, 매년 철마다 옷을 사 보낸것도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어렴풋이 알게 되지만 확신은 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크게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치매환자를 외딴섬에서 모신다는 것은 오히려 어머니에게 좋지 않은 일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거쳐 어머니를 노인요양원에 보내기로 하고 영천으로 모시고 갔다가 어머니를 잃게된다. 밤새 어머니를 찾아 헤매다가 찾게 되고 어머니에 대한 자기의 빗장을 풀게 되고, 어머니의 사랑을 보게 된다. 섬으로 다시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게 된다.


    한편 해양수산청에서는 유인등대를 줄이고 무인등대로 전환하면서 구조조정을 하게된다. 항상 원칙을 중요시 하는 그는 항로표지과장과 갈등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고, 마지막 등대를 지키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홀로 근무하던중 태풍으로 인한 등대가 고장이 나서 어머니를 관사에 홀로 둔채 등탑에 올랐다가 낙뢰를 맞고 엄청난 부상을 입게된다. 등탑 꼭대기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을때 치매에 걸리고 협심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어머니가 등탑꼭대기 까지 올라와 죽으면서 까지 그의 입에 빗물을 흘려주면서 살린다.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그는 구조되어 근 1년간을 치료끝에 비록 하반신이 불수가 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퇴원하여 정소장과 함께 등대로 돌아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은 서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였다. 서로가 말이 없이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으랴? 비록 어머니와 자식 간 이지만, 어머니는 힘들때 그냥 꾹 참지 말고, 아들에게 이러저러 하니 함께 힘을 합쳐 헤쳐나가자. 그리고 아들은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께 이런 일은 이래서 힘들고 서운합니다. 라고 했다면 이 소설의 모자간 처럼 서로가 증오하고, 아니... 서로는 아니고 아들이 어머니를 증오하고 가족과 떨어져 그렇게 힘든 생을 살지는 않을 것일텐데.  그리고 약싹바른 형과 형수가 한달만 봐 달라고 했다고 그 말을 그냥 믿는다는 것도 현실성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나는 어머니를 전문 요양원에 맡기자는 말에 자기 남편이 선거에 출마해서 않된다고 했지만 요즘은 요양원에 맡긴다고 해도 아무 흠이 되지 않는 시대다. 아니, 오히려 그런 치매환자를 전문병원에서 체계있게 치료하고 보살펴 주는게 더 낫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다만, 자주 찾아가서 뵈어야 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거리가 멀어지면 그런것이 지켜지기 힘들겠지.

     이 소설이 쓰여진 2001년과 지금 2017년의 차이는 실로 어머어마 하다. 그때의 요양원 시설과 17년이 흐른 지금의 요양원시설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 내가 2003년에 프랑스의 요양원에 갔을때 그 쾌적하고 좋은 시설에 놀랐지만, 요즈음엔 한국의 시설도 그 못지 않다. 다만 꽤나 경비가 드는 요양원일 경우에 그렇지만... 결국 돈없는 가족들의 경우에는 그런 좋은 요양시설에 위탁 하기는 어렵다는게 문제다. 이런 것을 해결하는 것이 국가와 지자체에서 해야 하는데 아쉽다.

    소설 속의 청장과 항로표지과장등 대부분 공무원들은 참 나쁘게 그려졌다. 뭐 사실이 그렇겠지. 사무실에 앉아서 등대 현장을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들이 가장 똑똑하다는 듯이 물품의 공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더구나 등대로 낚시를 와서 등대원들의 관사를 막무가내로 쓰고, 더구나 치매에 걸린 노인을 석유저장 창고에 감금하는 비인간적인 태도... 자기들에게 대든다고 구조조정 대상으로 찍는일. 근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생각이 든다. 물론 공무원법에 구조조정으로 직제가 폐쇄될때 직권면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 2001년이면 공무원노동조합은 없었지만 직장협의회는 있었다. 2003년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 그랬다면 그렇게 비상식적인 행태는 막을 수 있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구조조정대상으로 확정되고 등대도 폐쇄되는 싯점에서 태풍이 불어오는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혼자 두고 등탑에 오른것이 잘한 일일까? 물론 등대지기는 지기가 있는동안 불을 꺼뜨리지 않는다지만, 나는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일 나였으면 절대 안올라 갈 것이다. 그냥 어머니와 함께 밤을 보내고, 나중에 항로표지과의 잘못된 행태를 고발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를 치료하면서 살아 갔을 것이다.


    어쨋든 서로 마음의 빗장을 걸고 10여년을 살던 아들과 어머니가 마음을 열고 화해해 가는 상황과 나중에 어머니가 주인공을 살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광경, 주인공이 어머니의 마음을 뒤 늦게 깨닫는 광경을 읽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감동적인 소설이다.

    겨우겨우 사다라로 올라와 손등으로 눈가를 닦아주던 어머니가 사무치도록 그리워, 재우는 올고 울었다. 아프지 마, 살려줄게. 스러진 아들의 가슴을 톡닥이며 했던 그 말을 떠올리며, 재우는 꺼억거억 통곡했다. "어미가 되어서 언제나 널 울리기만 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이젠 그만 울어라. 어미 때문에 우는 건 아주 나쁜 일이란다. 어미 때문에는 더는 울지 말아라"  - 책의 본문중에서


    희망도 계획도 없이 아무렇게나 살다 아무 곳에나 쓰러져 죽어가길 원했던 사내가 있었디. 그 사내를 기꺼이 받아준 등대였다. 가족도 사랑했던 사람에게서도 버림받은 외로운 영혼, 그 영혼을 두 팔 벌려 감싼 등대였다. 사내는 그게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8년이었다. 비바람과 폭풍우, 뙤약볕과 혹한 속을 함께 달려온 세월이었다. 그 세월 동안 등대는 사내에게 벗이었고 연인이었다. 하지만 떠나야 한단다. 등대지기를 떠나 보낸 등대. 등대지기의 숨결이, 욱체가, 영혼이 담기지 못한 등대는 온전한 모습일 수 있을까? - 본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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