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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눈먼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

by 수레의산 2017. 1. 21.

(눈먼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 옮김, 해냄 2009.)

 

    어느날 신호등 사거리에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차들은 서로 먼저 가려고 부르릉 거린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었다. 바뀌자 마자 각가의 차선에 있던 차들이 달려간다. 그러나 한 차선의 맨 앞에 있는 차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뒤의 차들이 빵빵 거리며 옆 차선으로 돌아가며 맨 앞의 차를 향해 손가락질과 욕설을 하며 지나간다. 맨 앞의 차 안에는 한 남자가 손을 휘저으며 뭐라고 떠든다. 그 남자는 눈이 안보여요! 그냥 하얗게 보입니다. 나좀 도와주세요 하며 소리친다. 맨 먼저 이 남자를 도와주러 온 남자는 이 남자를 집에 데려다 주고 그 사람의 차를 훔쳐서 간다. 맨 먼저 눈이 멀은 남자는 안과 의사를 만나고, 그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러 왔던 한쪽눈에 안대를 안 백내장의 노인, 검은 색안경을 낀 여자. 사팔뜨기 아이들도 모두 눈이 먼다. 그리고 맨처음 눈이 먼 남자의 아내 등이 눈이 멀어 버린다. 보건 당국에서는 이것이 유행병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눈먼 사람들의 모두 일정한 장소에 수용한다. 수용소에는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그러나 정부에서는 눈먼 사람들을 한 곳에 수용만 했고 제대로 조치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점점 눈이 멀고, 경비서던 군인들도 눈이 멀고, 정부 관계자들도 눈이 먼다.


    수용소 내에서는 음식물을 독점하기 위해 눈먼자들중에 폭력배가 설치게 되고 자기들끼리 다툼을 벌이는 아비규환의 세상... 모두가 눈먼 사람들끼리 모여서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 그러나 단 한사람, 의사의 아내만이 눈이 멀지 않았다. 그녀는 눈이 먼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남편을 포함한 사람들을 안내해 주고 많은 도움을 준다. 수용소내 폭력배들은 배급된 음식물을 독점하며 음식물을 나누어 주는 댓가로 눈먼 수용자들중 여성들이 자기들의 성적 노리개가 될 것을 요구하게 되고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여성들은 강간을 당하게 된다. 의사의 아내는 결국 가위로 그폭력배들중 두목을 죽이고, 또 다른 여자가 그 폭력배들이 들어 있는 병실에 불을 질러 그들을 모두 태워 죽인다. 그후 그들중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죽었을 것이고 의사의 아내의 인도를 받아 밖으로 탈출한다. 그들이 본 바깥 세상은 이미 엉망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러 아무데나 배설을 하고, 서로가 음식물을 찾아 헤메고, 죽은 시체, 그리고 그들을 뜯어먹는 개들...


    그렇게 그들은 눈이 먼채로 살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사 아내의 희생에 고마워 하게 되고, 양심의 눈을 서서히 되찾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도우며 의사의 집에 모여 살다가 드디어 맨 처음 눈이 먼 사람부터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의사의 아내가 눈을 멀게 된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본문 중에서 -

    위의 본문에서 보는 것과 같이 문장부호가 간결하다. 물음표, 따옴표, 느낌표 등이 없이 그저 쉼표와 마침표로만 되어있다. 신경쓰지 않으면 누가 이야기 하는지도 알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매 페이지 마다 글씨로 꽉 차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만일 나도 갑자기 저렇게 눈이 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모든 사람이 다 눈이 멀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또는 모든 사람이 다 눈이 멀었는데 나만 눈이 멀지 않고 있다면 난 어떻게 할까?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모든 생산은 중단되고 그저 있는것만 찾으면서 동물적인 생명 유지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비참한 현실을 볼 용기가 있을까?

     소설에서 작가가 본 눈먼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눈이 멀었을까? 아마도 이기심에 눈이 멀게 되지 않았을까? 지금도 눈 먼 사람들은 많다. 물질에 눈이 먼 사람들, 권력에 눈이 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권력과 금전에 눈이 멀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 박근혜와 집권세력들, 최순실 일당들, 김기춘 같은 인간들... 그들에게 눈이 있다고 보아야 할까? 또 박근혜와 집권 세력들을 아직도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지지 집회에 나가는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일베, 친박 정치인들과 그들을 선택하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도 눈이 먼것 아닐까? 자기들이 가장 비참한 눈먼 세상에 살면서 그들이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인간 아닌 인간들... 이들이야 말로 주제 사라마구가 이야기 한 눈먼자들의 도시에 사는 눈먼자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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