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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by 수레의산 2011. 3. 12.

  ㅇ 책이름 :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ㅇ 저   자 : 설흔.박현찬

  ㅇ 출판사 : 예담

 

      경향신문의 '책읽는 경향'에서 얼핏 본 생각이 나서 읽게 되었다. 연암 박지원에 대한 내 기억은, 조선후기의 실학자, 열하일기의 저자. 호가 연암이라는 사실정도다. 그래서 이 책도 조선시대의 실학 뭐..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나올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책은 소설이다. 연암의 아들 종채가 세간에 떠 도는 아버지의 글이 사실은 다른 사람의 글 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하여 아버지에 대해 글을 쓰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종채는 아버지가 생존해 있을때는 거의 교감이 없거나 글쓰기에 대해 배워본 사실이 없기에 글을 쓰지 못하고 끙끙거리기만 하는 와중에 누군가가(연암의 제자 지문) 아버지와의 생존시 글을 전해주면서 실질적인 글쓰기 공부가 시작 된다.

 

  지문이 전해준  책에는 아버지 연암과 지문이 대화를 통한 수학과정이 씌여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글을 쓰는 방법을 은연중에 알려주게 된다. 그러나 지문이 전해준 책에 있는 글은 평소 아버지 연암이 썼다고 생각한것이나 대부분 지문이 아버지의 숙제에 대해 답한 글들이기에 정말 아버지의 글이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 처럼 남의 글을 정리한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괴로워 하게 되지만 마지막에 지문이 나타나 자신이 전해준 책은 모두 소설이라고 하여 반전이 된다.

 

  소설속에 간간히 나오는 글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예를들어 지문이 연암에게 가르침을 달라고 하소연 하다가 계속 내치자 글을 써서 연암에게 올린글과 관련된 내용의 글

 

   글이란 뜻을 그려내는 데 그칠 따름이다. 저와 같이 글제를 앞에 놓고 붓을 쥐고서 갑자기 저잣거리에서 오가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을 생각만 하거나, 억지로 경서의 뜻을 무시하고 일부러 경박한 척하여 글자마다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것은, 비유하자면 화공을 불러 초상을 그리게 할 적에 용모를 가다듬고 그 앞에 나서는 것과 같다. 시선은 쉴새없이 움직이고, 옷은 주름이 가득 져서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다면, 아무리 훌륭한 화공이라 하더라도 참모습을 그려내기 어려울 것이다. 글을 짓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글은 다음의 공작관문고의 서문을 약간 빗대서 한 글이라고 한다.

   글이란 뜻을 그려내는 데 그칠 따름이다. 저와 같이 글제를 앞에 놓고 붓을 쥐고서 갑자기 옛말을 생각하거나, 억지로 경서의 뜻을 찾아내여 일부러 근엄한 척하고 글자마다 정중하게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화공을 불러 초상을 그리게 할 적에 용모를 가다듬고 그 앞에 나서는 것과 같다. 시선은 움직이지 않고, 옷은 주름 하나 없이 펴져서 본래 모습을 잃어 버린다면, 아무리 훌륭한 화공이라 하더라도 참모습을 그려내기 어려울 것이다. 글을 짓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소설 중간마다 글 쓰는것, 글읽는 법에 대한것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작자는 연암의 가르침에 따른 종채의 입을 빌려 책 읽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가르쳐 준다. " 정밀하게 독서하라"  무조건 많이 일고 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음미하고 자세히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쳐 준다.

 

  무릇 학문을 하거나 인생을 살면서도 '법고이지변' -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통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  하고 '창신이능전' - 변통하되 법도를 지켜야 한다는 뜻 하여야 한다... 즉 글을 쓰되 옛 글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좋으나 너무 새것만 추구한 나머지 가끔 황당한 길로 가는 경향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 다음과 같은 글로 가르쳐 준다. 이것을 "법고창신"의 정신이라고 한다.

 

  글이 잘 되고 못 되고는 내게 달려 있고, 비방과 칭찬은 남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비유하자면 귀가 울리고 코를 고는 것과 같다. 한 아이가 뜰에서 놀다가 제 귀가 갑자기 울리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기뻐하며 가만히 이웃집 아이더러 말하기를, "너 이 소리 좀 들어봐라. 내 귀에서 앵앵 하며 피리 불고 생황 부는 소리가 나는데 별같이 동글동글하다!" 하였다.

이웃집 아이가 귀를 맞대어 들어보려 애썼으나 끝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러자 아이는 안타깝게 소리치며 남이 몰라주는 것을 한스러워했다.

일찍이 한 촌사람과 동숙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어찌나 우람하게 코를 고는지 그 소리가 마치 토하는 듯도 하고, 휘파람을 부는 듯도 하고, 한탄하는 듯도 하고, 숨을 크게 내쉬는 듯도 하고 후후 불을 부는 듯도 하고, 솥에서 물이 끓는 듯도 하고, 빈 수레가 덜커덩거리며 구르는 듯도 했으며, 들이쉴땐 톱질하는 듯하고 내뿜을 땐 씩씩대는 것이 마치 돼지 같았다. 그러다가 남이 일깨워주자 그는 "난 그런 일 없소" 하며 발끈 성을 내였다.

아, 자기만 홀로 아는 사람은 남이 몰라줄 것을 항상 근심하고, 자기가 깨닫지 못한 사람은 남이 먼저 깨닫는 것을 싫어 하나니, 어찌 코와 귀에만 이런 병이 있겠는가. 문장에도 병이 있으니, 더욱 심하다. 귀가 울리는 것은 병인데도 남이 몰라줄까 봐 걱정하는데, 하물며 병이 아닌 것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코 고는 것은 병이 아닌데도 남이 일개워주면 성을 내는데, 하물며 병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즉 이 말은 글을 열심히 섰는데 아무도 몰라준다면 그것은 바로 귀가 울리는 자가 자기 입장만 생각해서 썼기 때문이고, 자기 글을 남들이 이러쿵저러쿵 비평하는 데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슨 소리일 줄도 모르고 글을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인가?

 

  아들 종채는 글쓰기 수칙 11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치 : 전체의 틀     1. 명확한 주제 의식을 가져라.

                             2. 제목의 의도를 파악하라.

 

혜경 : 구성 방식      3. 단락 간 일관된 논리를 유지하라.

                              4. 인과관계에 유의하라.

                              5. 시작과 마무리를 잘하라.

 

요령 : 세부 표현       6. 사례를 적절히 인용하라.

                              7. 운율과 표현을 활용하여 흥미를 더하라.

                              8.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라.

                              9. 반전의 묘미를 살려라.

                             10. 함축의 묘미를 살려라.

                             11. 여운을 남겨라.

 

  어쨋거나 일반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는다면 공부 한다는 생각에 지루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을 통하여 가르쳐 주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그뿐 아니라 소설의 전개가 흥미 진진하여 책을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 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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