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허수아비 춤
지은이 : 조정래
출판사 : 문학의문학
책을 읽으면서 김용철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 라는 책이 생각났다. 물론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남회장과 일광그룹은 국내의 어떤 특정한 재벌을 나타낸다기 보다, 몇 개 재벌의 특징을 묶어서 그려낸것 같다.
재벌의 사법 처리 때에 등장하는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이 컸고,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민 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문구는 이미 우리나라 재벌들의 사법 처리와 대통령의 사면에 고정 문구로 등장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어떻게 재벌들은 사법 처리만 받으면 그렇게 지병이 발생 하는지... 오히려 부자들보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지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훨씬 많은데도 노동자 또는 사회 운동가들의 지병이 악회되어 보석이 되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게 또한 현실이고 이 소설의 내용이다.
소설은 일광그룹의 남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병보석으로 한달을 살고 나온후에 경쟁사인 태봉그룹의 총수는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도 실형을 살지 않게 된 그 비법(각계 각층에 뇌물 네트워크를 조성)을 만들기 위해 태봉그룹의 인적네트워크 관리자를 스카웃 하면서 시작된다. 박재우는 소위 우리나라 정.관.재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경제학 ‘미국박사’ 이다. 박재우는 인적네트워크의 관리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도표를 그리고 각 부문마다 ‘뇌물구멍’을 만들기 위해 또다른 사람들을 스카웃한다. 명확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정보계통의 고위관리자, 검찰계통, 정부 고위관리자 등을 확보하고 그들을 활용하여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한다. 그 인적네트워크를 관리하기 위해 1조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비자금 조성엔 최고급 주상 복합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모든 자재를 외재로 치장하고 각 부품마다 20%의 비자금을 붙여 조성했다. 그리고 대학교에 3~40억을 들여 세미나실 등을 지어주고 그 건물의 이름에 자기네 그룹이름... ‘삼성학술정보관’ 서울대 ‘삼성암연구소’ 처럼...
뇌물은 명절때와 휴가철에 뿌려 지는데 정.관계는 물론, 언론계까지 무차별적으로 뿌려 졌고, 그 크기는 이용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몇십에서 몇천, 아니 몇억까지..소설을 읽는동안 자꾸만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이 자꾸 연상되는건 왜일까? 물론 삼성만의 이야기는 아닐것이다. 삼성이야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를 했지만 그 외 현대는? 그리고 자기 자식이 골탕 먹었다고 해서 나이트클럽 직원들을 불러다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그 한화는? 요즘 언론에 들끓고 있는 ‘매값’을 던졌던 SK관련사는 또 어떨까? 그들도 이 소설에 나온것과 비슷한 일들을 하지 않았을까?
2010년 12월3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하종강 소장님의 칼럼에서는 외국의 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 한국 사회에서 재벌에 엄하지 않은것은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비롯된다. 재벌이 경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돼 억제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재벌은 엄청난 비자금을 조성해도, 또 누구를 때려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여’ 대부분 집행유예 처벌을 받는다.
99%의 바닷물을 썩지않게 하는 1%의 소금이 있듯이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전인욱’ 같은 사람들이다. 현실에 많이 있는 사회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참여연대등등 그리고 권력의 하수인을 떨치고 오로지 부정부패추방과 공직 사회 개혁을 천명한 공무원노조... 그들이 있기에 이 사회는 그나마 자정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본다. 소설속에서 전인욱은 신태하와 같은 검사였다. 신태하는 권력과 돈을 쫒아 일광그룹의 하수인으로 들어간 반면 전인욱은 권력과 돈을 마다하고 인권변호사, 시민 사회 단체의 대표로 나선다. 시민 사회 대표의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는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술도 끊는 반면, 재벌들은 그들의 도덕성을 훼손하기 위하여 술과 미인계를 쓰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와 같은 치사한 짓들은 지금의 시민사회운동가, 진보 인사에게도 마찬가지로 행해질 것이다. 그러기에 매사에 조심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할것이다. 한번 도덕적인 치명타를 입으면 개인은 물론 시민운동, 진보 진영 전체에 대한 훼손으로 다가올 것이다. 예를들어 몇 년전에 민주노총에서 벌어진 성추행사건 같은 경우 얼마나 많은 욕을 먹었던가!
소설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화도 나고 한편으로 현실 사회의 병폐를 적나라 하게 기술하여 고개가 끄덕여 졌다. 인간의 마음속에 재물욕이 생생히 살아 있는한 세상 사람들은 기업이 잘되어야 자기들이 잘 살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벌들에게 자발적인 복종을 하게 된다는 그들의 말, 그 욕심 때문에 2008년의 18대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정말 괜찮은 야당 국회의원이 줄줄이 낙선하고, 그 뉴타운 공약만으로 현재 여당이 싹쓸이 하였다고 분석하는 말, 그 욕심에 취해 시민들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진실도 듣지 못하는 장님과 귀머거리들이 되어 버렸다는 분석에 암울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런 불합리한 일을 깨버리기 위해 끝없이 일어나는 시민사회단체, 진보단체가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 힘이 솟는다. 앞으로 나도 시민사회운동 단체에 적은 돈이나마 기부하며, 그들의 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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