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右)
모든 동물에게는 두가지 태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있다. 그 하나는 ‘욕망’ 이고, 나머지는 ‘공포’다. 욕망은 간단하다. 먹고,자고,싸는...본능적인 욕구를 안정적으로 해결하는것...
그러나 공포는 어떨까? 공포의 근원은 ‘불확실성’에 있다. 언제, 어떻게, 무엇이 튀어 나올지 모르는 그 ‘불확실성’... 무엇이 있는지 확실한 공포는 극복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이 크게 두가지가 있다. 그 두가지에 의해 ‘좌’와 ‘우’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우’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약육강식의 전쟁터로 이해한다. 그렇게 생존이 상시로 위협받는 약육강식의 환경에선 내가 더 강한 포식자가 되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더 악착같이 그걸 독점해, 우선 내가 살아남아야겠다. 그게 난 굉장히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일단 내가 살아남아야지. 나는 죽고, 옆 사람이 살면 뭘해
그래서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에선 자신이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게 도저히 죄가 될 수 없는 거야. 당연히 생존의 권리. 그래서 더 강한 자가 더 약한 자를 지배하는 것도 죄가 아니다. 마땅한 권리행사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해서 자기 것을 챙겼는데 만약 그걸 누군가 가져가거나 남드로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면 억울해한다. 그러니까 그들의 사유재산은 대단히 중요한거다. 자기가 강해서 획득한 자산. 그걸 남에게 뺏기지 않을 권리, 그겋게 확보한 자산의 차이로 만들어지는 위계, 그렇게 형성된 계급의 유지, 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질서, 그 질서의 지속적 보장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에선 그런 것들이 무척 중요해지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격차로 인한 불평등는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가 되는거다. 뒤처지거나 약한 건 전부 자기 탓이다.
이명박이 항상 나태해지지 말라고 한다. 그 말뜻은 그런거다. 내가 강한 건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잘나서고 내 덕에 내가 여기까지 온 거다. 난 그렇게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다. 열심히 살지 않고, 불평불만 늘어 놓는 자들, 남 탓만 하는 자들, 그 모든 건 자기 탓이다. 그러니 뒤처진 자들은 남 탓할 것 없다. 여기서 남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다. 그러니 날 탓하지 말고, 정권을 탓하지 말고, 네 일이나 열심히 해라 그런 소리다.
노력만으로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사회구조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다. 청소부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게 아닌데, 그런 건 관심 없어. 이명박이 항상 자기는 뭐든 해봤다고 주장하짆아. 내가 해봐서 안다고, 그건 자기는 여기가지 왔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니들도 그렇게 해보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니들은 니들이 못나서 그런 거라는 말이지. 성공한 우의 정형적인 사고 패턴이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무능으로 환원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장악한 시스템 자체에 대해선 시비를 못 걸게 만드는거다. 씨바.
그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우는 공포에 지배당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본능적 대응. 두려우니까, 무서우니까 자신만이라도 살아남겠다며 발버둥 치는 것들의 리액션, 그래서 난 우는 세계관이 아니라 반능이라고 생각해. 공포와 마주한 동물의 반응. 그런 수준의 반응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도 다들 하는 거거든. 식량이 없는 두려운 겨울을 견디고 봄까지 살아남기 위해 가을에 졸라 많이 처먹는 곰의 적응과 하등 차이가 없는 거다.
두려움을 가장 손쉽게 처리하는 방식은 그것을 ‘악’으로 규정해 버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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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의 취약점
좌는 스스로 지적으로 우월하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왜 문제냐면, 좌가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가기 보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다 보니 부지불식간 드러나는 지적 오만이 대중들로부터 좌를 유리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기들끼리만 대단하고 자기들끼리만 정당하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언어로 거대한 담론을 설법하려고 든다. 예를들어 우리 좌파가 입에 달고 사는 ‘신자유주의’란 용어만 해도.. 그 언어로 대중을 설득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은 거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는 자기들끼리의 리그에서 자기들끼리의 언어로 자기들끼리만 잔치를 하고 만다. 자기들끼리 거룩한 순교자가 된다.
※우 는 동물의 세계에서 육식동물로 대별되는 분류로 이해되는 반면, 좌는 초식동물같다. 예를 들어 사자는 자기 힘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운다. 반면 코끼리나 소같은 동물은 서로뭉쳐서 자신의 자식들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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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은 기본적으로 조직적 사고를 한다고. 진보의 뇌가 애초부터 시스템적이긴 하지만, 이건 타고난 퇴가 그렇다는 정도를 넘어 정치적 소수자로 독립운동 하듯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가 후천적으로 보다 강화시킨 사고 양식이라고 봐야겠지. 어떤 사회든 소수자가 단독으로 행동하면 바로 죽는 거니까. 어쨌건 그 경향을 보여주는 일화로 이런 게 있어.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의원을 대거 배출하자 내린 결정 중 하나가 국회의원 세비를 걷어 일정 금액을 제한한다는 거였어.
당의 승리이지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는 거지. 국회 입성하는 당사자들 역시 함께 투쟁해온 동지들 두고 자기만 출세한 것 같아 미안했던 게고. 당직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데 말이지. 하지만 난 말도 안 되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해. 정당이 무슨 구호단체고 동호회인가. 그 세비로 어떻게든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어떻게 하면 덜 미안할까. 어떻게 하면 공평할까를 생각할 게 아니라. 그건 표를 준 일반 국민에 대한 배임이기도 해. 일반 국민에게, 국회의원들이 자당 당원들에게 덜 미안한 게 뭐가 중요해. 일을 더 잘하는 게 중요하지. 그런 도덕적 조직적 강박이 진보 정당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중 하나야.
선거에서 당선이란 정치인이 대중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부채 의식, 그 빚을 한 번에 찾아가는 거다. 노무현이 갑자기 부상해 결국 대통령까지 됐던 건, 노문현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사람들 마음에 예치해뒀던 마음의 빚을 한 번에 인출해 간 거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6.2 지방선거는 진보신당이 사람들 마음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부채를 안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심상정과 노회찬 둘 다 특정 시점에 동반 사퇴를 선언했다고 생각하면, 이념이고 나발이고 사람들은 미안해 할거다. 그랬다면 지금쯤 불어난 이자가 엄청났을 거다.
그런 기억은 매우 큰 잔상을 남긴다. 그건 반드시 인출 가능하다. 사람의 마음은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그런 마음의 빚을 먹고 정치인은 성정한다. 그러니까 진보신당의 가장 큰 오산은 자신들의 최대 자산이 선명하고 차별화된 정책과 노선이라 여기는 거다. 그들이 옳은 일로 고생하고 있는 건 맞다고 여기는 대중의 빚을 6.2지방선거에서 모두 다 까먹었다. 더 큰 문제는 진보신당의 소위 선도탈당파 혹은 독자파는 그걸 아직도 모른다는 거다.
피디는 이성의 영역이 훨씬 강해서 이론 체계가 상대적으로 더 정교하고 학술적이다. 그래서 더 폐쇄적이고 확신범의 경향도 강해서 전투적이고 혁명가 타입이다. 이에 비해 엔엘은 이론 체계가 조악하고, 우파적 감성에 좌파의 이론이 결합된 형태다. 민족주의와 좌파가 공존하는 것 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엔엘은 언제나 대중과 현장을 강조한다. 그렇게 인간적인 싸가지는 엔엘쪽이 더 있다. 피디계인 진보신당은 독자성과 선명성을 강조하고 엔엘계인 민노당은 대중성과 확장성을 말한다. 실제 진보신당의 핵심 간부들은 논쟁적이고 강경한 피디계의 활동가이자 이론가들이다. 그렇게 스스로 고립되는 길을 고고한 선명성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합리화하는 사고 체계를 가졌으니 당연히 선거 연합에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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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자신들이 설득할 대상과 가장 먼 언어로 말하는 이들이다. 계급을 말하면서 시장통 아줌마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를 키워드로 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진보 정당이 구사하는 언어는 이미 자기들이 설득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만 알아먹는 언어다. 신자유주의가 나쁘다는 건 천만 번 동의하는데, 상대가 알아먹어야 메시지인거다. 상대는 못 알아 먹는데 어떻게 메시지인가? 혼자말이지. 정치를 혼잣말로 하면 안된다. 진보 정당이 주장해온 정책들 대부분은 훌륭하다. 세부적인 디테일이야 재원 조달의 문제부터 또 다로 따져봐야겠지만 그 방향성은 항상 훌륭하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자기들의 언어를 직접적인 수혜 대상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방식으로 전달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 사이 실제로 그들이 대변해야 할 계급은 오히려 이명박의 언어에 반응해 이명박을 지지해 버렸다. 이 문제는 언어에서 끝나지 않고 태도의 문제로 바로 연결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연애인데, 사람의 마음을 사는 건데, 연애를 하려면 당연히 내가 누구인지부터 제대로 알려야 한다. 농담도 하고 술도 마시고 손도 잡고 그러다 점점 서로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놓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게 프레젠테이션한다.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자고 한다. 만약 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집과 더 큰 자동차에 넘어간 방증이라며...
※ 진보 진영 특유의 조또 작은 문구에 조또 큰 의미 부여해 조또 집요하게 파고들기도 당연히 이어질 거고. 그 과정에서 진보 정당에 애정을 가진 대중들조차 나가떨어질 거고. 아, 막 그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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