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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노동자 역사 이야기-박준성

by 수레의산 2009. 11. 23.

지은이 : 박준성, 출판사 : 이후

2009년 10월에 독서리더반 교육이 있었다. 4박5일동안 줄창 독서와 관련된 내용만 교육하고, 그중 하루는 종일 책만 읽을수 있는 참 좋은 교육이다.

교육을 받을때 내차를 함께 타고 다닌 동료가 교육 마지막날에 차에서 내리면서 "그동안 신세 많았습니다." 하며 내민 책이 이 책이다. 내가 공무원노조 지부장을 하고 있기에 이 책이 적당할것 같아 골랐단다. 물론 난 박준성 선생님의 교육도 두번이나 받았고, 작은책에 연재되는 선생님의 글도 많이 읽어서 조금 아는 분이다.

선생님은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중학교까지 그곳에서 다니고 이후 대학교 학부 졸업논문을 지도교수에게 도난당하는 일이 있었다. 84년부터 89년까지 규장각 조교를 할때 도서관6층에서 경제학과 4학년 김태훈 학생이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며 떡어저 죽었을때 충격을 받고 역사의 주체인 노동자 민중의 역사를 연구하고 그 역사를 주인들에게 돌려주는 노동자 민중 교육에 투신하였다.

이 책은 크게 네부분으로 나뉘며, 마지막에 선생님의 암투병기가 부록으로 실려있다. 첫부분은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역사 보기'라는 장으로 지금까지 가진자들의 눈으로 만 본 역사를 배워왔던 것에 대한 비판이 실려있다. 백기완 선생님께 쓴 글 형식의 '세월은 흘러가도'에서 자신이 역사교육을 하게 된 동기와 앞으로의 각오 등을 써 놓았는데, 님을위한 행진곡의 유래가 나와있다.

바레프랑소와가 지은 [노동과 역사]의 소개도 있는데 '우리가 어떤 어떤 예술작품이나 과학적 업적을 고찰하고 연구할 때 그 배후에 어떠한 경제적 관계가 숨어 있는지, 또 그 시인이나 사상가가 대표하는 집단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라고 소개한다. 그래서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 혼자 만들었는가?', 또 '국사와 석굴암은 김대성 혼자 건축하였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일제시대에 거짓 희망의 노래(희망의 아침, 복지만리, 감격시대등)을 현혹하였다면, 5공화국때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이라는 노래로 군사정권의 압제를 미화 하였다. 이렇게 권력은 자신들의 의도를 노래로, 또 그림으로 은폐하며 국민들의 의식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모든 역사를 일하는 사람들, 노동자의 눈으로 바라 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 장 으로는 누동자 운동의 역사인데 '메이데이의 유래와 의의, 그리고 노동절의 이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데이는 미국에서 8시간 노동시간 쟁취를 위해 오랜기간 투쟁하였고 여러나라의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쟁취한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인데, 우리나라는 1957년 이승만정권때 이를 3월10일로 빼앗겼다가, 1963년 군사정권이 열심히 일만 하라는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으로 바꿔버렸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5월1일을 메이데이로 되찾으려는 투쟁이 전개되었고 1987년 7.8.9월 대투쟁을 바탕으로 1989년 메이데이를 되찾기 위한 총파업을 벌였고 이러한 결과로 1993년5월1일, 30여년 만에 연세대학교에서 노동절집회를 원천봉쇄 당하지 않고 집회를 열었다. 1994년 법개정과 함께 날짜는 되찾았지만, '노동절' 이라는 명칭은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 후기 흥부가 하던 일이 노동자의 일이고, 비정규농민의 일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노동역사는 길지만, 학교에서 노동의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모의단체교섭을 실습할정도 인데 우리는 그저 암기목적으로 고등학교에 가서야 노동3권을 외워본다. 우리나라도 1900년을 전후하여 여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1920년대부터 본격화한 노동운동이 있었으므로 이에대한 바로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구한말의 노동운동, 한국전쟁기의 조선방직 노동자 파업, 4월혁명에 노동자들이 대거 가담하였으면 서도 그 결과를 직접 노동자들이 하지 못하고, 자유당과 비슷한 민주당에 내준 미완의 혁명, 사북항쟁은 광주.부마 민중항쟁의 징검다리가 되었고, 더 가깝게는 YH무역 노동자 운동은 곧바로 박정희정권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세번째 되새겨 보는 역사인물에 동학농민운동시 전봉준과 또다른 길을 갔던 김개남,황현,이기에 대한 소개가 있고, 차금봉 철도노동운동가, 만공스님과 만해스님의 시각,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농성 여성노동자인 강주룡에 대한 소개도 있다.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5.18 광주민중항쟁은 노동자들이 주역이라는 점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라는 장 인데, 선생님이 주관하시는 [역사와 산]모임에 대한 설명, 그리고 역사기행의 중요한 이유와 역사기행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40%~50%, 현장답사가 30%~40%, 정리와 기록에 20%~30%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요즈음 지리산 둘레길 걷기가 유행하고 있으나, 사전 준비없이 무작정 걷는 길은 다분히 지겹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태백산맥,차령산맥,소백산맥등이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탈하고, 우리의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지질구조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점, 그래서 우리는 '분수령' 이라는, 산을 물을 건널수 없고, 물은 산을 자를수 없다는 산경표에 의한 백두대간이 맞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백두산을 여덟번 오르고, 팔도를 세번 돌아다녀 혼자 만들었는데, 무지한 우리나라 임금이 이를 적에게 의로운 행위였기에 감옥에 가두었다고 하는것이 허구였다는 사실, 그 결과 우리는 무지하고 일본놈들은 유식해서 지도가 귀중한것을 알고 있다는 선전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세대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다.

아직도 친일파들이 미군정에서 승진하여 우리사회의 지도층을 형성하였고 유리한 기반을 바탕으로 자식들을 교육시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상층부, 부유층 20%를 거의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 화제가 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 발행을 방해하고, 폄하 하는것이다.

망월동 묘지에 있는 '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된다' 라고 씌여 있는데 정말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여 두번의 군사쿠데타를 겪었고, 또 지금의 이명박 정권을 출범시키게 하였다.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암 투병기'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수 있겠다. 선생님은 2003년 12월 28일 간암 최종판정을 받고 치료하던중 임파선으로 전이되었다는 진단까지 받게 되지만, 병은 놀아야 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치료하자는 생각으로 목공예에 심취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함께 노력하여 이제는 완치되었고 거의 재발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나는 가끔 유약하게 노동운동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투정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 박준성 선생님의 강의를 듣노라면 물흐르듯 쉽게쉽게 이해가 간다. 커다란 슬라이드를 넣은 배낭을 메고 강의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격정적인 몸짓으로 가슴에 와 닿는 강의는 정말 들을만 하다. 앞으로 선생님이 주관하시는 [역사와 산]에도 한번 참여해 볼 생각이다.

끝으로 선생님의 마음속에 항상 담고 생활한다는, 만공스님의 부도에 씌여있다는 말, 千思不如一行, 즉 천번 생각하는것은 한번 실행함만 못하다는 말.. 그래서 노동운동은 머리보다는 가슴, 가슴보다는 손발로, 몸으로 행해야 한다는 말...참 새겨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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