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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

공군에 입대한 아들에게 쓴 편지

by 수레의산 2007. 1. 25.
 

믿음직한 아들 태호에게

지난번 편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네가 태어나던 날은 너의 탄생을 축하하듯 흰눈이 펑펑 내렸단다. 병원에서 퇴원하여 그 작은 손가락.발가락을 꼼지락 거릴때는 이녀석이 언제나 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새 유치원에 들어가서 재롱을 부리고, 초등학교, 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지만 그래도 항상 아빠에게는 어린아이 같았단다.


그런데 그 어려 보이던 네가 어느덧 군대에 간다고 했어도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군대에 간다니 추억거리는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함께 등산이라도 하고 싶었단다. 그러나 네가 입대전에 계속해서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눈뜨는 그런 생활을 해서 어려웠고 네가 등산은 싫다고해서 실행 못한 것이 아위웠단다.  학기 끝나고 집에와서 그 몇일 안되는 날중 아르바이트 하랴, 게임하랴 너도 시간이 없었겠지만..


좌우지간 드디어 머리깎고 말끔하게 다듬으니 이제 정말 군대를 가는가 보다 하는 대견함이 스치더구나. 군대에 가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 까지 했지만 입대전에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나오자 마자 교육사령부가 있어 점심을 제대로 못먹여 보낸게 지금까지 가슴에 짠하게 남아 있다.


태호야!

너는 항상 남보다 앞서 나가지도 않고 뒤쳐지지도 않는 대한민국 평균은 되는 것 같다. 남들도 다하는 일은 너도 물론 잘해왔지. 군대생활도 그렇게 평균적인 것은 할테고 잘 견뎌 내리라 믿는다. 남자는 군대에 가서 진정 남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아들 태호도 군대에서 진정한 남자가 되는 과정을 잘 견딜꺼라 믿는다.


2007. 1. 15.

네가 입대한날...




남자가되어가는 태호에게

오늘 인터넷으로 공군교육사령부에 들어가 봤다. 옛날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군대도 좋게 되었더구나. 훈련일정의 안내도 잘 되어 있고 앞으로 1월 30일이면  너희들 사진도 볼수 있게 되어 있고 1월 29일부터는 인터넷으로 편지도 보낼수 있다고 하더구나.


물론 입소후 5일째 되는날 최종 합격 결정이 나야 되는거겠지만 너는 당연히 합격할줄로 안다. 집에 있을때 좀 운동좀 많이 하라고 했는데 매일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늦도록 있어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큰 병이 없으면 대부분 합격한다고 하니 그렇게 될줄 믿는다. 이제 자유게시판에 슬슬 어머니,아버지들의 아들을 그리워 하고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거의 대동소이 한 것 같다. 물론 아들들의 마음도 다 비슷비슷하겠지만... 오늘은 이만 줄인다.


2007. 1. 16.

태호가 입대하고 하루가 지난날..



사랑하는 태호에게

벌써 네가 군대라는 곳에 간지도 3일째 되는 날이다. 너희 엄마는 오히려 나보다 더 담담한 것 같다. 아무래도 네가 그동안 학교에 다니느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기에 그런 것 같다. 아마 네가 학교를 집에서 다녔더라면 지금쯤 매일 눈물,콧물에 빠져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수진이가 집에 있으니 생각이 덜 나기도 하는 것 같다. 수진이는 네가 없으니까 컴퓨터를 독차지 하고 앉아서 매일 낮에는 12시까지 자고 밤에는 안자고 있단다. 오빠가 모범을 보였어야 하는데 동생에게 쓸데없는 본만 보였던 것 같다.


태호도 건호처럼 환하게 웃으며 생활하기를 바란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쩔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듯이 너도 군대생활을 즐기기를 바란다.


2007. 1. 17.

벌써 3일째다.


아들에게

이제 합격결정이 하루 남았구나. 내일오전중이면 합격여부가 결정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정들과 진정한 훈련병으로 입단하는 장정들로 나뉘어 지겠지.


네가 들어갔던 날 어느 상사에게 들었는데 입교생이 약 1,500명 정도 된다고 하더라. 그중에 몇 명이나 탈락 될지 모르는데 귀향자들이 창피해서 집으로 안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사령부에서는 인터넷으로 귀향자 명단을 올려 놓는다고 한단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혹시 네가 귀향자로 된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곧바로 집으로 와야 한다.

아니... 집으로 오기 전에 꼭 전화먼저 하고.... 그냥 노파심에서 이야기 해 보는거란다. 어차피 이 편지는 1월 29일 인터넷으로 보내던지 아니면 네가 집에 와서 볼텐데...괜히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내일 합격을 기원하면서 오늘은 일찍 자자... 너도 잘 자거라.


2007. 1. 18.

합격을 기원하며



대견스러운 아들에게

오늘 공군교육사령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아침부터 계속해서 들락거렸다. 오후 2시쯤엔가 귀향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예상했듯이 너는 합격했더구나. 귀향자들이 100명이나 되는데 청주만도 3명인가 되더라. 이 편지를 쓰는 시간에는 이미 옷을 지급받고 입단식을 했을까? 아니면 월요일 입단식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네가 공군 648기가 되는거지? 지금 홈페이지에는 647기 선배들의 5주차 훈련모습이 사진으로 올라와 있다. 이제 우리 태호도 사진이 올라 오겠지?


다음주면 태호 옷보따리가 되돌아 올테고 너희 엄마는 아마도 눈물좀 흘릴게다. 아빠도 네 옷보따리를 볼생각 하니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구나. 그렇지만 싸나이가 되어가는 너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겠지..


아빠는 내일 서울에 있는 도봉산과 관악산을 등산하기로 성민이 아저씨와 약속을 했단다. 너와 함께 산에를 못가봐서 아쉽기는 하지만, 태호가 군대에서 제대하면 함께 갈 기회가 있겠지?


2007. 1. 19.

태호 합격한날



사랑하는 아들에게

이제 월요일이다. 네가 군대에 간지 1주일이 지났다. 세월은 역시 빠르다. 아마도 집으로 보낼 옷은 이미 싸서 보냈을게다. 이제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집에 도착할테지..


토요일, 일요일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구나. 거기도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는지 모르겠다. 아빠는 지난번에 말했듯이 도봉산과 관악산을 다녀왔다. 토요일 서울에 갔다가 거기에서 자고 일요일 관악산(서울대학교 뒷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단다. 도봉산도 그렇고 관악산도 그렇고 서울에 있기 때문에 산행객들이 엄청나게 많더구나.


도봉산은 바위산인데 산행길이 대단히 가파르게 되어 있고 거의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 되는곳이 대부분임에도 여자들도 많고 아이들도 많이 올라가더라. 도봉산 꼭대기에 가면 ‘포대능선’이라고 있는데 옛날에 그곳에 포병부대가 있었단다. 지금도 벙커가 있기는 있는데 폐쇄된지 꽤나 오래된 것 같더라.


서울대학교 뒷산인 관악산은 바위가 거의 여성스럽게 둥글둥글 하고 부드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서울대학교에 목매었던 사람들은 이 관악산을 오르면서 많은 허탈감을 달랬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학교 하면 최고가 아니냐? 하여간 학교를 다니지는 못했어도 아빠는 서울대학교를 두 번이나 갔다왔지.


오늘은 수진이 학교 기숙사 신청서 인터넷으로 보냈다. 이제 3월이면 수진이도 학교로 가고... 엄마와 둘만이 집을 지켜야 할 것 같다.


오늘은 훈련 일정표에 보니까 제식훈련이 있는 것 같은데 처음 훈련이니 다리가 좀 아플수도 있을 것 같다. 옛날에 아빠가 훈련받을때는 얼차레도 많이 받았는데 요즘 군대는 그렇게 심하지는 않겠지?

오늘도 훈련 잘받고 태호 파이팅!!


2007. 1. 22.

이제 일주일됬다.



아들 보아라

오늘 음성에서 행사가 있어 술이 떡이되게 마셨다. 집에 오니 네 짐이 벌써 왔다고 하더구나. 술도 취한김에 네 보따리를 보고서는 쬐끔 울었다. 네엄마도 쬐끔 울었다고 하더라.


그 소화제는 처방전이 없어도 될 것 같은데 그것도 도로 왔더구나.


그런데 이녀석아!

그 편지좀 더 쓰면 않되냐? 그게 뭐냐? 7줄인가? 8줄인가? 수진이가 꼴랑 학교 잘다니라고 까지만 썼다고 뭐라고 하더라. 편지쓰는것도 그렇게 귀찮니? 글이라는 건 자꾸 써야 느는것이고 글씨도 자꾸 써야 늘지. 앞으로 아무리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손으로 쓰는 글씨가 없어지기야 하겠니? 사회생활을 해도 무엇을 해도 손으로 쓰는 글씨는 꼭 필요한거다. 앞으로 편지는 좀 써라. 그리고 수첩이나 그런곳에 매일매일 일기도 좀 쓰고... 그러다 보면 글은 늘게 마련인거다.

1월29일 인터넷으로 편지를 쓸수 있을때까지 매일매일 편지를 써 놓으려고 하는데 너도 그렇게 매일매일 편지를 써 보던지...


2007. 1. 23.

태호 옷보따리 오던날



태호에게

오늘 교육사 홈페이지에 보니 너희들 입단식 사진이 올라왔더라. 1월19일, 그러니까 금요일 불합격자 귀향조치후 곧바로 입단식을 한 것 같더구나. 비록 사진속에 네 모습은 확인할수 없지만 많은 훈련병들 속에 너도 그렇게 늠늠하게 서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제 훈련병으로서 선서도 했고 진정 군인이 되고 싸나이가 되기 위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어제 너희 이모가 와 있었는데 이모하구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갔었다. 근데 아빠가 술이 너무 취해서 노래도 제대로 못했지.. 이제 술좀 덜 마셔야 하는데..


집에 세면기가 고장나서 고치고 현관문도 고장나서 다시 고쳤다. 그러다 보니 늦게 출근하게 되었고 늦게 사무실에서 편지를 쓰고 있다. 이제 퇴근해야지.. 너무 시간이 늦은 것 같다. 오늘도 잘 자라..


2007. 1. 24

태호 군인되어 가는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