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들녀석을 경남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로 입대시키고 왔다. 사실 그동안 천안에서 대학교에 다니느라 떨어져 있긴 했었지만 학교에 다닐때는 전화도 되고 오고 싶을때 올수 있었고 내가 가서 볼수도 있었기에 오늘의 기분과는 좀 다르다.
이녀석은 참 착해서 군대가기 전, 학교 방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60여 만원을 벌어놓고, 그중 20만원을 제 엄마에게 달라고 했는데 그돈마저도 한 5만원정도만 쓰고 15만원을 다시 제엄마에게 반환했다. 그리고 할머니,큰아빠, 고모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여비로 얻은 돈 마저 제엄마에게 맡기고 갔다.
어제.. 그러니까 금요일 서울로 연금개악저지 투쟁 문화제 행사에 갔다가 토요일 늦게 일어나서 아들녀석과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근처에 있는 온천에 가서 목욕하고 겨우 오리백숙 하나 먹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진주로 출발했다. 그동안 군대를 간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줄곧 이야기 하더니 금요일 머리를 깎고 나서는 실감이 나는듯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도 어제 늦게 자더니 진주까지 가는 내내 차안에서 잠만 잤다. 도중 휴게소에서 제 엄마가 사준 어묵 몇개 먹고는 계속 잠만잤다.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놀기의 생활화
입교가 오후 2시이니까 진주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이면 시간이 충분하겠거니 했는데 문산IC에서 내려 물어보니 곧바로 교육사령부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곧바로 차들은 밀렸고 곧바로 정문이 보였다. 식당도 몇개 없고 다른곳으로 돌아 갈수도 없고 해서 우리도 그냥 차를 주차시키고 식당(정말 후져 보이는)으로 들어갔다. 식당안에는 이미 입대장정들과 그 가족들, 친구들로 빡빡하게 들어차 있었다. 메뉴는 삼겹살, 돼지갈비, 갈비탕,육개장등이 있었는데 이건 뭐.. 배짱인지 갈비탕과 육개장밖에 않된다고 한다.
할수없이 아들녀석과 제엄마는 갈비탕. 그리고 나와 딸래미는 그냥 밥만먹었다. 뭐 그냥 대충대충... 점심을 제대로 못먹인게 지금도 가슴이 짠하다.
붐비는 식당
말은 안해도 착찹한 심정일껄..
점심을 먹고 정문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신발깔창, 전자손목시계, 볼펜등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 애엄마는 신발 깔창을 사주자고 하지만 난 그런거 다 필요없다고 무시해 버렸다. 공군교육사령부 정문을 통과하니 곧바로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정문에서 부터 연병장까지 버스로 수송해 준다고 한다.
연병장에는 이미 많은 장정들과 가족들이 와 있었다. 이윽고 장정들은 집합하라는 소리가 들리고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리도 아들녀석에게 군생활 잘 하라며 어깨 몇번 두들겨 주고 연병장으로 들어가도록 밀었다. 한참동안 가족들과 이별의 정을 나누느라 모이는 시간이 꽤 길어졌다. 이윽고 어느정도 모이자 지휘관이 장정들에게 '부모님께 경례' 하고 구령을 하니 이녀석들(약 1천오백명)의 함성소리가 꽤나 우렁차게 '필승' 하는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코가 찌르르...
우리 아이를 포함한 장정들은 뛰어서 장정대기소로 이동하고 우리는 아들을 국가에 맡긴채 교육사령부 시설물을 돌아보고 걱정반, 기대반, 대견스러운맘을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내내 한쪽마음은 '대견스러운 맘' 또 한쪽은 '짠한 맘'이 교차한다.
앞으로 5일동안 인성검사. 신체검사등을 실시하고 금요일 최종 입교판정이 내려진다. 그리고 그후 약 6주동안 기본 군사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아들을 포함해서 오늘 입교한 모든 장정들이 다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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