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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마리 앙투아네트 - 슈테판 츠바이크

by 수레의산 2025. 3. 1.

(청미래 2005, 박광자, 전영애 옮김)

 

    우선 마리 앙투아네트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확 다가온다. 얼마 전까지도 윤석열 대통령부인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는 이야기도 많았었다.  소위 당시 프랑스 국민들이 " 빵이 아니면 자유를 달라,라고 하자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된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게 지금의 진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감정이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이런 사치스러운 여인이 있었나? 이런 여인은 없어져야 한다라는 생각과 당시의 사회로 보면 프랑스 루이 14세, 15세로 이어진 프랑스 국가를 보면 왕은 지존인데, 따라서 왕비도 지존인데 너무 비참하게 생을 마쳤고, 정말 불쌍한 여인이라는 감정이 다가온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합스부르크가의 여황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따님이었다. 당시 유럽의 강국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 와 프랑스 부르봉가,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2 세왕이 세력을 균점하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는 사실 군사적 강국이라기보다 혼인을 통한 인척관계로 대 제국을 유지하고 있던 상태였다. 당시(1765년)에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 보헤미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지벤부어겐, 갈리창, 부코비나, 밀라노, 네덜란드 등을 거느린 대 제국이었고, 마리아 테레지아는 신성로마제국의 실질적인 황제까지 역임하고 있었다.(여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녀의 남편이 형식상 황제였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오스트리아를 위하여 안정적인 동맹이 필요했고, 프랑스 역시 안정적인 동맹이 필요했기에 두 왕가는 결혼동맹을 맺는다. 즉 당시 프랑스 루이 15세의 손자인 왕세자와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인 마리 앙투와 네트 간의 정략결혼이 성사된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15살일 때 일이다. 

 

   두 국가의 정략 결혼이기에 당연히 둘 사이에는 사랑 같은 게 있을 수가 없다. 루이 16세는 17, 마리는 15살이고, 더구나 루이 16세는 특이하게 소심한 성격이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방자한 성격이기에 둘은 처음부터 맞지 않는 결혼을 한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당시 세테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뭐 어쨌거나 1770년 4. 19일 빈에서 결혼식이 올려졌고 5월 16일 베르사유에서 다시 결혼식이 올려졌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서로 맹숭맹숭하고 닭 보듯 했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멋진 신랑이 함께 해주는 것도 아니고 (루이 16세는 성적으로 좀 늦었던 것 같다) 성격상 책을 읽거나 참하게 사유하는 성격도 아니기에 그저 사치와 허영에 들떠 살게 된다. 그런 딸을 항상 걱정해서 마리아 테레지아는 편지를 수시로 보냈지만 그마저도 차분하게 읽어보지 않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히려 사치와 연극, 그리고 파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자유분방한 딸을 달래고, 루이 16세의 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황태자 요제프 2세를 프랑스로 파견하여 일정한 성과를 보게 되고 드디어 마리 앙투아네트가 임신하게 되어 일견 평화를 찾는 듯했으나 여전히 마리 앙투아네트의 자유분방한 생활은 제어가 되지 않는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로코코의 여왕답게 베르사유 궁전 옆에 트리아농 성을 짖고 거기에 프랑스의 농촌 환경을 만들고(겉모습만) 거기에서 환상적인 파티를 매일 밤 열고, 그러므로 해서 가뜩이나 재정이 엉망인 프랑스 재정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마리 앙투와네트는 사람의 힘으로는 조화시킬 수 없는 두 가지를 조화시키려고 했다.  곧 다스리면서 즐기려고 했다는 것이다.  남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면서도 자기 자신은 그때그때의 기분을 무작정 좇고 싶어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루이 16세를 대신해서 매관매직, 공금유용을 했고 적을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그 적들은 그녀에 대해서 레즈비언이라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리게 했다. 그러던 1784년 왕비의 신임에 목마르던 로앙 추기경은 사기꾼의 유혹으로 목걸이를 구입하게 되고, 사기꾼들에게 속아서 목걸이를 구입해서 사기꾼들에게 왕비에게 전달을 부탁한다. 사기꾼은 실제 목걸이를 전달하지 않고 빼돌려 목걸이를 해체하여 다이아몬드를 영국에서 팔아 버린다. 이로 인해서 마리 앙투와네트와 루이 16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을 하게 되면서 프랑스는 시민혁명으로 치닫게 된다. 

1786년 법정에서 사기군 라모트부인은 체포되고 로앙 추기경과 마리 앙투아네트는 무죄가 선고되지만 시민들은 이제 참지 않게 된다. 여기에는 무능한 루이 16세의 처신도 한몫하게 된다. 시민들의 봉기가 거세지자 1789년 5월 삼부회를 소집하고, 그 과정에서 여영부영 하던 루이 16세의 태도로 인하여 오히려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폭발한다. 1789년 7월 바스티유가 습격되고 본격적인 프랑스 시민혁명의 격랑에 빠진다. 1789년 10월 왕 일가는 베르사유에서 파리로 강제 이주 당한다. 이때쯤 마리 앙투아네트는 상황을 깨닫고 수습을 위해 노력하지만 무능한 루이 16세 덕분에 허사로 돌아가고 거의 궁에 감금되다시피 한다. 1792년 6월 20일 왕 일가는 오스트리아로 도주하지만 도중에 잡힌다. 프랑스 시민들은 왕이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갔다고 생각하자 분노가 더욱 넘쳤다. 이제 이들은 국왕으로서의 위엄을 다 빼앗겼다. 1792년 6월 이들은 또다시 탈출을 꿈꾸지만 역시 또 잡히고 국왕의 권한은 정지된다. 이들은 튈르리 궁에서 탕플로 감금되고 아무 실권도 없게 된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실권은 없지만 그래도 국왕으로서의 존엄을 보장받고 있었다. 혁명은 시작이 되면 그 자체의 동력으로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혁명 세력은 왕을 타도하기 위해 시작되었기 때문에 왕이 생존해 있으면 불안하게 된다. 만일 왕이 다시 실권을 잡게 되면 혁명 세력들은 반란범으로 모두 죽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혁명 세력은 왕을 그냥 둘 수 없게 된다. 

 

  드디어 1792년 12월 11일 루이 16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1793년 1월 21일 기요틴으로 처형된다. 혁명 세력들은 자체 권력 쟁탈전으로 치닫고, 그들은 누군가에게 공동의 적을 다시 만들어야하고, 시민들의 눈을 돌려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모든 사태를 몰고 온 당사자' 즉 마리 앙투아네트를 적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1793년 8월 1일 마리 앙투아네트는 콩시에르즈리로 강제 이송된다. 이제 감시가 더욱 심해진다. 동년 10월에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심문이 시작되고, 재판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악마화하는 여론전이 벌어진다. 심지어 그녀가 9살 아들과 근친상간을 했다고 덮어 씌우기까지 한다. 그녀는 그러는 와중에도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1793년 10월 16일 역시 기요틴으로 사형이 집행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가 잘못하기는 했다. 그런데 그들의 잘못은 사실 루이 14세~15세의 강력한 통치에 대한 반향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 그들의 잘못에 비해,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녀의 잘못에 비해 너무 처참하게 처형되었다. 사실 혁명 시기에는 그런 일이 왕왕 있다. 그런데 그들은 당시에 전제국가의 왕이었다. 심지어 루이 14세는 '태양왕'의 칭호까지 붙었고, 루이 15세도 엄청난 여성편력이 있었고, 프랑스 대부분의 적자를 그들이 만들었지만 그들의 모든 죄는 좀 착하기는 하지만 멍청한 루이 16세가 모두 받았고, 근신하지 못하고 허영과 사치에 빠졌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모두 뒤집어썼던 것이다. 

 

   그런데 2024년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소위 '대통령' 인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는 자기들이 무슨 전제국가의 왕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잘못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야당과 대화도 하지 않더니 2024년 12월 3일 말도 되지 않는 계엄을 선포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깨어있는 시민과 부지런한 야당 국회의원, 그리고 투입되었던 계엄군(1980년 계엄군과 다른 신세대)들의 활약으로 즉시 계엄은 해제되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3월 초. 중순이면 최종 판결이 나고, 곧이어 4월 말, 5월 초 대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망해가던 대한민국이 소생할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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