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2013)
솔직히 여기에 나오는 청년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이 이렇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하여간 젊은이들의 불만?, 외로움?, 불안?, 따분함? 나는 20 대 때 그래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야말로 단순하게 살아왔다고 할까? 하긴 내가 태어난 것이 한국전쟁이 끝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내 또래 아이들 중에도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은 꽁보리밥도 배불리 먹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서울의 공장에서는 어린 여공들이 배를 곯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우선 먹사니즘에 바빴던 것도 있겠지.
1 부.
주인공 케이 (한경희) 가 미국 브루클린에 어학연수를 가서 그곳 친구들과 노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나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별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 특히 써머는 아버지 덕에 편안한 삶을 산다. 미국 아이들의 난잡한 생활이 서술되는데, 대마초는 기본이고 각종 마약들도 등장한다. 댄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 꽤 많은 친구인데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정상적으로 보인다. 케이도 그들과 어울리며 놀지만, 곧 한국으로 귀국할 날짜가 다가오자 불안을 느낀다.
2부
서울로 돌아온 케이의 생활. 그의 부모는 한때 공장을 경영하여 부유하게 살았으나 IMF 때 망했고, 절치부심 노력해서 다시 강남으로 들어왔다. 케이는 특히 영어를 잘했지만 다른 것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여대 국제학과에 진학했다. 케이네 가정은 대화가 부족했다. 그녀의 동생은 하루종일 게임에 빠져서 방 안에 틀어박혀 있고, 그의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는데 정년이 가까워오고, 어머니는 마트에 계산원으로 일하며 그저 상류사회에 남기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다. 그리 잘 사는 집도 아닌데 케이는 휴학 중이고 겨우 과외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그것도 어학연수 간다고 그만뒀다. 그저 자존감도 부족하고 허영심에 빠져 매일 홍대 앞에 나가서 그렇고 그런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 떨고, 그리고 술이나 마시면서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케이의 친구 재현 역시 서울에서 사는 중산층? 인것 같은데 역시 무직자다. 매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머리를 박고 그것만 들여다보고 케이와 만나서 수다 떨다가 술 쳐마시고 꼴에 무슨 사회에 불만이 그리도 많은지? 그들은 그렇게 하루하루가 따분하다고 불만이다. 그러다가 둘은 서로를 지겹게 생각하던 차에 별로 큰일이 아닌 것으로 헤어진다.
3 부
어느날 우연히 케이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지원을 만나고 어떻게 하다가 둘은 또 사귀게 된다. 지원의 집은 인천인데 아버지는 공장에 다니고, 누나인 지은은 또 개차반이다. 이 집은 가족 간 대화도 없고 개판이다. 지은은 자신보다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을 쓰는 그저 허깨비 같은 여자다. 술. 담배를 달고 사는 처녀... 이 집도 보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성실한 지원은 케이와 사귀면서 잔업을 포기하고, 그래서 수입이 절반 정도 날아간다. 지원의 아버지는 경력이 오래되니 월급이 올라간다. 회사에서는 어떻게든지 월급이 많은 오래된 노동자들을 해고하려고 갖은 음모를 꾸민다. 노동조합에서 타켓이 된 그를 도와주기 위해 회합을 가졌는데, 이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게 되어 회사에서 고용한 용역깡패에게 얻어맞아 입원하게 되고(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 퇴원하자 회사에서는 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에 스파이 노릇을 하라고 강압한다. 강압에 못 이겨 스파이 노릇을 하지만, 그의 스파이 짓 때문에 노동조합 위원장이 자살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받은 그의 아버지도 자살을 하려고 한다. 한편 자신의 현실은 암담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반해 케이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 깨달은 지원은 케이와 헤어진다. 케이는 자신도 부자가 아니고 별 볼 일 없는 환경이라고 강변하지만 지원은 듣지 않는다. 지원과 헤어진 케이는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간다. 거기서 치킨집을 하는 사람(그는 예전에 기획사를 운영했는데, 그때 정말 어렵게 사는 여자애가 있었고, 그 여자애가 어느 날 생활을 비관해 자살을 했다. 그는 그 여자애가 자살한데 자신이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자책하며 1년여간 술에 빠져 생활했다고 한다)을 만나서 그에게 자신의 상황을 상담처럼 대화를 한다. 그는 케이가 어항 속에 사는 물고기라고 한다. 반면 지원은 야생 바다에 사는 물고기라고, 야생 물고기는 어항 물고기와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이기에 둘은 계속 갈 수 없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치킨집 아저씨가 다른 맘을 품고 있는 것을 보고 도망친다.
4 부
맨해튼에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그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은 일상을 살은 것 처럼,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을 수 없고, 그렇게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는 글을 보고 케이는 생각한다. 세상은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천국이다. 천국에서 자신이 행복한지도 모르고 불만만 했던 것일까? 그녀는 결국 대학에 복학신청서를 내고 다시 세상 속으로 달려간다.
소설 속의 젊은 사람들, 케이, 써머, 댄, 재현, 지원, 지은 등의 대화를 보면 욕설도 많고 허영심, 삶의 목표를 잃은 것처럼 나온다. 요즘 젊은이들이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다면, 2024. 12. 3 계엄 때 국회로 달려가 국회의원들이 계엄해제를 결의하도록 그리 달려갈 리도 없고, 남태령 농민시위 때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밤새워 힘을 보탤 리도 없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리도 없다. 우리 사회의 23~30대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나 같은 사람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아니 나이 먹은 꼰대들보다 훨씬 바람직하고 건강하다는 것이 이번 12.3 계엄사태 때 확인되었다. 나는 이 소설의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과 같은 세대들은 이해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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