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2014
탈북자 세 명이 가족을 버리고 남한에 내려와 거주하면서, 가족을 버렸다는 자책감과 수치심 때문에 삶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두 명은 자살, 한 명은 그나마 딸을 데리고 와서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
주인공 이원길은 지금 중학교 3학년 생인 강주라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동백은 탈북 과정에서 그 가족들의 생사를 알지 못해 괴로워한다. 또 한 사람 강영남 역시 탈북 과정에서 가족을 버리고 왔다. 그들은 수도권 도시의 변두리, 동남아시아인의 거리에 살고 있다. 자유와 행복을 찾아, 혹은 배고픔을 잊고자 탈북하여 남으로 왔으나 오히려 이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가장 먼저 생을 마감한 사람은 동백인데, 그는 친구 영남에게 자신의 가족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으나 영남의 그의 가족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다. 동백은 가족을 버리고 남한으로 온 자신은 행복해질 자격도 없고 평범하게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수치'를 당한다. 그는 일부러 태국인 고깃집의 개를 훔쳐다 개장수에게 판다. 곧바로 발각이 되어 하루종일 태국인 식당에서 수모를 당한 후 그는 자살한다.
한편 같은 사정으로 괴로워하던 강영남은 동남아시아인의 거리를 떠나 강원도 평창으로 간다. 그는 거기에서 자급자족의 욕심 없는 생활을 한다. 당시 강원도 평창은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강원도에 부동산 바람이 불고, 올림픽 특수를 노린 사람들의 욕망이 끓어오르던 시기이다.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건립 부지에서 공사 중 많은 유골이 발굴된다. 이 유골이 거기에 묻힌 사건을 두고 정부에서는 당시 인민군이 학살한 현장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부 시위대는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사장 부근에서 시위를 이어간다. 당시 부동산 부자나 기득권층 사람들은 올림픽 특수를 노렸지만 대부분 촌에 사는 사람들은 올림픽이 열리건 말건, 유골이 거기에서 나오건 말건, 또 직접 증인이 없는 상황에서 그 학살이 인민군이 저질렀건, 미군이 저질렀건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올림픽 특수를 노리던 사업자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눈엣 가시였기에 올림픽 찬성 집회를 이어갔다. 그 상황은 오늘날의 태극기 부대들이 하는 짓과 비슷했다. 노인들에게 돈을 주고 집회에 동원했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협박했다. 때마침 모 신부가 나타나 그 학살 현장을 가지고 연극을 하자고 했다. 강영남은 희생자를 추모한다는 생각으로 연극에 참여하려 하였으나 사업자들의 협박 때문에 연극을 접는다. 그 이후 강영남은 죽음을 참회하지도 못하고 추모하지도 못하는 자신은 더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살을 한다.
시간은 흘러 올림픽 선수촌은 완공되었고, 시위대는 십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강주는 고등학교 입시준비로 학원에서 늦게 들어왔고, 가구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이원길은 강주를 생각해서라도 힘껏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먼저 죽은 동료들의 부탁이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는 탈북자나 조선족을 보면 괜히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유를 찾아, 배고픔을 면하고 더욱더 행복해지고자 오신 분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같은 민족으로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그들을 보고 '빨갱이', 뭐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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