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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안녕 내 모든 것 - 정이현

by 수레의산 2025. 2. 20.

(창비 2013)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죽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이 죽었다. 김일성이 죽었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세 명의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가 시작되어 어느 순간에 모두 잊혀있다가 2011년 김정일이 죽었을 때 다시 나타난다. 

 

   프롤로그 - 지혜의 등장

1. 노란 뚜껑의 작은 유리병 속에 - 세미의 시점으로 

2.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 세미의 고모가 청년기를 즐기다가 결혼하여 나가는 이야기

3. 제가 소년이었을 때 - 준모의 시점

4. 잘려나간 것들 - 세미 할머니댁이 망해가는 과정

5. 세상의 모든 비밀처럼 - 한 때 잘 나가던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

6. 달에서 온 편지 -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모든 것이 잊혔다가 다시 나타난 지혜와 준모

 

세미 - 어린 시절 아빠 엄마와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날 사업이 망하고 엄마 아빠는 이혼 후 엄마는 빚에 도망자 신세가 되고, 아빠는 세미를 부잣집이던 할머니댁에 맡겨 놓는다. 그러니까 세미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당시 반대하던 아들의 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다. 그런 조부로부터 썩 다정한 대접은 받지 못한다. 다행히 당시 고모가 그녀를 많이 보듬어 준다. 

 

지혜 - 지혜의 엄마와 아빠는 대학교수다. 그런데 두분은 자주 다투고 다툴 때마다 폭력이 발생한다. 그래서 지혜는 엄마를 M , 아빠를 D라고 일컫는다. 지혜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다. 한 번 듣거나 본 것은 모두 기억한다. 그래서 항상 머리가 복잡하다고 불평한다. 지혜는 자기의 기억력이 들통나지 않도록 학교 시험도 적당히 틀린 답을 적어 평범한 아이로 보이도록 노력한다.

 

    준모 - 어느날 갑자기 틱 장애 찾아왔다. 그이 틱은 말을 할 적마다 욕을 내뱉는 것이다. 예를 들어 "킁, 아, 씨팔, 씨팔, 좆같아" 하는 식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오해를 받아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쓴다. 준모의 엄마는 준모를 데리고 큰 병원에도 많이 갔지만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그저 처방한 약을 먹는 방법밖에 없다. 심리적인 요인이 많으니 편하게 해 주라는 충고 정도.

 

이 세명은 매일 함께 몰려다니며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며 나름 청소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세미의 할아버지는 건설업을 하는 사업자이고 할머니는 강남의 부자답게 자존심이 세고 속칭 우아를 떠는 사람이다. 고모는 부잣집 따님답게 막무가내로 잘 노는 처녀인데 나이가 차서 검사와 결혼한다. 그 검사는 또 가끔 고모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가정폭력을 행사한다. 

    어느날 할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곧 돌아가신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급격하게 노쇠한다. 겨우 65세인데도. 점점 말도 없어지고, 또 할아버지의 건설회사는 보기보다 견실하지 않았지만, 세미의 아빠와 세미의 고모부(검사) 간 재산 다툼이 벌어진다. 할머니의 저택은 빚에 팔리게 되고,  그 충격에 할머니는 중풍을 맞고 반신불구가 된다. 그렇게 할머니의 말년을 외롭고 가련하다. 어느 날 할머니는 세미에게 아주 작은 소리로 "나, 는, 사, 다, 더, 쓰, 믄, 도, 켔, 구, 나, 아, 무, 도, 모, 르, 게"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도 없는 세상, 아들과 딸이 그저 재산에만 욕심을 내고, 나름 고상하게 살아왔는데 말년에 반신불수의 비참한 생명을 유지하는 것보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은 것이다. 할머니의 머리는 아직 멀쩡한 것이다. 그러니 자존심을 살리고 싶은 것이겠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이겠지. 온전한 정신으로 생각할 때, 만일 내가 반신불수나 아니면 식물인간으로 그저 숨쉬는 충주만 남아서 있다면 인간의 존엄성도 무너지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겠지. 내 누님도 어제그저께 돌아가셨다. 누님은 60세도 되기 전부터 많이, 자주 아팠다. 작년부터 요양원에 계셨고, 9월에는 병원에 입원했는데 의식도 없었다. 그러다가 다행히 11월에 다시 의식은 찾으셨지만 식사를 못 하시고 코로 영양분만 조금씩 넣다가 이번에 결국 돌아가셨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병원에 누워있는 게 과연 인간다움 삶일까? 오히려 고생 그만하시고 돌아가신 게 오히려 다행인 듯싶었다. 나도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등록하긴 해야겠는데 그래도 70은 넘어야 될 거 같다. 형은 벌써 등록했다고 하던데.

 

    세미, 지혜, 준모는 고3 이고 입시준비에 매진한다. 준모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기 위해(우리 욕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으로 가기 위해) 외국어 학원에 다니고 세미도 어머니 극성에 따라 학교에서 학원으로 바쁘게 다닌다. 어느 날 이 세명은 준모가 가기 전에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하고 세미네 집에 모여 수다를 떨고, 맥주도 마셔본다. 1996년 5월 19일  새벽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발견한다. 세명은 어쩔 줄 모르다가 세미는 할머니의 말을 떠올린다. "나는 살아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모르게"라는 말을 떠올리며 친구들에게 할머니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드리자고 한다. 이들은 할머니를 인근 Y시 어느 곳에 아무도 모르게 매장한다. 그 이후 이들은 서로 만나지 않는다. 준모는 외국으로, 세미는 그 이후 매일 끝없는 잠에 빠진다. 세미는 어떻게 되었는지 묘사는 없다. 이들은 모두 사라진다. '안녕, 내 모든 것'처럼...'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미가 아는 집에 갔다가 학원의 광고지에서 지혜의 얼굴을 발견하고 학원으로 찾아온다. 세미는 그날 할머니를 묻어드린 곳이 너무도 정신이 없었기에 찾을 수가 없다고, 지혜는 기억력이 좋으니 함께 가보자고 한다. 그렇게 둘은 Y시를 찾아가지만 결국 찾지를 못하고 돌아온다.  오는 길에 준모의 이야기를 하며 준모는 덴마크령 어디엔가 또는 아프리카 어디에서 잘 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의 삶에 대해 묻는다.  그날, 세미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너무도 정신없고, 순수한 마음으로 할머니를 위해 몰래 묻어 드렸지만, 그건 그래도 그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얕은 지식으로 봐도 사체 유기 행위다. 그래서 그들은 그날 이후 세 명 모두 자기의 삶에서 지워버렸던 것 아닐까? 이제 세월이 좀 갔다. 그들이 아무리 힘든 일을 겪었더도 그래도 세월은 간다. 그렇게 그들도 세월이 흐른 뒤에 어느 지점에 도달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들도 생을 마감할 것이다.  나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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