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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유시민

by 수레의산 2023. 10. 18.

(돌베개 2023)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유시민

1. 그럴법한 이야기와 확실한 진리
   '운명적 문과' 즉 수학이 절대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문과를 택한 사람. 나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시절,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갑자기 문과와 이과로 분반한다고 한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그야말로 시골에 쫌 처지는 아이들이 도시로 유학도 못 가서 그냥 저냥 다니는 아이들과 집안 사정상 유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집 주위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입학하는 학교였다.  

그러다 보니 조금 잘하는 아이들과 아주 못하는 아이들이 섞여있었다. 그때 이과는 수학이 있어 힘들다는 이야기는 바로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이 가는 과고, 문과는 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과로 설명이 되었다. 나는 수학은 좀 못해도 다른 건 평균 이상이기에 그냥 이과를 선택했다. 물론, 이과와 문과는 별로 차이가 없었다. 배우는 과목도 동일했다.  작가 유시민 선생이 이야기한 문과 이과는 대학 때를 이야기하는 거라는 건 안다. 나는 그때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나중에 40이 넘어서 전자계산학과를 야간으로 다녔으니 좀 다르겠다. 

좌우지간 과학을 전혀 모르면서 나와 세계를 공부하는 문과는 그 성과가 절반정도밖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뭐 똑똑한 사람이고, 내가 생각해도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 나는 무엇인가? (뇌과학)
  인간들이 자아, 인간, 성격등을 연구할 때 그냥 하는 것 보다, 뇌과학, 즉 과학을 바탕으로 했을 때 그 성과가 훨씬 뛰어나고 확실하게 규정할 수 있다는 거다. 예전에 뇌과학이 요즘처럼 발전하지 않았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금 누구나 뇌에서 벌어진다는 일이 심장에서 일어난다고 했다고 한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과학을 경제이론에 그냥 접목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이론은 뇌과학에서 인정되는 이론인데, 그걸 빗대에 '한계생산력분배이론' 을 주장했는데, 한계효용 법칙 체감은 우리의 뇌가 처음 접한 느낌을 그다음에 다시 접한다면 그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반면, 노동의 가격인 임금과 자본의 가격인 이자율은 생산에 들어간 노동과 자본의 한계생산력과 일치하고 노동자와 자본가는 노동과 자본이 생산에 기여한 만큼 생산물을 나누어 받는다는 한계생산력분배이론은 스라파라는 학자에 의해 성립되지 않는다고 증명되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어떤 그룹의 총수가 그런 걸 따지며 자기의 연봉을 받는가? 자기가 노동자의 임금과 자기 자신의 연봉결정권을 갖고 있으니 1년 몇천억원씩 받지.

칸트철학, 맹자의 측은지심, 사람들의 변절까지 모두 다 뇌과학을 기본으로 깔고 보면 보다 확실해진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인간의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돌이킬 수 없이 줄어들어 신경전달 물질의 변화가 오고,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신념이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이렇게 대뇌의 성능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시기까지 악과 누추함을 멀리하고 선과 아름다움에 다가서려 노력하면서, 자신에게 남은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내겠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유시민 작가는 나보다 한 살 많다. 나도 언제 대뇌의 성능이 저하하고, 그 결과 생각이 180도 변화될 지 알 수 없다. 내가 인간으로 있는 시간이 좀 더 길게 있도록 노력하고 공부해야겠다. 

3.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생물학)
  맹자는 인의예지신을 하면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절로 생긴다고 하여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하였다. 
  도킨스는 '모든 동식물의 유전자는 동일한 생물학 언어로 씌여졌다.', '생물학 이론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실패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물론 도킨스가 위와같은 문자로 설명하지는 않았고, 유시민 작가가 요약한 것이라고 한다.  읽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우리 인간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데 그 기반에는 유전자적 특성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즉 '이기적 유전자'이기에 유전자는 자기의 생존을 위한 본능이 어느정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어떤 정책을 편다면 그건 100% 실패한다는 것이다. '사회제도는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충돌하면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마르크스를 비롯한 공산주의자들이 사유재산을 없애고, 모든 것을 계획하여 생산하고 분배하는 것이 가능하고, 공산주의 사회의 계획자들은 오로지 인민들을 위해서만 권력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어거지로 사회체계를 구현했기에 필연적 실패라는 것이다. 과거 소련의 지배층인 스탈린을 비롯한 권력층은 무자비했고, 소련 인민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일하지 않았고, 그저 공평하게만 배분을 바랐다. 그 결과 모든 계획된 생산량은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고 초과달성으로 포장되었기에 결국 무너졌다.

  결론은 인문학은 인간 의식과 행동에 대한 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적극 받아들여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4.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화학)
   화학은 어렵다. 특히 나는. 그런데 유시민 작가는 머리가 좋아서 잘 이해하는 거 같다. 난 중. 고등학교 때 원소 주기율표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 아예 골치 아파서...
  작가의 설명은 화학은 미세분석을 통하여(물질-원자-핵.전자)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여 분석하고 이 결과를 다시 환원하는 소위 환원법으로 설명한다고 한다. 인문학도 얼마간은 그러한 환원법을 이용한 해석이 있기는 한데, 과학은 각자의 경계를 넘어 생물학, 화학, 유전학등이 유기적으로 서로 이용하고 도움을 주는데 인문학은 그러지 못한다고.... 아마도 인문학은 좀더 복잡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 설명하고 언어로 정의해야 해서 그런가 보다. 


  윌슨은 과학자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통섭을 행하기 때문에 극적으로 발전했고, 사회과학은 통섭을 거부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디다고 한다. 작가도 일부 동의하는 것 같다.
나야 뭐... 뭐가 뭔지, 무슨소린지 잘 모르겠다. 그저 수소는 원자가 하나이고 전자가 하나라는데... 물이 수소 2 분자와 산소 1 분자, 즉 H2O라는 것 말고는 모르겠다.

5.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물리학)
   덴장, 이건 화학보다 더 어렵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물리 정말 어려웠다. 계산하는 것도 어렵고... 그래서 뭐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뉴튼시대, 아인슈타인시대, 그리고 양자역학 시대가 다 다르다는데... 뉴튼의 만유인력도 골치 아픈데, 거기에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 더 나아가 양자역학은 도저히 모르겠다.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데 뭐 보이는게 있어야지 이해가 가지... ㅋ ㅋ 아마도 뉴튼은 고전역학인 거 같기는 한데. 


  그리고 러셀이 말한 엔트로피? 이게 무질서 도라고? 엔트로피가 높으면 무질서 상태이고, 낮으면 질서가 잡힌 상태라는데, 이게 현 상황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부분 읽을 때 감기에 걸려서 약을 독하게 먹어서 그런지 매일 비몽사몽간에 읽어서 그런지 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써 놓은 글을 일부 베껴보자. (중략) '엔트로피 법칙은 우주의 묵시록이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나는 러셀의 말에 공감한다. 신을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 엔트로피 법칙은 영원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단다. 이 우주에는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오래간다고 의막 있는 것도 아니다.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도 자연에도 생명에도 주어진 의미는 없다.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만큼 의미를 가진다. 길든 짧은 사람한테는 저마다 남은 시간이 있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을 시간을 조금 덜어 이 책을 썼다. 쓰는 동안 즐거웠다. 남들과 나누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남은 시간은 더 길다. 태양이 부풀어 올라 지구를 삼킬 때까지 50억 년이 있다. 우리의 후손이 혹시라도 그때까지 살아남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데 성공한다면 태양과 지구에게 잘별 인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 탈출에 성공한다 해도 빅 칠(우주의 팽창)이나 빅 크런치(우주 중력수축)를 견디지는 못한다. 죽어 없어지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라니 위로가 된다. 물론 이 모두를 쓸데없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인식 주체인 내가 죽고 없는데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하든 말든, 우주가 있든 없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 생각해보니 팟빵에서 박문호 박사의 강의를 들을 때 좀더 세심하게 들어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생물 등등 모든분야에서 박식하신 분인데....

6. 우주의 언어인가 천재들의 놀이인가 (수학)
  갈수록 태산이로구나. 내가 대학을 고3때 포기한 게 수학 때문이다. 작가가 쉽게 썼을 텐데도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 수학자는 거의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일단 '하디'라는 사람이 수학을 '하찮은 수학' - 초등수학이며 응용수학이라고 한다.  또 '진정한 수학' - 고등수학이며 순수 수학이라고 한다.  엥? 난 하찮은 수학도 모르겠다. 그저 산술이나 아는 정도니까.
힐베러트는 수학이 '기호와 논리로 하는 지적 유희'라고 했고, 갈릴레이는 '물리적 실재를 서술하는 우주의 언어'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겠지.... 복잡한 수학 계산식을 보면 저게 어느 나라 문자인지도 모르니까. 나는 유시민 작가도 '천재' 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가도 수학은 거의 이해를 못 했다고 하니까... 뭐 부끄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