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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수레의산 2023. 10. 3.

라쇼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예출판사

일본 소설이라 읽기 싫었는데 제목이 낮익어서 읽는다. '라쇼몽 효과' 라고 전에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가 소개한 적이 있어 읽게 되었다. 


1. 라쇼몽
라쇼몽(羅生門)의 누각에서 쫏겨난 하인이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가발을 만드는 노파의 옷을 벗겨서 도망간다는 이야기, 서로 극한의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벗겨먹는다? 갑,을,병에서 을끼리, 또는 병끼리 서로 벗겨먹는 현재와 비슷하지 않은가? 

 

책에 번역자의 해설에는 굶어 죽기만을 기다리던 하인이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가발을 만드는 노파를 보고 자기도 얼마든지 악행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 들였다고 하는데 글쎄?


2. 코
기다란 코 때문에 고민하던 스님이 막상 기다란 코가 치료되자 오히려 예전의 기다란 코를 그리워하고, 코가 다시 길어지자 안도한다. 가난하고 어렵던 사람이 갑자기 어떤 계기로 부자가 되면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해 하는 것과 비슷? 그러다가 다시 가난해지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질까? 

3. 두 통의 편지
어떤 사람이 초자연적인 현상( 도플갱어 )을 경찰서장에게 보냈다는 편지. 

번역자의 해설로는 아내의 불륜을 애써 부정하기 위해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편지를 썼다는데...

4. 지옥변
그림에 미쳐서 그냥 상상화를 못 그리고 실제 모델을 놓아야 그린다는 화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옥의 그림에서 희생되는 모델이 자기의 딸이 되는 처참한 이야기
결국 그 화가는 그림을 완성하고 대들보에 목을 매어 자살을 한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나쁜놈은 소위 높은 벼슬을 하고 있다는 그 대신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놈은 화가의 딸을 범하려고 했으나 그 딸이 강하게 거부하였고, 괘씸하게 생각하던 차 그 희생자가 화가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정말 나쁜놈이다.  국힘같은 놈

5. 귤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가는 농촌 처녀가 자기를 배웅하는 동생들에게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귤을 던져준다는 이야기
아우라지 철길에 가면 건널목이 지금도 있다. 그 건널목을 지나면 마을이 있고 아이들이 그 옆에서 놀고있다. 자꾸 그 건널목이 생각난다. 

6. 늪지
늪지를 그린 그림을 보고 사실적인 감동을 받았다. 사실 그 그림은 보통의 눈으로 보기에는 좀 이상한 그림이었지만. 
그림이라는 것은 작가의 눈으로, 작가의 가슴으로 감상해야 된다는 이야기 일까?

7. 의혹
일본 농미 대지진 때 사랑하는 아내가 대들보에 하반신이 눌려 빠져나오지 못할 때 마침 불이 나서 아내가 불에 타 죽게 되자 더 큰 고통을 막아준다는 생각으로 아내의 머리를 돌로 찌어 죽게한 남자의 이야기. 그 남자는 그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슴속에 숨겨두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재혼의 기회가 왔지만 아내를 살해했다는 죄의식 때문에 결국 광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과연 그 상황이면 어떤 선택이 옳을 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 

8. 미생의 믿음
밤낮으로 멍하니 꿈꾸는 세월을 보내면서, 그저 무엇인가 다가올 불가사의한 것만 기다리고 있다. 마치 미생이 어둠컴컴한 저녁에 다리 밑에서 영원히 오지 않을 연인을 기다렸던 것 처럼... 미생은 그렇게 그냥 죽었다. 그래서야 되겠나? 

9. 가을
사촌 오빠를 사랑한 두 자매의 이야기, 언니는 동생을 위하여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그러나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고, 동생은 그런 언니에게 미안해 하며 사는데, 언니는 그러면 안된다는 이성이 막지만 사실 아직도 동생의 남편을 좋아하고 있다.  동생집을 찾아 갔다가 돌아오는 쓸쓸한 길...
일본은 사촌 오빠와도 결혼하는가 보다. 이놈들도 영국을 좋아해서 그런가?

10. 묘한 이야기
전쟁에 참여한 남편과 아내간에 텔레파시에 의한 연결이 있다고 남들은 알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 외간 남자와 불륜을...?)

11. 버려진 아이
사찰앞에 버려진 아기, 주지스님이 정성껏 키웠다. 그리고 설법에서 아이의 부모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어떤 부인이 자기가 엄마라고 하고 데려다 아이를 키웠지만 사실은 생모가 아니었고, 그 아이도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 엄마도, 그 아이도 서로가 생모자지간 처럼 지냈다.

12. 남경의 그리스도
창녀 금화는 매독에 걸렸다.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쳔인데 늙은 아비를 부양하고 있다. 그런데 매독이 걸려서 돈을 못 번다. 그래서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어느날 사기꾼 같은  서양놈이 나타났는데 그녀는 그를 예수라고 확신하고 성심껏 대한다. 그 결과 그 사기꾼 서양놈은 매독에 걸리고 그녀는 매독이 완치되었다. 믿기 나름?

13. 덤불속
라쇼몽 효과에 나오는 이야기, 이 책의 실제 제목같은 이야기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야기. 각자는 자기가 유리한 대로 기억하고 진술한다. 아니, 우리의 기억은 실제와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나중에 이야기 하면 기억에 차이가 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14. 오도미의 정조
전시에 주인의 명령으로 고양이를 찾으러 온 오도미와 전시에 빈 집에 들어간 전쟁에 관련된 사람간(신공)에 벌어지는 이야기. 신공은 권총으로 여성을 위협하지만 오도미는 그까짓 거 쏠테면 쏘라며 정절을 지킨다. 그래서 신공은 오도미가 고집을 부리면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그러자 오도미는 그냥 고개를 숙이고 몸을 허락한다. 신공은 그런 오도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오도미를 범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헤어진다. 나중에 오도미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고, 신공은 높은 사람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오도미는 절대 후회하지 않고 현 생활에 만족한다. 과연 오도미의 정조는 무엇인가? 그저 주인집의 고양이만도 못한건가? 아니면 생명을 존중하는 건가?

15. 인사
야스기치(30세, 작가)가 시골 역을 통과하면서 어떤 여자를 만나면서 이어지는 생각의 줄거리, 어느날 그냥 순간적으로 인사를 한 번 했지만 다음번에 만났을 때에는 또 그냥 지나친다. 지나친 후 그녀에 대한 생각. 일상 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그저 자주 얼굴이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자꾸 생활하다 보면 관심이 가고, 좋은 쪽으로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관심이 생겼지만 새삼스레 아는 척 하기도 힘든, 그런?  소심한 사람의 이야기?  나도 그런 경우가 있다. 지금 일 하는 곳에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세 시간 알바, 그들을 또 언제 본다고 아는 척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관심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16. 흙 한 덩어리

아들이 며느리와 어린 손자만 남겨놓고 죽었다. 청상으로 지낼 며느리가 가여워 재혼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그 재혼도 노파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조카를 데릴사위로 맞아 집에 묶어 두려는 속셈이 있다. 며느리는 재혼을 거부하고 그저 일에 파뭍혀 산다. 덕분에 노파는 아이와 집안 살림에 나날이 피로하다. 처음엔 며느리를 자랑하다가 은근히 부아도 나고, 며느리 욕도 늘어난다. 그러다가 며느리가 전염병으로 죽었다.  그런 상황이 노파는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

며느리가 벌어놓은 재산으로 편히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인데...

 

17. 새 개의 창

일본 전함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기분이 좀 나쁘다. 

하여간 전함에서 포신에 매달려 포문을 열려고 하다가 바다에 빠져 죽은 병사, 밤에 성서를 펴고 기도하던 군악병이 포탄에 맞아 죽고, 부하들 앞에서 벌을 받은 하사관이 자존심이 상해 자살. 

전쟁은 무엇인가?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를 죄악은 반성할까? 아니, 지금까지도 위안부, 징병, 징용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일본인은 도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