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생활자의 수기, 도스토옙스키. 이동현역, 문예출판사 1998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주인공 혼자 독백이다. 생각은 그저 방향 없이 흐른다. 한 가지 주제에서 이야기하다가 다른 문제가 나오면 또 그리 흐른다.
1부 처음에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40세 전직 공무원이고 그저 소심한,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큰소리나 치는 찌질이다. 그는 자신이 왜 한낱 벌레조차 못된다고 한다. '모든 아름답고 고귀한 것'을 의식하기 적당한 때 '추악한 짓'을 했다는 건데, 아마도 이 '추악한 짓'은 2부에 나오는 창녀 리자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또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첫째, 나는 누구보다 현명한데 그걸 못 견디곗다. - ㅋ ㅋ 한동훈이가 연상된다.
둘째, 나는 고결하지만 그게 아무 소용없다는게 괴롭다. - 이건 동훈이 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모르겠다.
1부는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이딴 인간이 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고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번역자가 해설해 놓은 것 보면 무슨 좌파를 비난한다는 거라고 하는데... 하여간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르고, 자기가 하는 행동을 스스로 후회하면서도 그냥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주인공은 자존감이 전혀 없다. 아마도 그건 주인공의 성장 배경에 원인이 있는 듯하다. 주인공은 어려서 부모가 다 죽어 고아로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면서 성장했다. 결과 자존감이 없는 반면 사회에 대단한 불만이 가득하다.
2부는 진눈깨비가 내리는 질척한 날에 벌어진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1부의 구체적 사건처럼 생각된다.
관청에서 하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동창들 3명이 그들의 친구(귀족?이며 군인)가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게 되어 송별식을 벌이는데, 워낙 주변머리도 없고 돈도 없는 주인공은 초청을 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오기로 자기도 참석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가 참석하는 게 마땅치 않았는지 그가 모르게 모임 시간을 5시에서 여섯 시로 변경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다섯 시 조금 넘어 모임장소에 도착한 주인공은 거의 한 시간을 혼자서 기다린다. (사실 그는 오히려 약속시간 보다 늦게 도착해서 친구들보다 더 으스대겠다는 생각으로 다섯 시 25분쯤 도착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혼자서 와인을 마시고 술에 취했다. 여섯시에 도착한 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했고, 주인공은 거기에 참여를 하지 못한다. 술이 약한 그는 술만 더 마셔서 취했고, 전근 가는 친구가 낸 술자리에는 끼지도 못하고 혼자서 연회장 내를 3시간 동안 왔다 갔다 했다. 이윽고 술자리가 파하고 이들이 창녀집에 가자 주인공은 돈도 없으면서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자기도 창녀촌에 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들은 자기들끼리만 갔고, 주인공은 뒤늦게 마차를 빌려 타고 창녀집에 도착했다. 그는 창녀집에 도착해서 친구들을 때려주겠다고 별렀지만 이미 친구들은 모두 방으로 들어간 후.
거기에서 불쌍한 창녀 리자에게 일장 훈시를 한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 다른 일을 해야지. 여기 있다가는 너의 인생을 망칠 것이다.' 뭐 이런....
하여간 모자란 이 인간은 주제에 리자에게 자기 집 주소를 알려주고는 또 다음날 알려준 것을 후회한다. 왜냐하면 리자가 자기에게 와서 자기의 실상을 보는 게 싫기 때문에. 에에~ 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작자 도스토옙스키도 정신분열을 알았다고 하는데, 주인공 역시 약간의 정신분열적 요소가 다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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