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다이 시지에, 이원희 옮김, 현대문학 2013)
(주요 등장 인물)
나, 뤄, 안경잡이, 촌장, 방앗간 노인, 재봉사,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줄거리)
아버지는 호흡기 전문의, 어머니는 기생충병 전문의 였고, 친구 뤄의 아버지는 유명한 치과의사 였다. 뤄와 나는 1971년 마오쩌둥의 문화 대혁명시에 브루주아의 아들이기에 아직 고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나이에 농촌으로 재교육을 보내졌다. 뤄는 18살, 나는 17살이었다. 우리가 재교육을 받는 곳은 '하늘긴꼬리닭' 으로 불리우는 산에 있는 마을이었다. 당시에 모든 서적들은 불태워 졌고, 지식인들이 재교육 이라는 명목으로 산촌으로 추방되었다. 더구나 출신성분이 브루주아 라는 이유로 좋지 않기 때문에 언제 다시 도시로 돌아갈지 알 수 없는 그런 엄혹한 시기였다. 그 산속에서 우리는 농사도 짓고, 두 달동안 광산에서 석탄도 캐어야 했다. 타고난 이야기 꾼인 뤄는 영화 이야기를 촌장에게 해 주었고, 영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촌장은 가까운 도시, '용징' 으로 우리를 보내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마을사람들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어느날 인근 동네로 재교육을 온 안경잡이 - 얘네 부모는 문학가와 시인 이었다 - 의 가방을 보게 되었고, 그 가방에 틀림없이 이야기 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끈질기게 안경잡이를 도와주며 책을 달라고 하였다. 한번 안경잡이의 안경이 깨져서 잘 못걸을 때 그의 일을 거들어 주자 안경잡이가 발자크의 소설책을 한 권 주어서 그 책을 밤새 다 읽게 된다. 그 책이 하도 귀하고 감동적이어서 나는 양피지 옷에 좋은 구절을 베껴 넣었다. 그리고 뤄는 발자크의 소설을 재봉사의 딸인 바느질하는 중국소녀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소녀 역시 그 책에서 깊은 감동을 받고, 지식에 목말라 한다. 그렇게 암흑의 세계에서 또 다른 지식의 세계, 상상의 세계에 눈을 뜬 나와 뤄, 그리고 중국소녀는 점점 미지의 세계를 향 해 다가간다. 그래서 다른 책을 좀 빌려달라고 안경잡이에게 애원하지만 그는 절대 주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그를 위해 방앗간 노인에게 민요를 채록해서 주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구전민요 내용이 저속한 이야기 뿐이라고 화를 내었다. 안경잡이는 저속한 구전민요를 자기 마음대로 바꿔서 인민 기관지에 내도록 하여, 도시로 떠날 수 있었다.
원래 내용은 '말해봐. 늙어빠진 이가 두려워하는 건 뭐지?' 를 '말해봐. 하찮은 부르주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뭐지?' 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안경잡이는 얍삽하게 부르주아 출신인 자신들과 자신의 부모를 욕했던 것이다. 하여간 안경잡이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도시로 돌아갈때 우리는 그의 가방을 훔쳤다. 그 가방에서는 너무나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즉 새로운 지식이...
뤄는 계속해서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에게 이야기를 전했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나는 은근히 질투가 나지만 참고, 그녀와 그를 사랑했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지식, 유럽인 소설의 세상에 온통 빠졌다. 우리는 책의 이야기도 재봉사에게 해 주었고, 그 재봉사도 감명을 받았다. 그러다가 촌장에게 들켜 자칫 인민위원회에 불려갈뻔 했지만 치통이 심했던 촌장의 이빨을 고쳐주면서 살아났다.
어느날 신 지식의 섭취로 다른 모습으로 변한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는 도시로 떠났다. 그녀는 발자크 때문에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 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뤄는 그 아까운 책들을 모두 태웠다.
(독후감)
마오쩌둥의 무모한 문화혁명을 다시한번 생각하며, 갑자기 세상이 바뀌면 모두 그렇게 되는가 보다. 중국의 문화혁명, 소련의 스탈린 독재, 캄보디어 폴포트의 지식인 살해등...인간이 사는 세상은 한번에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지식인이, 일부 지식인이 부패하고, 너무 이기적이라 해도 모든 지식인을 싹쓸이 해서는 아니되며, 지식은 결국 전수되어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자 역시 문화혁명때 농촌으로 재교육 받아야 했기에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앞일을 알 수 없는 그런 막막한 시기에 도시에서 안온하게 살던 17,8세의 아이들에게 가혹한 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중국 사람들의 무모함도 놀라웠고, 그렇다 해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서적이 불타고 금서로 지정 되었음에도 일부를 숨겨와 그것을 보물처럼 여기며 새로운 지식을 찾는... 지금 우리로서는 그 흔하디 흔한 책인데도 잘 읽지 않는 것을 반성하게 한다. 아니, 오히려 흔하면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아닐까? 흔하지 않고 구하기 어려우니까 오히려 더 보고 읽고, 외우는 것 아닐까? 나도 더이상 책을 읽지 못할 때가 오기 전에 가능하면 많은 책을 읽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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