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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by 수레의산 2018. 5. 3.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흐베리 호지, 양희승 옮김, 중앙books)

 <오래된 미래>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되어 너무나 기쁘다. 라다크의 교훈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우리 모두가 지역차원의 사회적 생태적 연대를 변형시키려는 글로벌 경제화의 영향력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쓴 이후에도 글로벌 경제를 추진하려는 세력과 그것으로 부터 사람들을 지키려는 세력 사이의 충돌은 날이 갈수록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각국의 정부와 대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본과 에너지 집약적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은 '위로부터 아래' 로 향하는 획일성을 지닌 것이며 지역의 문화 및 생물학적 요구에 지극히 무감각한 것들이다. 글로벌 경제화에 의해 파생된 많은 문제점들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구촌은 지금 테러리즘과 지구온난화, 독성물질로 인한 오염, 방사능, 근본주의 등 공포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희망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다. 적절치 못한 개발 계획들에 맞서 건전하고 유익한 지역 차원의 유대관계를 재건하려는 시민운동들이 힘과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부흥 운동을 통해 상호보완과 협동의 터전이 되는 공동체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공동체 안에서 모든 개인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 요소들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 각자는 공평한 관계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더욱 커질 것이다. 사회의 지배구조가 지역차원으로 복원됨에 따라 사람들은 관료제하의 비효울적이고 파괴적인 정책들에거 벗어나 실질적인 힘을 얻게 된다. 사람들은 풍요로운 자급 생활을 지속하면서 자신들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


이 사람들은 바로 우리의 곁에서 새로운 천을 만들기 위해 베틀을 돌리듯 자연과 인간 본성에 조화를 이루는 인도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에 있어서의 관계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가 있다. 정치적 주장을 담은 적극적인 행동들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사회의 이곳 저곳에서도 이러한 긍정적 움직임들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체와 자연계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총체적인 건강법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면, 신학자들은 교회가 생태 보호를 위한(생략)....  저자의 서문에서...


라다크는 인도의 통치 지역인 잠무와 카슈미르의 접경에 위치하고 있다. 그 곳은 불교도 거주 지역인 레와 이슬람교의 구역인 카르길로 나누어져 있다. 라다크의 면적은 103,599평방킬로미터에 이르고  인구는 13만 명 정도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라다크의 불교문화에 대한 내용과 레 지역과 카길의 잔스카르 밸리에 체류했던 저자의 경험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 - 책의 본문에서

<오래된 미래>는 인도의 지역으로 카슈미르의 히말라야 지역을 넘어 카라코람의 하부에 위치하고 있는 6천미터의 고봉에 둘러싸여 있는 지역에서 지역 공동체로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지속 가능하도록 나아갈 미래라고 하는 이야기다.


먼저 1부는 전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가 1975년에 라다크에 가서 그곳 사람들의 꾸밈없는 행복한 표정에서 감동하면서 시작된다. 대가족과 공동체 생활을 하는 그들은 욕심도 없고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지혜를 가졌다. 어린이 들은 함께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생활의 지혜를 배우고 어느 누구도 혼자 떨어져 있지 않게 한다. 이웃들과의 관계 역시 그러하다. 이들은 '암치' 라고 하는 그들만의 의사제도 도 가지고 있었다. '암치'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수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활태도는 인디언 조상의 지혜를 쓴 조셉 M 마셜 3세의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와 같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옛날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예를들어 밭에 물대는 일을 하는 사람을 뽑아 '처르폰' 이라고 하는 일은 우리의 예전에 '수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수감'은 자체적인 것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때 왜국의 수리조합이 임명하였다는 차이점도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도 오랫동안 수감이 마을의 논에 물을 공급하는 일을 맡아왔다.  또한 수확을 할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일을 하는 것은 우리의 '두레'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라다크 사람들의 공동생활을 하는 모습은 경이롭기 까지 하다.


  라다크에 온 지 오래지 않아 나는 개천에서 옷을 빨고 있었다. 세탁할 옷을 물에 담근 순간 개천 위 마을 쪽에서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내게 다가왔다. "여기서 빨래하면 안 돼요." 수즙은 목소리의 그 소녀는 손으로 개천 아래의 마을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아랫마을 사람들이 마시는 물이에요." "빨래는 저 위쪽에서 하면 돼요. 그 쪽 물은 밭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거든요." -본문에서


이들은 자체 의사를 두었다. 그야말로 '신토불이' 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맞는 약초나 치료 방법을 전수해서 자체 의사로 활동하게 하는 '암치' 라는 제도를 두었는데 이들이 암치의 자격시험을 보는 것은 꽤나 까다로웠다. 또한 '라바' 라고 불리는 샤먼과 '온포' 라고 불리는 점성가도 있었다. 우리의 무당. 관상가에 해당하고, 주역이 필수 과목이었던 것과 비견할 만 하다.


1부의 결론은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고 욕심을 내지 않으며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에서, 비록 춥고 자원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지구의 자원은 오래 갈 것이고 지금처럼 환경의 위험에 놓이지도 않고 탐욕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지구는 탐욕에 빠져 플라스틱이 온 지구를 점령하고, 미세먼지로 인하여 호흡기가 망가지고, 부는 일부에 편중되고 지구의 어느 한 쪽은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가 되는 가 하면, 또 다른 쪽은 굶어 죽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다음 2부는 이렇게 행복했던 라다크가 '개발' 바람에 빠져 서서히 망가지는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인도정부가 1974년부터 이 지역을 관고아 지역으로 개방하면서 그 지역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카슈미르 주정부와 델리에 있는 중앙정부에서 관리들이 개발정책을 추진한다. 이 개발은 서구식 개발, 즉 토건이겠다. 이런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인구가 증가하고, 환경이 악화되고 대기오염이 증가된다. 뭐.... 인구가 늘어나면 우리나라 관리들도 좋아하긴 하지...


외화획득의 통로가 되는 관광산업은 개발계획에 있어 불가결한 부문이다. 1974년 가을 미미하던 관광객 수는 10년 뒤인 1984년에는 1만 5천명으로 늘어났다. 관광객의 유입은 주로 6~9월까지의 4개월 동안 집중되는데 대부분의 관광객은 인구 1만 명의 도시 레를 찾는다.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연쇄적으로 연관 산업의 붐으로 이어졌는데 관광용 숙박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던 레에는 100개가 넘는 호텔과 접객시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관광산업이 물질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라다크 사람들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본문에서


전에 집에서 가족과 함께 농사일을 하던 젊은이는 외지로 나가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일을 한다. 그들은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는 것을 가볍게 보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예전에 돈이 거의 필요 없었다. 돈은 그저 한동안 모아서 귀금속을 살 때나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방이 되고 부터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즉석식품도 살 수 있기에 돈에 대해 민감하게 변하게 된다. 모든 일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공동체는 분열되고 해체된다. 함께 가꾸고 함께 어우러 지던 공동체는 사라지고 모두가 개인주의로 바뀐다. 서로 시기하고 무한경쟁으로 내 몰리고, 개성은 파괴되고 인간은 소외된다. 과연 이런 사회가 행복한 사회일까? 과연 이런 사회를 생각하고 개방을 했을까? 이런 사회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3부는 '미래를 향하여' 라는 소제목으로 이어진다. 라다크 사람들과 다른 소위 선진국의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만 본다. 라다크 사람들은 유럽 선진국의 사람들은 돈도 많고 풍요롭기에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유럽 선진국의 사람들은 라다크 사람들이 춥고, 물자가 부족해서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 선진국의 사람들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일부러 걷고 있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힘들게 산을 오른다. 또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정신과를 찾기도 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유럽사람들은 라다크 사람들이 예전에 행복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양쪽에 진실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한다. 많은 강연을 다니며 이야기 해준다. 개발이 불만족과 탐욕을 부추기면서 1000년이 넘도록 안정적으로 운영된 라다크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과 개발이 추진되면서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래서 '반 개발의 논리'를 펼친다. 서구에서 유독성으로 사용이 금지된 농약이 현지에서는 아무것도 모른체 사용되고 있다든지 하는것. 그래서 1989년 EC가 주최한  회의에서 산업형 농경의 폐해에 관해 환경론다들과 최고 경영자들이 토론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라다크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즉 라다크를 다시 살리자는 운동이다. 환경을 살리고 무분별한 개발을 저지하고 전통을 살리는 운동이다. 인도의 중앙정부에 라다크의 전통 문화부흥과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탄원을 쓰고,태양열 주택과 태양열 오븐, 온실을 만들어 공급한다. 많은 사회활등을 전개하였다. 특히 대중들에게 가장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연극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했다. <라다크여, 뛰기 전에 잘 살펴보라> 라는 연극은 대 성황이었다고 한다. 유럽지역과 북미지역을 순회하며 강연과 세미나도 하였다. 그리하여 '라다크 프로젝트' 라는 국제기구 ISEC를 창설했다. 설립 취지는 생태친화적이고 공동체에 기반을 둔 생활방식을 장려하고 그런 진보적 상황을 더욱 부흥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된 미래>는 앞으로의 미래는 과거 1000년 이상 살아온 라다크인의 행복하고 친환경적인 공동체 생활이야 말로 바람직한 미래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살고 있는 음성군도 개발에만 집중하여 '산업단지'를 비롯한 개발전쟁을 치루고 있다. 전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넘쳐나는 고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일자리의 성격이 좋은지 어떤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 대부분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이거나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 라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개발로 인하여 인구가 늘어난 다고 하지만 그로 인하여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삶의 질이 저하되고, 행복하지 않는 개발과 번영이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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