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밀란 쿤데라, 민음사, 2017. 9)
샹탈과 장마르크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샹탈은 결혼했다가 그녀의 아들을 잃게된다. 그러자 그녀의 아픔을 빨리 치유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과 시댁 가족들은 빨리 다음 아기를 가져야 한다고 권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이 있었기에 삶의 의미가 있었는데, 그 아들을 잃자 다시 아이를 잉태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혼한다.
장마르크는 전에 의학공부도 했던, 비교적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왜 의학을 공부해야 하는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의학공부를 중단한다. 그리고 일정한 직업없이 스키강사 등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은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둘은 어느날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함께 동거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샹탈이 해변을 걷다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이 나이가 먹어 더이상 다른 남자들의 관심대상에서 벗어나 있다고 풀이 죽는다. 이 말을 들은 장마르크는 자신은 샹탈을 걱정하고 내내 보고싶어 안달이 나는데 그럼 자기는 남자가 아닌가 하고 약간 실망도 한다. 그러나 장마르크는 샹탈이 인생을 좀더 환희있게 살고 자신을 갖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토커를 가장하고 몰래 편지를 쓰게 된다. 장마르크의 스토커성 편지를 읽으며 샹탈은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지만 점점 그 편지를 기다리게 되고 설렘을 갖는다. 장마르크는 편지에서 샹탈에게 빨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썼다. 그러자 샹탈은 자신이 평소에 빨간 옷을 즐겨 입지 않았음에도 빨간잠옷, 빨간 외투, 빨간 진주목거리를 하게 되고, 스스로 흥분하게 된다. 장마르크 역시 더욱 흥분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바뀌게 된다는 것일까?
그러나 샹탈은 그 편지가 장마르크가 썼다는 것을 알게 되고, 수치심을 느낀다. 자신의 정체성이 장마르크의 장난으로 인해 흔들렸다고 생각했을까? 그녀는 장마르크와 헤어져 런던행 열차를 타지만, 아직 그녀의 마음 속에는 장마르크가 자리잡고 있으며, 장마르크 역시 샹탈과 이별이 준비되지 않아, 비록 자신의 주머니에 되돌아 올 교통비 밖에 없지만 런던까지 따라간다.....
소설의 뒷편에 꿈을 꾸는 건지 헷갈린다. 하여간 헷갈리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이야기 하는 건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장마르크가 샹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녀는 다만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마르크가 그녀의 이름을 편지 형식으로 불러 주었을때 그녀는 붉게 타오르는 애인이 된 것 아닐까? 그러면서 장마르크 역시 샹탈이 반응해 주면서 그녀의 애인이 되었던 것 아닐까?
뒷편에 샹탈이 꿈속에서 벌거벗고 있는 이야기는? 그리고 난교꾼이 샹탈을 '안' 이라고 부른 광경은 그녀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는 이야기 아닐까? 결국 그녀는 꿈에서 깨어난다. 장마르크가 그녀를 깨우며 "잠을 깨, 현실이 아니야" 라고 소리치고 그녀도 그 말을 따라한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으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을 거야. 쉴 새 없이 당신을 바라보겠어" 그리고 말을 멈춘 뒤 "내 눈이 깜빡거리면 두려워. 내 시선이 꺼진 그 순간 당신 대신 뱀, 쥐, 다른 어떤 남자가 끼어들까 하는 두려움." 하고 있었다. -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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