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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광장을 읽고

by 수레의산 2009. 10. 15.

광장/ 최인훈 / 문학과지성사

 

내가 최인훈님의 광장이라는 소설을 읽게 된 동기는 역사교육자이신 박준성 선생님이 중학교때 읽었다는 책을 나는 아직도 읽어본 기억이 없기도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광장에 관한 말들도 많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해방후 남한사회의 광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치광장,문화광장 등이 너무나 타락하여 자신의 밀실에 갖혀서 인생의 참뜻에 갈망하는 철학과 3학년생인 주인공 이명준은 어느날 사찰계 형사에 의해 자신의 밀실마저 파괴되는 처참함에 강윤애라는 여성을 탈출구로 생각하였으나 그녀 역시 그가 기댈수 있는 광장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한다.

 

그후 북한에는 진정한 광장, 정말 깨끗한 광장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고깃배를 탓지만, 그곳역시 레닌.스탈린.김일성의 말만 울려오는 공허한 광장뿐이라는 사실에 실망을 한다. 그 대신에 북한에서도 ‘은애’라는 여성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탈출구로 생각하지만, ‘은애’가 소련으로 떠나가게 되자, 6.25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낙동강전투에서 소련으로 떠났던 은애를 다시 만나게 된다.

 

명준과 은애는 낙동강전투 와중에서도 둘만의 밀실인 동굴에서 사랑에 빠지지만, 임신한 은애는 그 전투에서 전사하게 된다. 명준은 전쟁포로가 되어 포로석방시 본인들이 갈곳을 선택하도록 할 때, 남한의 썩어빠진 광장도, 북한의 공허한 광장도 모두 거절을 하고 중립국행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중립국은 그가 바라던 살아있는 광장이 아니다. 중립국은 정말 갈곳이 없기에 마지못해 선택한 곳이다. 그렇게 희망없이 가던 타고르호를 처음부터 따라오는 갈매기 두 마리를 보고 역시 그래도 기대할 것은 우리 민족이라는 깨달음으로, 모든 해답을 후손들에게 맡기고 바닷속으로 몸을던져 자살을 한다.

 

1960년에 썼다는 광장, 즉 내가 태어난 해에 쓰여졌다는 소설은 그후 수차례 개정되었다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광장과 사회의 묘사가 2009년 지금의 우리나라 광장과 사회가 너무나 똑같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장은 깨끗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온갖 폭력과 거짓으로 치장되어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는 광장은 2009년 우리나라의 정치광장,경제광장,문화광장과 그렇게 똑같을수 없다.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있는 이순신장군 동상, 그리고 분수와 꽃밭으로 만들어져 시민의 토론집회가 될수 없는 광장, 또한 자유롭지 못하고 대중을 위한 공간이라는 속임수로 뒤덥혀 국가 권력과 국민들을 호도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서울광장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광장은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광장은 이미 광장이 아니지 않을까? 오로지 자본과 권력의 입맛에 맞을때만 광장을 개방하고 그 외는 경찰버스로 꽉 막아 버리는 지금의 광장...

 

주인공, 이명준의 밀실이 사찰계 형사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된것도 인터넷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되고 인터넷공간, 통신감청, 메일이 감청되고, 국민들의 사행활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시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인간은 광장이 폐쇄되고, 개인의 밀실공간이 다른 폭력에 의해 파괴될 때 도피를 생각하지 않을까?

 

우리 국민들이 97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패’를 던졌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선택한 패의 광장에 실망하게 되어 10년 뒤인 2007년에 대선에서 또다른 광장, 이명박 광장을 선택하는 ‘패’를 선택하였다. 지금 우리들이 선택한 그 광장은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2009년 지금 우리들은 남은‘패’가 몇 개나 될까? 앞으로 우린 그 ‘패’를 어떻게 던져야 할까? 또 우리 인생에 있어 남은 패는 몇 개나 될까? 잘..심사숙고해서 패를 던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실패가 두려워, 죽을 때 그대로 움켜쥐고 가는 그런 우를 범해서도 아니될 것이다.

 

1960년의 사회와 그로부터 50년이 다된 2009년 사회... 저자가 처음썼던 1960년의 광장과 50년이 넘게 흐른 2012년의 광장은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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