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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by 수레의산 2009. 9. 10.

소위 민주정부라는 김대중,노무현정부가 10년만에 무너지고, 오히려 지금의 신자유주의 뿌리가 시작되었다는데 의아했었지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신자유주의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결과 오히려 민주개혁세력이라는 열린우리당이 패망하고 기득권세력이라는 한나라당이 집권했을까?하고 많이 궁금했었지요.

 

그런데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이라는 책을 읽으니 어느정도 이해가 가네요. 특히 김상조 교수께서 쓴 글을 읽고 나서는..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관료를 규율하는 힘이 강했다. 과거의 관료가 더 도덕적이고 유능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위적인 규율이 관료가 특정 세력만을 대변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반면 정치적 민주화가 부분적으로 진행된 후에는 이런 규율과 통제가 작동하지 않게 됐다. 정치권력의 통제도 없지만, 시민사회의 감시와 통제도 없다. 이런 통제의 공백 속에서 자율성을 확보한 관료 집단은 본래의 보수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게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정치권력을 구성하는 세력은 물갈이가 됐지만, 이들은 관료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 정책적 무능이 주요 원인이다.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이들 가운데 일부가 권력을 얻었지만, 독자적인 정책 생산 능력과 철학이 없었던 까닭에 관료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외환위기 직후라는 조건을 등에 업고 새로운 정치권력이 관료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성급하게 IMF 졸업을 외친 뒤부터는 관료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정책적 주체로 떠올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더 심각했다. 정통 관료 출신인 김진표씨를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로 중용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노 정권은 집권 초기에 ‘개혁 대통령에 안정 총리’라는 기본 틀을 내세웠다. 이런 기조로 개혁 성향의 청와대 정책실장과 안정 성향의 경제부총리, 개혁 성향의 공정거래위원장과 안정 성향의 금융감독위원장을 결합했다. 하지만 이런 인적 구성은 결국 경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극도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1기 경제팀이 실패하자, 이후 경제 정책의 결정권은 정통 관료 집단에게 넘어갔다. 김진표, 이헌재, 한덕수, 권오규로 이어지는 경제부총리 인선은 물론 금감위, 공정위등의 감독기구, 그리고 청와대 내 경제 참모진의 구성에서 노무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관료 집단에 크게 의존했다.

(중략)

  그런데 경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기득권 세력의 옹호자이자 그 스스로 기득권 세력의 한 부분인 관료 집단에 의해 장악되는 순간, 경제 주체들이 게임 규칙의 공정성을 불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상생과 협력을 위한 ‘양보’를 호소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략)

  삼성이 광고를 통해 언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상황에서 언론이 제구실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광고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한국의 주요 언론은 재벌 홍보 자료의 유통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념적으로도 재벌과 동질화돼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언론과 정부가 싸운다. 삼성경제연구소에게 정책을 의지할 정도로 삼성과 가까운 현 정부가 삼성의 이념을 전파하는 언론과 싸우는 셈이다. “삼성 정부와 삼성 언론이 서로 싸운다”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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