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2/백두대간

백두대간1-4(성삼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산장-거림골-내대리)

by 수레의산 2009. 6. 9.

ㅇ 종주일시 : 2009.06.07. 03:00~14:00(11시간)
ㅇ 종주구간 : 성삼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산장-거림골-내대리 (30km)

ㅇ 구간개요
이번 구간은 지리산구간으로 무박으로 진행되었다. 원래 북진이기에 세석산장부터 시작되어야 하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진으로 되어 성삼재부터 시작된다. 지리산의 장쾌한 능선을 종주하는 멋이 있어야 하지만 지리산은 안개로 자신의 몸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다. 구간전체는 그리 힘든 경사는 없는 편이나 거리가 멀고 세석산장 이후로는 일반산행객들로 인하여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한다. 일부는 세석산장에서 장터목대피소를 거쳐 천왕봉까지 오른 다음에 증산리로 하산하였으나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세석산장에서 하산하였다. 거림으로 하산하는 구간도 쉽지는 않은 구간이다.

 


ㅇ 성삼재 03:00

   토요일 영동고속도로가 정체될 것을 예상하여 집에서 20:35분에 출발하여 신갈정류장에 21:56분에 도착...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23:20분경에 버스에 탑승했다. 매번 버스에 탈때마다 느끼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얼굴이 더 많아졌다. 버스에 탑승하자 마자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어디선가 가볍게 코고는 소리까지 들린다. 잠을 자 둬야 하겠지만 평소처럼 비몽사몽간에 금산임산랜드 휴게소에 도착. 늦은시각이라 그런지 휴게소도 썰렁하다.


  그렇게 자는지 마는지 대충대충 하다보니 02:50분경 성삼재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방이 모두 어둡고 헤드랜턴 불빛만 보인다. 누가 우리팀인지 알수도 없다. 제각각 끼리끼리 들머리로 향한다. 나도 그저 앞사람이 가는 방향을 따라 입산한다. 천왕봉까지 28.1km..과연 갈수 있을까? 사실 무박산행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2008년 영남알프스 무박산행시 왼쪽 장경인대마찰 증후군으로 인하여 마지막 재약산을 포기한 경험이 있기에 은근히 걱정이 된다.

  버스안에서 천왕봉을 거쳐 증산리로 하산하는 사람은 7시간 안에 세석까지 가는 사람만 가능하단다. 후미산행대장이 대간팀은 다음에 천왕봉을 거쳐 세석까지 오는 코스가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산행을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일단은 세석까지 가보기로 하고... 처음 산행길은 넓은 길이다. 한동안 그 넓은 길이 지속되다가 03:20분에 화엄사 갈림길에서 부터 산길로 들어선다.

 

 

 

 

 


ㅇ 노고단휴게소 03:31
앞서가는 사람들과 뒤에 오는 사람들의 레드랜턴 불빛과 간헐적으로 들리는 스틱의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뿐 세상은 조용하다. 랜턴 불빛에 비치는 안개는 거의 이슬비처럼 눈앞에 쏟아진다. 잔뜩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은 모두가 개다래 나무처럼 흰빛으로 빛나 아름답기까지 하다. 30분만에 도착한 노고단휴게소는 정적에 휩싸여 있일뿐...새벽의 침입자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대로 노고단고개로 올라간다.

 

 


ㅇ 노고단고개길 03:42
사방이 어둡고 안개에 휩싸여서 노고단 돌탑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이마에 도깨비불인양 헤드랜턴을 단 두분이 돌탑쪽에서 온다는 말로 방향을 감지할수 밖에...

 

 

 ▲ 바닥이 순 바위인데 흐리다.

 


ㅇ 돼지령 04:08
노고단 고개길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대간길은 비교적 평탄하게 되어 있으나 바위등으로 이루어진 길은 어두운 만큼 땅바닥을 보면서 걸어야 한다. 사방이 어둡고 또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돼지령인지, 돼지평전인지는 보이지도, 알수도 없겠다. 대충 커다란 바위가 있는 부근에서 앞서가던 사람도 안보여 이리저리 불빛을 비추며 길을 가야 한다.


ㅇ 피아골삼거리 04:35
어느덧 하늘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어찌 새들은 그리도 귀가 밝은지...아니..시간을 잘 안다고 해야 하나 벌써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늘이야 서서히 열리지만 아직도 땅은 어둡다.


ㅇ 임걸령 04:44
임걸령에 도착하니 하늘이 확실히 훤해졌다. 일단의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도 잠깐 앉아서 목을 축이고 다시출발.

 

 

 


ㅇ 노루목 05:17
이제 날은 완연히 밝았지만 여전히 안개가 덮여 멀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대간길의 푸른 숲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며 간다.


ㅇ 반야봉갈림길 05:27
지리산에 왔다가 반야봉을 안보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글을 어느분 산행기에서 보았지만, 산 전체가 안개에 휩쌓여 올라가 봤자 아무 소득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과 아직도 무박산행으로 인한 다리부상이 염려되어 그냥 지나쳤다.


ㅇ 삼도봉 05:33
지리산에 들어온후 아직까지 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삼도봉에서 한번 찍어볼까 했는데 먼저온 산행객들이 자리를 내어 주지 않는다. 그래 잠깐 자리가 비었을때 인물사진 없는 삼도봉 표시만 찍고 다시 떠난다. 방금 지나온 반야봉은 안개에 덮여 꼭대기가 보이질 않는다.

 

 

 ▲ 안개에 휩쌓인 반야봉

 


ㅇ 화개재 05:51
삼도봉에서 부터 계속해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데 나무계단이다. 작년도 영남알프스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장경인대증상이 회상되니 걱정이다. 그래서 일부러 내리막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더구나 이번주 월요일부터 왼쪽 골반부위가 시원찮아 더욱 걱정이다. 화개재는 옛날 장터로 이용되었다는데 넓은 초원으로 되어 있다. 안내판의 글대로 어떻게 이렇게 높은곳까지 짐을 지고 올라올수 있었을까?

 

 

 ▲ 이곳이 옛날에는 시장터라는데...

 


ㅇ 토끼봉 06:18
사실 지나왔지만 안개 때문이기도 하고, 토끼봉이라고 표시도 되어있지 않다.

▲ 토끼봉 마지막 오름

 


ㅇ 1463봉 06:50
토끼봉을 지나고 어느덧 햇볕이 살아나고 있다. 아침의 맑은 햇살은 오늘의 대간 산행을 설레이게도 한다. 나무 사이로, 마치 신의 은총이 내리는 것 처럼, 쏟아지는 햇볕은 차라리 신비롭기 까지 하다. 길옆의 둥굴레 잎은 이슬을 머금고 싱그런 아침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또 다시 안개속으로 햇볕은 소리없이 사그러 든다.

 ▲ 햇살이 내리 비친다

 

 


ㅇ 명선봉 07:07

ㅇ 연하천대피소 07:26
마침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한옆에 앉아서 가져간 김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래도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잔밥처리 시설도 있고 시설도 좋은 편이다.

 

 

 

 

 

 


ㅇ 형제봉 08:30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보면 지리산은 거리표시는 잘 되어 있지만 봉우리 표시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지리산은 천왕봉만 있는지? 형제봉 표시도 없어 형제봉 직전에 있는 바위가 형제봉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다. 사실 안개만 없다면, 그래서 지리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 준다면 봉우리 정도는 금방 알수 있었겠지만... 하여간 조금더 지나니 커다란 두개의 봉우리가 '형제봉' 임을 과시하듯이 서 있다. 그 바위 꼭대기에 오롯이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 비록 안개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 위용은 자랑할만 한다.

 

 

 

 ▲ 형제봉

 


ㅇ 벽소령 09:03
여전히 산 아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답답한 안개가 언제 걷어 질까? 좀더 시간이 지나면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목표를 향하여 걷는다. 한편 짜증도 나고, 한편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 그나마 햇볕이 없어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이 들끓던 연하천에 비해 벽소령은 한산하다는 느낌이다. 1박2일 종주할때 벽소령대피소에서 숙박을 하면 딱 좋을 곳이다.

 

 

 

 ▲ 조망이 없으니 터널이라도... 

 

 

 


ㅇ 선비샘 09:58
선비샘 도착직전에 덕평봉을 지나갔는데 어느것이 덕평봉인지? 선비샘에 얽혀있는 이나라 민초의 서러운 일생을 애처로워 하며 식수를 보충하고...이미 7시간은 지나 버렸다. 세석에서 내려가야 한다.

 ▲ 산에올 자격이 없는 사람의 비박흔적... 

 

 ▲ 이렇게 깨끗한 자연을 더럽히다니..

 

 

 

 

 


ㅇ 칠선봉 10:29
칠선봉 역시 산의 표시는 없다. 그저 앞에 보이는 조망에 대한 설명- 천왕봉.촛대봉 등에 대한 설명-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무슨봉인지 모르겠다고 투덜댄다. 나야 GPS로 확인했지만... 맑은날이면 천왕봉이 한눈에 보였을텐데..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전진. 칠선봉을 조금 지나면서 멋진 바위가 있는데 이게 무슨바위인지? 무슨 봉우리 인지? 전혀 알수가 없다.

 

 

 

 

 

 

 

 


ㅇ 영신봉 11:25
조망은 없지만 대간길 양옆의 연초록의 천연림을 보는 기쁨, 야생화를 보는 느낌도 무시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풀들이 있지만 몇가지밖에 모르겠다. 지리산은 유독 비비추가 많다. 구상나무도 많고..

 

 

 

 

 

 

 

 


ㅇ 세석휴게소 11:35
드디어 세석이다. 휴게소앞 벤치에 앉아 점심을 위한 빵을 조금 먹었다. 안개는 걷힐것 같지 않고 오히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이제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뜨거운것 같다. 사실 안개만 없었다면 나도 좀더 속도를 내고 천왕봉까지 갔을테지만, 안개때문에 조망도 없는 지리산은 별로 가고싶지 않아 이미 아까전에 포기했다. 이곳에서 거림으로 내려 가리라.. 그런데 휴게소 어디를 봐도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장터목 이정표는 있지만... 음수대쪽에 가서보니 거림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많다. 세석까지 5.5.km 장난이 아니다. 이곳 세석으로 가는 길머리에는 붉은병꽃이 지천이다. 일반 병꽃나무는 많지만 붉은 병꽃나무는 흔하지 않은데..

 


ㅇ 거림공원지킴터 13:49
세석에서 거림까지의 길은 5.5km에 불과하지만 지루하게 이어진다. 더구나 바위너덜길로 이루어져 무릎과 발목에 엄청난 부담을 줌은 물론이고, 전날 내린 비로 미끄러워 더욱 힘이 든다. 등산로 옆의 계곡에는 물이 많이 흐르고 계곡에는 집채만한 바위덩이가 수도없이 많다. 이쪽은 산보다는 계곡이 더욱 좋은것 같다. 하여간 그 지루한 길을 이를 갈면서 내려오니 공원지킴터에는 현지순찰이라는 팻말만 있고 빈집이다. 지킴터 바로 아래쪽에는 건축공사가 한창... 지붕에 올라서 두사람이 서로 큰소리다.ㅎㅎ

 

 

 

 ▲ 이건 무슨 폭포인가? 

 

 

 


ㅇ 하산완료 14:00
하산하여 옆의 계곡으로 들어가 발과 땀에젖은 얼굴을 씻고나니 그래도 개운하다.

ㅇ 사족
오후4시가 넘도록 거림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다시 증산리로 가서 천왕봉을 거쳐 오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음식상을 마련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선두대장과 함께일찍 내려오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그 후에도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가 내려오지 않는다. 결국 한분이 언제까지 기다릴꺼냐며 짜증을 내고... 버스가 또 올라가서 한참을 찾아서 태우고... 이렇게 여러 사람이 갈때는 자신으로 인해 모든사람이 기다리게 해서는 않될텐데.. 자신때문에 다른사람이 피해를 입을까봐 천왕봉을 포기하고 내려온 사람들은 정말 짜증이 날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늦게서야 서울로 출발하였다. 그나마 버스기사가 속도를 내고, 평택-충주 고속도로까지 이용하면서 갔지만, 시간이 늦어 서울가면 어느곳은 대중교통이 끊긴다고, 어느곳이 양보하면 안되겠는가 하는 산행대장의 중재가 있었지만 모두 자신이 내리는 곳에 내려야 하겠다고 신경전이다. 난 집에서 70km 떨어진 신갈정류장까지 오는데 서울시내에서 조금도 양보하기가 어려운건지...그분들도 서울 어디에서 내려 또 멀리가야 하기에 그런건지...그렇게 시끄럽고 정신없는 가운데 아마도 내가 내려야 할 신갈 정류장이 지나갔는가 보다. 기사님 말로는 30초간 서서 나오라고 했는데 내가 나오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사실 그 소리를 듣지도 못했고, 그냥 앉아 있는데 일단의 사람들이 내리길래 신갈보다 먼저 내리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하고 창밖을 보니 '죽전' 이다. 그제서야 배낭을 들고 앞에가서 산대장들에게 신갈이 지났는가 하고 물으니 아직 안지나갔다고 딴소리들이다. 이것참....

기사는 기사대로 짜증을 내고, 난 또 나대로 차가 신갈정류장에 있는데 지리도 모르고 어찌해야 하는지 난감하고, 또 산대장 들은 그들대로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만 하고...어찌 이럴수가 있는가? 서울 복정역까지 가면 수원까지 가는 교통편은 있는건지? 택시를 타고 가면 택시요금이 또 얼마인지? 걱정 또 걱정, 난감, 한숨... 이미 엎질러진 물은 짜증낸다고 될것 같지도 않고...

복정역에서 내려 서울의 친구에게 SOS, "복정역에서 신갈정류장까지 어떻게 가야해?". 친구 왈 ' 복정에서 잠실까지 와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사당역까지 가서 수원행을 타야 할거 같다' 지금이 밤10시가 넘었는데 그시간까지 지하철이 운행될까? 걱정 또 걱정... 복정역에서 22:44분에 지하철을 타고 22:57분에 잠실역 하차. 가는도중 또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잠실5단지 앞으로 가면 수원행버스가 있단다.

23:06분에 잠실5단지 앞에서 1007번 버스를 타고 기사님한테 신갈정류장 가장 가까운곳에 내려달라고 부탁하니 1112번 버스를 타면 수원TG 로 들어가는 버스라고 자세히 안내를 해 준다. 다시 23:11분에 1112번 버스를 타고 수원TG에서 내리니 23:43분이다. 내차를 타고 집에 오니 24:57분... 야! 이거 되게 피곤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