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택지는 분양 받았는데.. 집을 짓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소요될것 같아서 우선 농사를 지어 보기로 했다.
첫해.. 그러니까 2004년 4월 어느 일요일 괭이를 들고 가서 고추를 몇골 심어 볼려고 하니 그야말로 황무지 같은 땅엔 괭이날마저 거부한다. 흙보다 돌이 더 많은 땅... 산을 깎아서 나온 땅이라 더욱 심하다. 문화택지내의 다른 사람들 땅은 그래도 부드러운 흙이 많은데 유독 내것만은 돌 천지다.
이런 땅에 곡식이 자랄것 같지도 않다. 오전내내 긁적거리다 손에 물집이 잡힐것 같고 팔만 아프고 먼지만 잗득 먹고 그냥 집으로 왔다. 오후에 아내가 돌아와서 얼마나 했느냐고 물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가잔다. 할수없이 다시가서 돌이나 더 골라내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후... 며칠동안 퇴근후에 돌을 골라내고 두럭을 쌓고(두럭도 처음에 너무 작게 만들었다가 친구가 더 크게 만들라고 하여 고쳤다) 친구에게 비료도 얻고 해서 겨우겨우 고추 몇골을 심었다. 아내는 고추심고 남은 돌투성이의 밭에 콩을 심었다. 나는 그 콩은 되지도 않을거라고 했었지만 콩은 그래도 잘 되었다.
봄배추도 두골을 심었는데 나중에는 배추좀나방벌레가 떼거지로 몰려와서 (그때 까지는 유기농이니,무공해니 하면서 농약을 절대 안칠려고 했었다) 결국 농약사서 모기약 뿌리는 작은 소독기로 뿌리다가 도저히 안되어 배추는 모두 뽑아 버렸었다.
여름이 깊어 가면서 콩밭사이에는 새 한마리가 둥지를 틀고 알을 세개나 낳아 놓았다. 매일 밭에가서 그 새집을 보면서 언제나 새끼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어느날 마침내 조그만 새끼 세마리가 부화해 있었다. 그런데 잘 자리길 바라는 내 마음과는 달리 도둑고양이가 물어갔는지 한마리씩 없어 지더니 더이상 어미새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해 가을에 고추조금... 검은콩 조금.. 그리고 고구마를 조금 수확해서 어머니 조금 가져다 드렸지만 정말 농사가 힘들다는 것을 조금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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