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사항 제4호, 단편소설)
사할린 동포들의 이야기다. 사할린 3세가 회고하면서 그 조부모에서부터 이어져온 이국에서의 서러운 삶은 그렇다고 해도 조국으로부터도 외면받는 실정을 고발한다.
회고는 광복절날 3세가 노인이 되어 부모를 생각하며 시작한다. 그의 어머니는 문경에서 여덟살 때 할머니의 손을 잡고 먼저 가 있던 아버지를 찾아 사할린으로 왔다. 아버지는 사할린에서 일본 놈 벌목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만나던 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음식점에 가서 '삼뻬이'를 먹고 그 맛에 반해서(배가 고팠으니까 맛있었겠지) 아버지에게 졸랐고, 어느 날 아버지가 청어 몇 마리를 사가지고 밤에 왔다가 들켜서 왜놈들에게 직신 하게 맞고 집으로 돌아온 모습을 본 후 어머니는 절대 청어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사할린에서 역시 조선사람인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했다. 아버지는 여러사람과 뜻을 모아 하나뿐인 7년제 조선학교를 세웠고 중등학교 부교장 겸 조선어 교사로 지냈다. 그러다가 소비에트 세상으로 바뀌면서 조선사람을 소련 공민증을 받게 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조선사람이 어떻게 소련 공민증을 받느냐며 거절하다가 학교에서도 쫓겨났다. 가세는 기울고, 대신 어머니가 외삼촌네 집에 가서 먹을 것을 얻어 오거나 이런저런 장사를 하여 가게를 꾸려 나가게 된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반쪽 조국이지만 그래도 언젠간 합치지 않겠냐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외 공민증을 받아와 탄광에 나갔지만 4년 정도 일하다가 갱도 사고로 즉사하게 된다. 회고자 류노인은 당시에 대학교 1학년이었고, 어머니가 대학 수업료 면제를 위해 소련 공민증을 받아 놓았기에 외삼촌의 제지공장에 나가고 있었다. 교통비가 없어 아버지 장례식에 한 번 오고, 그 이후에는 졸업 후 취직을 한 후에나 집에 올 수 있었다.
세상은 바뀌었고 88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되고, 2년 후에는 대한민국 비행기가 날아오고 위문 공연도 왔다. 이산가족 찾기도 하고,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하거나 일본의 한국 대사관에도 가게 되었다. 전에는 천신만고 끝에 찾아가도 덜대 받아주지 않던 조국이 드디어 문을 열었던 것이다. 사할린 동포들은 희망이 넘쳤다. 근데 영구 귀국도 아니고 겨우 3개월 체류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어머니는 분노했다. 세상은 또다시 바뀌었다. 이제는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 세상이 왔다. 러시아는 한국과도 수교를 맺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모두 러시아 공민증을 받았다. 이젠 러시아 공민증이 있기에 일본을 거치지 않고 한국을 직접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사할린 1세들의 귀환도 시작되었다. 근데 1년에 겨우 1백여 명씩, 1세만....
이제는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면 그 자식들은 귀환할 수 없다는 특별법이 있다고... 뭐 이런 뭣 같은? 그야말로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벌어진 일들인데, 국가는 그들에게 백배 천배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그들을 막아? 업신여기고? 이거야 말로 병자호란 때 끌려갔던 여인들이 천신만고 끝이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뭐? 화냥년이라고 비하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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