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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걸어서 국토종단 8일차(영산포 - 광주 남구청)

by 수레의산 2019. 2. 15.

2019. 2.15(금)


07:38 출발

         어제 하루 쉬었음에도 발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어제 관광안내도만 믿고 자전거를 대여해서 나주 구시가지를 관람 하려고 하였는데 자전거 대여점이 없어졌다고 해서 걸어다녔더니 물집 잡힌곳이 나았다가 다시 또 벗겨졌다. 실내에서 후시딘 바르고 그냥 있을때는 괜찮은 것 같은데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으면 많이 아프다. 절름절름 걷다가 다시 서서 신발을 벗고 양말을 다시 신고, 신발끈을 넉넉하게도 해 보고. 그래도 그냥 아프다.  이 상태로 어떻게 광주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배낭이라도 없으면 좀 나을까? 배낭에 있는 짐을 덜어서 집으로 택배를 보낼까도 생각해 본다.


07:52 영산포는 근대 건물이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안내가 순 개판이다. 뭐 한참 앞에 써놓기는 했는데 막상 가까이 가면 어떤것이 어떤 건물인지 안내가 없다. 일본인 지주 가옥이라고 표시는 있는데 어떤것이 지주 가옥이라는 건지... 장군의 아들 촬영지 이기도 하다는데 모르겠다. 앞에 보이는 건물들이 일제때 건물인 것 같아서 사진을 찍어 본다. 그리고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일본놈 지주 건물인 것 같아 사진을 찍었다.  이곳 영산포는 영산강 하류로 한때 물류가 들어오던 곳이였기에 왜놈들도 일찌감치 와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전주와 군산은 쌀을 내 가기 위해 있었을 테고, 영산포는 뭐가? 그때도 홍어가 있었을까? ㅎㅎ


  영산강은 지금 강 유역은 넓은데 수량은 많지 않다. 현재는 죽산보와 승촌보의 물을 개방했기에 모래톱도 제법 많이 형성되었다.



09:34 금천면사무소

         발이 아프니 아무생각도 없다. 금천 행정복지타운에 가니 보건지소가 있어서 아무래도 치료를 좀 받아야 될 것 같아 들어가니 보건소 직원 한명밖에 없다. 이곳은 진료를 하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거즈하고 반창고만 얻어서 내가 대충 했지만 양말신기가 쉽지 않다. 대충 해서 그냥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슬리퍼를 사서 왼쪽은 버리고 오른쪽만 신고 걸었다. 이것참...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걷자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 - " 야! 잘 하고 있냐?"

   나  - " 물집이 생겨서 아파 죽겠다. 세번이나 벗겨졌어"

  친구 - " 그게 쉬어야 낫지 그냥 나아지냐?"

  나   - " 그래서 어제 쉬었는데도 안낫는다?

  친구 - " 그게 일주일은 쉬어야지 하루 쉬어서 되냐? 오늘 데릴러 갈테니까 기다려"

  나  - " 그렇지? 그려... 한 일주일 쉬어서 다 낫거든 다시 시작할까?"

  친구 - " 잘 생각했어. 이따가 만나자"



10:41 승촌마을승강장

         오면서 보니 역시 나주는 배가 유명하다. 배 과수원이 지천이다. 슬리퍼를 신고 걸으니 또 발바닥이 좀 아픈 것 같다. 슬리퍼가 미끌어 지니까 그럴까? 이러다가 발바닥까지 까지면 곤란한데... 승촌마을 승강장에서 쉬면서 신발과 양말까지 벗고 말려본다. 아까 금천보건지소에서 싸맨 거즈는 물집이 또 터져서 다 젖었다. 허헛참. 자꾸 걱정이 된다. 다시 슬리퍼를 배낭에 매달고 등산화로 바꿔 신으니 발이 더 아프다. 조금지나 있는 이천마을에 예배당이 있는데 참 호젓해 보인다. 신광교회던가?



13:07 대촌동에서 점식(다시올 식당)

         걷는 속도를 좀 천천히 하면서 오른쪽 발을 최대한 덜 닿게 하려니 왼쪽 다리까지 좀 당긴다. 무학초등학교를 지나면서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승강장 몇개를 더 지나고 드디어 대촌동에 들어선다. 대촌동 소재지로 식당이 좀 있다. '다시올 시당' 이라는 이름이 좋아서 들어갔다. 메뉴판에 추어탕이 있기에 주문했더니 오늘은 추어탕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뼈다귀해장국을 시켰는데 참 푸짐하게 나온다. 음식맛도 썩 괜찮다. 이곳에서 다시 슬리퍼로 갈아신고 출발



14:01 포충사

         포충로에 들어선지 2시간50분 만에 포충사에 도착했다. 포충사는 임진왜란 때 호남의병을 이끌고 금산 싸움에서 순절한 고경명.종후.인후 3부자와 유팽로, 안영을 모신 곳이란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때에도 장성의 필암서원과 함께 헐리지 않았던 호남지역의 2대 서원중 하나라고 한다.  넓은 대지에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오른쪽으로 유물전시관이 있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에 천천히 걷다가 길 옆에서 한시간 가량 쉬었다 간다.



15:52 행암교차로

         다음지도상에 효천지구는 공사중으로 나오고 도로변 버스 승강장이 있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건축이 완료되고 도로는 공사중이기에 버스 승강장도 없다. 넓은 도로 가장자리를 걸어 행암교차로에 도달하니 1번 국도가 떡 버티고 있다. 아직 5킬로 넘는 거리가 남았다. 그리고 촌길을 걷는 것 보다 도심을 걷는 것은 재미가 없는 길이다. 이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날씨가 점점 차가워진다.  걸으면서 이 길도 80년 5월에는 계엄군들이 통제를 했겠지.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일을 상상하니 가슴이 떨린다. 아직도 그들은 반성하지 않고 북한국 운운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내일은 친구와 만나 5.18 현장을 돌아 보아야 겠다.



17:47 숙소 도착

         숙소는 인터넷에 리뷰를 보니 임페리얼 모텔이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고 좋다고 해서 들어 갔는데 건물은 오래되었고 비록 리모델링을 했어도 나주의 숙소만큼 고급지지는 않다. 45,000원. 숙소에 들어가고 얼마 안있어 친구가 도착했다. 이제 오늘로 국토종단은 잠시 중단한다. 내일은 광주 5.18 현장과 5.18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가서 발가락 상처가 완치되면 3월에 다시 도전해볼 계획이다.



오늘 이동한 거리 34킬로미터, 45,671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