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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

아들에게 쓴 편지(2.12-3.2)

by 수레의산 2007. 4. 12.
 

2.12

태호야 주말 잘 쉬었지? 

어제 종참에서 촬영한 네 사진 잘 보았다. 처음보다 훨씬 멋있어 지고 얼굴에 살도좀 붙었더구나. 제법 머리털도 자랐고, 군인의 모습도 보이더라. 네 엄마도, 동생도 너보고 멋있다고 하더구나. 


종참에서는 강혜윤(?)이 위문공연을 했다는데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날씨도 많이 따뜻해지고 옆의 동기들과도 많이 친해졌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것은 다른 동기들과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한것이다. 다음에는 동기들과 어깨동무도 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기대하련다. 


어제 일요일에는 먼저 이야기 한 대로 상윤이 결혼했다. 녀석... 엄청 좋아하는것 같더라. 할머니도 오시고, 큰아빠, 고모.고모부들, 수연이, 재민이,광희,창희,재은이 모두 왔다. 엇그제 군대간다고 한것 같은데 벌써 결혼했다. 


이제 벌써 5주차 구나. 이번주 일요일은 이제 설날이다. 설날에는 군대에도 떡국이 나오겠지? 맛있게 먹고... 오늘은 이만 쓰마. 내일 또 만나자. 


아빠가.. 


추신 : 편지는 쓰는거냐? 


2.13

태호 잘잤니? 아빠도 잘 잤다. 


오늘 오후쯤에는 비가 온다는 구나. 군대에서는 비가 오면 실내교육을 할꺼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리고 곧 다가 오는 설날에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 우리 태호는 설날에 뭐할껀가? 설날도 불교 종참이 있다면 꼭 나가 보아라. 그냥 있는것 보다 밖에 나가서 동기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게 건강에도 더욱 좋단다. 또 아니? 설날이라고 성불사에서 좋은것 줄지? 


아빠는 저번에 이르 뺐는데 이것이 잘 아무지를 않는구나. 더구나 반대쪽 이도 시원찮아서 밥먹는데 아주 애로사항이 많단다. 그래서 밥도 제대로 못먹고 있어. 빨리 나아야 할텐데... 


아빠도 네가 일어나는 6시에 꼭 일어나서 어제,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단다. 너도 아침구보하고 아빠도 아침구보하고 부자간에 누가 더 건강해 지는지 시합한번 해 보자꾸나. 그래서 휴가 나오는 3월9일, 아니 그다음날 아침에 한번 같이 뛰어 보자. 누가 더 멋있고 힘있게 뛰는지... 아마도 그때는 집에 와서까지 무슨 운동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아빠는 너와 함께 뛰어보고 싶구나. 


태호야! 

오늘은 이만 쓴다. 내일 또 보자. 


2.14

태호안녕? 

오늘을 날씨가 반짝 해가 떳구나. 진주도 물론 해가 떳겠지? 


어제 공교사 홈페이지에 너희들 3주차 훈련사진이 올라왔다. 집총훈련,구보,각개전투, 그리고 약복을 받았더구나. 


근데 이녀석아 편지는 어떻게 된거냐? 한참전에 우표 보내줬는데 어찌하여 편지가 하나도 오질 않는거냐? 제발 편지좀 써라. 


오늘은 아빠가 무지하게 바빠서 이만 쓸란다. 오늘도 훈련 잘받거라. 


아빠가 


2.15

태호 잘잤니? 오늘은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 이제 오늘까지만 날씨가 쌀쌀하고 내일부터는 풀린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설날 전날인 토요일에 또다시 비가 온다는구나. 


오늘은 수진이 졸업식날이다. 그래서 아빠도 하루 연가를 냈단다. 이따가 나가서 수진이 졸업사진도 찍어주고 해물탕도 먹어야 할꺼란다. 우리 태호 졸업식날에는 뭐 먹었더라? 안먹었던가? 짜장면 먹었던가? 매일 찍찍거리더니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얼마 안있으면 안성 방송대학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단. 이제 수진이까지 학교로 가버리면 엄마와 아빠 둘이서만 집을 지키게 되어 아주 쓸쓸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태호야~ 

어째 편지가 안오냐? 편지 쓸시간이 없어서 그러니? 아니면 내가 보내준 우표를 못받은거니? 좀 답답하다. 여기 자유게시판에 보니까 식중독이 걸린 사람이 있다는데 너는 괜찮은지 모르겠다. 또 씹다버린 껌이 나왔다는 말도 있고... 껌이야 취사병이 씹으면서 일하다가 잘못해서 들어갈수도 있는거니까... 그까짓거 다 끓인거니까 병균은 없을테니까 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은데..문제는 반찬이 문제이지.. 공교사에는 식중독이 아나라고는 하는데..걱정이다. 


어쨋거나 편지좀 써라....


2.16

보고싶은 태호에게 


오늘이 네가 입대한지 벌써 32일째구나. 오늘아침까지 날씨가 꽤나 쌀쌀했는데 오늘 오후부터는 날씨가 풀린다는 구나. 내가 수능추위까지는 들어 봤지만 졸업추위라는 말은 어제 처음 들었다. 날씨가 추운 이유가 아이들 졸업식이 있기 때문이라는구나. 


이제 오늘만 훈련을 받으면 월요일까지는 쉬겠구나. 물론 쉬는것도 훈련의 과정중 하나이겠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쉬는것처럼 마음대로 눕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겠지.. 그래도 많은 동기들과 함께 하니 외롭지는 않을것 같구나. 


어제는 수진이 졸업식이 있었는데 날씨가 얼마나 쌀쌀하던지... 그리고 교회에서 하는데 졸업미사 인지 뭔지 때문에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지겨워서 아주 혼이 났다. 그래서 졸업식 끝나고 사진 한장만 찍고 그냥 집으로 왔다. 그리고 집에와서 좀 있다가 해물탕 한그릇 먹고 끝났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우리 태호 공군파란색 옷입고 휴가 나오겠지? 아마도 꽤나 멋있을것 같은데... 기대된다. 그리고 기본교육때 진주로 벗꽃구경 가야지... 


설명절 잘보내고 잘 쉬거라. 또 쓰마. 


아빠가... 


2.20

보고싶은 태호야! 


벌써 5주차가 시작되는구나. 네가 입소한뒤로 36일째... 시간은 역시 빠르게 지나가고 있구나. 


엇그제 너의 전화받고 엄마,아빠는 굉장히 기뻣단다. 너의 목소리는 한결 밝아졌고, 또 사나이다워 졌더구나. 거기다가 네 엄마가 가장 걱정하는 가스실체험을 당당히 이겨 냈다는 소리에 네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아빠도 네가 과거에 천식문제가 있었기에 은근히 걱정을 했던건 사실이란다. 그러나 너의 그 당찬 소리.."가스체험 끝냈어요" 기분 짱이었단다.


이번 설날은 건호도 없고 너도 없어서 남자는 큰아빠와 아빠 둘밖에 없었단다. 그래서 수진이가 술도 따랐지... 덕분에 수진이만 세뱃돈 왕창 챙겼단다. 이것이 아빠가 달라고 해도 안준다. 엄청 욕심이 많지. 역시 지지배는 사내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호야! 

너의 편지는 짧아도 괜찮으니까 너무 길게 쓰려고 시간버리지 말고 그냥 짧게라도 보내려무나. 건호는 겨우 두줄짜리 편지 썼다고 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너는 엄청 양호한거야. 그러니까 그냥 되는대로 써서 보내.. 그래야 너의 숨결을 느낄꺼 아니냐? 그리고 사진 안찍어도 좋으니까 성불사에는 꼭 나가고... 오늘도 수고해라. 


2.21

보고싶은 태호야! 


오늘은 어제보다 더 따뜻한 날이구나. 아빠는 오늘도 아침에 청미천 뚝방길을 달렸단다. 새벽은 아직도 꽤나 쌀쌀하구나. 장갑을 안끼고 나갔더니 손이 어는것 같더구나. 진주가 아무리 남쪽에 있더라도 네가 일어나는 시간인 6시에는 상당히 쌀쌀하겠지... 그러나 점호가 끝나고 체조와 구보를 하다 보면 어느새 후끈 달아오를꺼야. 그렇지? 


이제 이번주에는 완전군장하고 구보도 한다고 하지? 체력이 많이 좋아졌겠지? 그래서 별로 힘들지 않을꺼라고 생각한다. 화생방훈련도 마쳤는데 뭐는 못할까? 


어제 워드자격증 찾아왔다. 오늘 우편으로 보내주마. 그게 특기선정하는것과 무슨 관련이 있나보지?  


참! 너 근무희망지 조사는 했는지 모르겠다. 했다면 어디를 희망지로 했는지? 아빠말대로 수원이나 평택쪽을 했는지 모르겠구나. 아빠 생각은 어차피 하는 군대생활이라면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수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게 났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편지에 어떻게 된건지 소식 듣기를 바란다. 오늘이 이만 쓰자.  


또 보자.. 아빠가. 


2.22

태호 잘잤니? 

오늘은 안개가 많이 끼였구나. 중국에서 황사도 넘어 온다는데... 훈련받기가 좀 나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공교사 홈페이지에 너희들 4주차 훈련모습이 올라와서 보니 목봉체조, 유격훈련, 단독군장구보... 그리고 설날 합동차례 지내는 모습이 보이더라. 그리고 인터넷에 너희들 1천5백명이 합동세배하는 것도 있어서 봤다. 그 힘든 훈련을 잘 받는것을 보니 아빠 마음이 든든하고 정말 네가 자랑스럽다. 몸이 너무 말라서 힘도 없고 그럴줄 알았는데 그건 아빠의 노파심이었는가 보다. 


오늘은 수진이하고 동아방송대학까지 버스로 다녀왔다. 28일 입학식이 있는데 혼자 다녀오라고 하기 위해 미리 연습을 시켰다. 태호하고 공주까지 버스타고 다녀왔던 생각이 나더구나. 안성이야 가는데 한시간, 오는데 한시간.. 두시간이면 넉넉하지. 


이제 이번주..5주차도 오늘과 내일만 하면 또 지나가는구나. 그러면 6주차.. 그리고 위로휴가... 자랑스런 너의 모습을 볼 날도 얼마남지 않았구나.. 기대하마 


황사끼는 날씨에 항상 손발 잘 닦고 훈련 잘받기를 바란다. 이만 쓰자. 


아빠가... 


2.23

태호야 잘잤니? 


어찌된 일인지 어제 쓴 인터넷 편지가 아직까지도 전달이 되지 않은것으로 나오는구나. 원래 인터넷 편지가 많이 접수되니까 출력해서 전달하는것도 큰 일이겠지..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까 예상보다는 황사가 많이 적어 졌다는 구나. 그러나 남쪽으로는 좀 올거라는데 아무래도 전남쪽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발 진주쪽에는 황사가 많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는 서울 창덕궁에 갔다가 세종문화회관에 들러 오마이뉴스 창립기념식에 다녀 오느라 밤 12시가 다 되어서 돌아 왔단다. 창덕궁은 수진이가 꼭 가봐야 겠다고 해서 휴가를 내고 다녀 왔지. 너희들 어렸을때 고궁탐사를 했었는데 이번에 가니까 전혀 생각이 나지를 않더구나.. 경복궁밖에는... 


이제 오늘이 지나면 내일고 모레는 또 쉬겠지? 이제는 훈련이 거의 막바지에 다달은것 같구나. 요즈음은 어떤 훈련을 할까? 다음주 화요일이면 또다시 공교사 홈페이지에 너희들 훈련모습이 올라올테니까 궁금하더라도 조금만 참아야 겠지? 


이번주말에도 잘 쉬고 성불사가서 초코파이라도 먹고 동기들과 재미있게 보내라. 다음주에 또 보자.. 안녕. 


널 보고싶은 아빠가. 


2.27

태호야 안녕? 

어제는 아빠가 아침부터 외부에 일이있어 나가는 바람에 편지를 못썼다. 많이 서운했지? 밤나무 밭에서 전지하는 일인데 많이 힘들었다. 지금도 오른쪽 손목이 시큰거리고 아리아리 하단다. 


우리 태호는 6주차 훈련을 잘 시작했겠지? 이제 훈련도 막바지에 접어들었겠구나. 처음에는 어리버리 했을텐데 지금은 웬만한 훈련을 거뜬히 이겨낼수도 있을테고... 그리고 동기들과도 많이 친해졌겠지? 처음에는 서먹서먹 했다가도 다 같은 처지에 있는 젊은놈들이니까 쉽게 친해질꺼다. 가급적 많은 친구들을 기억해라. 그것도 다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추억이 될게다. 


성불사에는 잘 다녀갔더구나. 아빠도 초코파이 보시 5만원을 했으니까... 열심히 가서 먹어도 된다. 아직은 사진찍는것에 대해서도 별 조치가 없는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부대에서 성불사주지 스님께 어떠한 공문연락이 있겠지. 뭐 장정들이 집을 떠나서 훈련을 받으며 사진을 찍고 가족과 간접적인 대화를 나누는것이 오히려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면 됬지 해가 되지는 않을텐데 이상하게 관료들은 다르게 생각하는것 같구나.


보고싶은 태호야 

다음주를 기대하며 오늘은 이만 쓴다. 아빠가.. 


2.28

태호야 잘잤니? 

지금 시간이 6시 37분이구나. 너도 지금쯤은 구보를 할까? 아니면 체조를 할까? 어제는 정말 날씨가 좋더구나. 한낮에는 오히려 더울 지경이었지. 훈련받느라 많이 덥겠구나. 


오늘 수진이 입학식이다. 입학식이 끝나면 바로 단양의 대명콘도에서 3월2일까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는 구나. 물론 수진이 혼자서 가야겠지. 오늘을 대비해서 지난주 토요일 버스로 학교까지 다녀왔거든. 수진이는 대학생이 되었다고 어제 귀를 뚫었는데 지금 아프다고 자꾸 투덜대는구나.  


내일, 즉 3월1일이면 엄마아빠 결혼21주년이 된다. 엊그제 결혼한것 같은데.. 너를 낳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1주년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지. 이제 세상은 아빠의 세상에서 바로 너의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지. 너의 군대생활도 지나고 보면 아주 찰나의 순간밖에 되지 않을꺼야. 어쨌든 원래 막내외삼촌 내외분과 함께 서해안을 가기로 했는데 외삼촌이 시간이 않된단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 단 둘이서만 서해안 왜목마을을 가기로 했단다. 거기서 뜨는해를 보며 우리 태호와 수진이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기도하마. 


태호도 훈련소에서 열심히 하길 바란다. 또 보자.. 


3.2

태호야! 휴일 잘 쉬었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구나. 거기도 비가 오겠지? 아빤 비오는 날 별로 좋지 않은데 또 좋아 하는 사람들도 많더구나. 이 비는 오늘 그치고 또 토요일과 일요일에 비가 오고 나면 잠깐 꽃샘추위가 있다는 구나. 미리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어제는 엄마아빠 결혼기념일이라 서해안 다녀왔다. 혹시 너에게 전화가 오지 않을까 쬐끔은 기대했는데.. 아마도 결혼기념일은 본인의 결혼기념일에만 전화가 가능했던 모양이다.  


아침에 너희들 6주차 훈련사진 보았다. 사격훈련도 했고, 완전군장 구보도 했더구나. 태호는 사격 잘했니? 아빠는 옛날에 10발중 4발밖에 명중시키지 못해 기합받았는데.. 너는 잘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오늘만 지나면 내일과 모레는 또 노는날이다. 비가 온다니까 아마도 내무반에서 앉아 있어야 하겠지? 오히려 답답할꺼라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도 이번주가 지나면 힘든 기본훈련을 마치고 멋진 공군이 될 뿐 아니라 그리운 집에 휴가를 올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지 않니? 엄마가 많이 보고 싶지? 엄마도 네가 보고 싶다는구나.  


마지막 까지 훈련 잘 받고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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