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제과제빵 실기시험

수레의산 2021. 11. 6. 17:02

  그냥 취미로 배우던 제과제빵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 되겠다 싶어 필기 공부를 했고, 공부를 한 김에 필기시험도 봐서 그냥 합격하였다. 그리고 2년 이내 실기를 보면 되니까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꼭 시험을 보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그냥 접수를 했다. 10월 21일 접수했다.  장소 충북 국가자격시험장으로, 제과는 11월 2일, 제빵은 11월 3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촉박하다. 상반기에 배운 것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품목도 있다. 그냥 속성으로 순서를 외우고, 동영상을 보면서 이미지 훈련을 하고... 선생님의 배려로 수업이 있는 날에 몇 가지를 더 해보는데 그쳤다.  그런데 제과 시험에 쫌 안 나왔으면 했던 호두파이가 나왔다. 시험지를 보는 순간 머리가 그야말로 하얗게 되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다른 사람들 하는 것도 보고 머리를 굴려,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서 내기는 했다.

 

  다음날 제빵시험에 그나마 더치빵이나 모카빵을 예상했는데 이게 또 베이글이 나왔다. 빵이야 순서가 뻔하니까 그건 문제가 아닌데, 손재주가 엉망인지라...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고, 계량을 잘 마쳤다. 반죽을 하는데 이상하게 반죽이 따로 논다. 다른 사람들이 거의 다 반죽이 끝났는데도 내것은 발전단계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계량할 때 감독관이 최소 양으로 계량하라고 했는데, 그걸 그냥 넣었으니 물이 부족했던 것이다. 중간에 조금 보충하기는 했지만 뭐 몇 방울 정도니까... 가뜩이나 손재주가 없는데 반죽이 늦고, 그러다 보니 1차 발효도 늦게 되고, 또 가뜩이나 된 반죽에 덧가루를 냅다 뿌려서 둥글리기도 잘 안된다. 당황했지만 손에 물을 묻혀가며 겨우 끝냈다. 자꾸 남들보다 진도가 늦어지고, 마음만 조급해졌다.  벤치타임 15분 주고, 성형을 하는데 이거 베이글 접기가 쥐약이다. 어쨌거나 하기는 했는데 반죽이 잘 늘어나지 않는데 그냥 했더니 나중에 2차 발효 끝나고 보니 구멍이 아예 막힌 게 대부분, 에라 조졌다. 그렇게 데치기 하고 놓을 때 꼬집은 면도 생각하면서 팬닝 하여야 하는데 그것도 대충 놓고...

 

남들 다 구워 제출하는데 그것도 늦고.... 그래서 망쳤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멘붕이 왔다. 금년 마지막 시험에 도전해야 하나, 아님 내년에 해야 하나.

 

실기시험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당연히 낙방.

우선 제빵시험

아마도 베이글 구멍이 거의 막힌게 45점중 18점으로 낮은 원인 같다.

제과 시험은

형편없다. 모든 것이... 순서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 했으니까. 

 

이래서 제과제빵 첫 번 도전은 무참하게 깨졌다. 너무 성급했다. 원래 내년에 보려고 느긋하게 생각했다가 선생님이 한번 도전해 보라고 해서 도전했는데 역시 준비가 부족해서는 곤란하다 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한편으로는 취미로 시작해서 왜 시험은 본다고 생각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가 하고 후회도 된다. 어쨌거나 두 번째 시험을 봐야 하나 하며 고민하는 사이 청주 시험장은 이미 접수 마감! 한참을 지나서 다른 지역을 찾아보는데 안동 제과가 남아있다.  합격후기 보니 안동시험장이 좋다는 평가다. 그래서 제과만 접수!!  날짜는 11월 30일.

 

시험 보기 전 날. 최종적으로 가방을 챙기는데, 어라? 위생모자가 없다? 하 이게 어디 갔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다시 살 수도 없고 참 난망하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금왕에 사는 친구에게 ( 그 친구는 벌써 제과는 합격하고 제빵 시험을 청주에서 봤다고 한다) 전화해서 아침에 갈 테니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시험 보는 날 아침, 오히려 늦게 일어났네? 거참... 금왕까지 가서 모자 빌리고 가는데 또 하필 비가 내린다.  어째 기분이 좀 그러네? 시험장에는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시험장으로 입장.

 

이미 듣던 대로 각종 재료가 내 자리에 배치되어 있어 나는 정확한 양만 계량하면 된다. 칠판을 보니 '초코머핀'으로 문제가 쓰여있다.  재료 계량 시 초코칩을 제대로 했는데 검사 시에 4그램이나 오버되었다. 에이~~

 

뭐 하여간 초코머핀은 좀 쉬운 문제인데 나는 항상 속도가 느리다. 나는 가루 체치고, 버터 실온화 하는데 남들은 벌써 믹싱 작업. 내가 믹싱 작업을 하니 남들은 벌써 가루 혼합.. 참내. 이것도 나중에 약간의 재료분리 현상이 생겨 조바심.

믹싱볼에 핫팩을 대니까 감독관께서 대지 말라고 하네? 에이~~~

 

그렇게 느려 터져서 겨우 팬닝 하고 굽는데 이게 또 안 익네. 이쑤시개로 찔러보니 묻어 나온다. 그래서 윗불 10도 올리고, 아랫 불도 올리고... 그런데도 맨 마지막으로 제출했다. 물론 시험시간 10분 전에....

 

오늘 결과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합격하였다.  충주 평생학습관 제과제빵 선생님, 그리고 인터넷 이발소 베이커리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또 안동시험장 감독관 선생님들께도... 응시자들이 편하게 응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으니까.

 

이정도면 만족함.

 

제빵은 또 언제 보나? ㅎㅎ

 

  세월은 또 흘러갔다.  그래서 어느덧 2022년. 2월 3일 접수는 날씨가 추울 것 같아서 패스하고, 2월 10일 느낌이 좋은 안동시험장을 선택하여 접수했다.  신속하게 접속해서 접수 성공. 시험일자는 2월 24일이다. 세상은 20대 대통령 선거로 온통 어수선하다. 미국의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적인, 그러나 능력이 줄 충해 보이는 이재명이 될 것인가? 나는 이재명 지지했다.

 

  마침내 2월 24일이다. 일찌감치 출발하여 시험장 인근의 기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국가자격시험장에 도착. 좀 일러서 차에서 쉬다가 시간 되어 응시자 대기실로.... 옷 갈아입고 좀 있으니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총감독관께서 들어오셔서 한 명씩 불러 번호 뽑고 -나는 4번 뽑았다. -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기에 번호 뽑는데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앞번호가 뒷 번호보다는 좋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좋았다. 

 

  이제 시험장으로 입실하여 보니 과제는 '호밀빵'이다. 테이블에 재료가 대략적으로 계량되어 있고, 나는 도구들을 몇 개 내놓고 행주도 종류별로 준비한 후 곧바로 재료 계량. 계량은 성공적으로...^^ 시험이 시작되었고, 모든 시험은 반죽에서부터 시작되기에 미리 예습한 대로 믹싱볼 뜨거운 물로 예열하고, 가루 재료 넣고 믹싱, 그다음 클린업 단계에서 유지 투입, 생각대로 반죽도 잘 된다. 온도를 재 보니 25도가 넘는다. 그래서 중속으로 돌리다가 다시 재 보니 너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에 고속으로 잠깐 돌려서 반죽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실수를... ㅠㅠ 반죽을 그냥 손위에서 접어서 했어야 했는데 좀 더 깔끔하게 한다고 테이블에 올려놓고 둥글리기를 했다.  온도를 재어보니 어? 온도가 천천히 올라간다. 그래서 그냥 급하게 감독관에게 온도 검사.... 근데 온도가 23.9도 밖에 안된다. 이런 덴장.

 

  반죽 온도가 낮아서 1차 발효를 좀 오래 했다. 65분. 뭐 급한 사람들은 좀 더 빨리 꺼낸다. 1차 발효 후 중간 발효, 성형은 또 자신 있게 잘했고, 2차 발효 역시 잘했다.  꺼내서 잠깐 건조한 후 칼집... 그리고 굽기. 그런데 이렇게 해도 남들은 벌써 다들 제출했다. 여기저기 보니까 1차 시험 때 내 모습이 생각난다. 잘 모르고 그냥 만든 사람들도 많다. 

 

  좌우지간 잘 구워서, 모양 좋게 제출했다. 끝에서 서너 번째 ^^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이다. 나는 놀러 가서 강원도 영덕에서 대선 결과를 봤다. 결과는 윤석열 당선.. 에라 18! 그리고 3월 10일 결과를 보니 역시 예상대로 합격!!

 

근데 제과제빵 자격이 있으면 뭘 하나? 누가 나같이 나이 먹고 신삥이를 취직시켜주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