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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지난 10년 최고의 책-오마이뉴스

by 수레의산 2010. 7. 23.

 

 
  
오마이뉴스와 예스24가 공동으로 진행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에 선정된 10권의 책.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투표를 거쳐 뽑힌 책이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10년 최고의 책

 

"한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오마이뉴스>와 예스24가 공동으로 진행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선정자문위원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고명섭 <한겨레> 출판팀장은 '그런 어려운 작업을 왜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누가 보느냐,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 어떤 태도로 보느냐에 따라 선정의 잣대는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며 "최고의 책을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최고의 책을 선정한다는 것은 애초 무리였고, 한계가 있는 작업이었다. 전문가 패널로 위촉받은 사람 가운데 일부는 '책마저도 성적순이냐', '또다른 줄세우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의미있지만 어려운 일, 의도와는 달리 오해받기 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월에 걸쳐 '10년 최고의 책' 선정 작업을 진행한 까닭은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의 흐름을 되짚어보고 싶어서였다. 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한계는 겸허하게 인정하되, 의미를 포기하지는 말자는 취지였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빠르게 변해 온 한국 사회의 풍경을 가장 잘 압축하고 있는 책은 무엇일까.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 '지난 10년 최고의 책'을 선정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에게 추천 받은 276종의 책 중 35권을 뽑아 누리꾼 투표와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친 결과, 다음과 같은 10권의 책이 뽑혔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 부키, 2007)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 지음, 레디앙, 2007)

<강의>(신영복 지음, 돌베개, 2004)

<칼의 노래>(김훈 지음, 생각의나무, 2007)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지음, 푸른숲, 2005)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 창비, 2008)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노무현·오연호 지음, 오마이뉴스, 2009)

<대화>(리영희·임헌영 지음, 한길사, 2005)

<한강>(조정래 지음, 해냄, 2003)

<당신들의 대한민국>(박노자 지음, 한겨레출판사, 2001)

 

지난 2000년 1월 1일에서 2009년 12월 31일 사이에 나온 한국인 저자의 책을 대상으로 진행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선정 작업에는 각 분야별 전문가 100명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00명, 누리꾼 6583명과 10명의 자문위원들이 참여했다.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선정은 3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각 분야별 전문가 100명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00명이 추천한 276종의 책 가운데 많은 추천을 받은 35권을 후보로 선정했다. 2단계로는 이들 후보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6583명의 누리꾼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추천 점수는 각각 40점으로, 누리꾼들의 온라인 투표 점수는 20점으로 환산하여 세 집단의 합계가 100점이 되도록 집계했다. 집계된 결과는 마지막으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 전문가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누리꾼이 뽑은 집단 별 순위 및 종합 순위, 추천된 책들에 대한 추천사는 '10년 최고의 책' 선정 결과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한국 사회를 보는 프리즘

 

'지난 1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10권의 책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10년 최고의 책 자문위원들은 이번에 뽑힌 책들이 대체로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 사회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다음은 자문위원 여섯 명이 보내준 10년 최고의 책 선정 결과에 대한 총평과 별도로 추천한 세 권의 책 목록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한기호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나는 1981년부터 2010년까지 베스트셀러 30년을 정리한 적이 있다. 그때 정리해본 바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개인은 '성공'에서 나만의 '행복'으로, 일과 개인생활에서 철저하게 이기적인 성향을 띠는 '현명'으로, 살아남은 자의 마지막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자기치유(self-healing)로 점차 자신의 꿈을 좁혀왔다. 2009년에는 진정한 소통을 꿈꾸었지만 그마저 쉽지 않았다. 2000년대의 첫 10년은 이렇게 절대 고독의 개인이 발견되는 여정이었다. 그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전통적 가치들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수많은 기업들이 직원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탐욕스런 조직으로 변해가면서 개인은 고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고독해질수록 개인은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었다. 그런 욕구가 사회적인 어젠다를 제시하는 책을 찾게 만든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선정한 10권의 책은 대부분 그런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따라서 이 책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천착한 책들이라 할 수 있다."

 

한기호 소장이 추천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세 권은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 창비, 2008),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지음, 푸른숲, 2005), <헌법의 풍경>(김두식 지음, 교양인, 2004)이다.

 

고명섭 <한겨레> 출판팀장
ⓒ 한겨레

고명섭 <한겨레> 출판팀장 "선정된 책들은 우리 사회가 지난 10년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고민했는지 나름대로 요령 있게 보여준다. 전문가, 시민기자, 네티즌이 함께 만든 집단지성의 효과일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가 우리 시대의 극복해야 할 장벽임을, <88만원 세대>는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사회적 난제임을,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우리 내부의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시대의 화두임을,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노무현 시대의 명암'이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동시에 <엄마를 부탁해>, <칼의 노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같은 책들은 선정 기준이 대중성이나 사건성에 다소 치우친 것 아니냐 하는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경우도 이 책에 관련된 사건(국방부 불온도서)의 파장을 빼놓는다면, 같은 저자의 첫 번째 한국어 책 <사다리 걷어차기>에 마땅히 더 관심이 기울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더라도, 이번에 공들여 뽑은 '지난 10년 최고의 책'은 범람하는 이런저런 '선정도서'의 선정 기준과 비교하면 공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10년 최고의 책'이 보여주는 풍경은 <오마이뉴스>가 창립 후 통과해온 역사의 풍경과 겹칠 터인데, 그 풍경들을 통해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작업이 낳은 가외의 소득이 아닐까."

 

고명섭 팀장이 추천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세 권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최장집 지음, 후마니타스, 2002), <노마디즘1, 2>(이진경 지음, 휴머니스트, 2002), <대한민국사>(한홍구 지음, 한겨레출판, 2003)다.

 

이한우 <조선일보> 출판팀장
ⓒ 한국기자협회보

이한우 <조선일보> 출판팀장 "<오마이뉴스>와 <예스24>가 공동으로 선정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명단을 전체적으로 보자면 분명 새천년 10년 동안 한국 사회에 강한 지적 영향을 미친 책들임이 분명하다. 일부 좌편향 서적들이 있지만 그것은 젊은 세대와 독서세대의 취향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다시 한번 과연 이 책들이 지난 10년 동안 국내 저자나 작가들이 쓴 '최고의 책'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사회나 정치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시도가 처음이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이념의 편향성 문제는 또 다른 입장에서 비슷한 시도를 통해 보완될 문제이지 이번 <오마이뉴스>와 <예스24>의 선정이 그런 시비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책과 멀어지고 있다는 젊은 세대들이 좀 더 다양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독서 분야의 권위 있는 지표로 자리 잡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한우 팀장이 추천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세 권은 <현상학과 해석학>(이남인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 <대서양문명사>(김명섭 지음, 한길사, 2001),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이삼성 지음, 한길사, 2009)다,

 

김민웅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 권우성

김민웅 성공회대 NGO학과 교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일방적 신화를 벗겨내면서 우리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하게 만들었으며, <88만원 세대>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좌절을 정면으로 고발하여 이 시대가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일깨웠다.

 

<강의>는 고전이 외면되는 시대에, 현상적 추세를 쫓기 바빴던 우리 사회의 정신적 차원을 보다 깊은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게 했으며 <칼의 노래>는 역사의 한 특수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정교해야 하는지 짚어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관성적으로 이해된 세계의 이면에 대한 여정을 펼쳐 보임으로써 우리의 사유지도에도 돌파의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주었고, <엄마를 부탁해>는 희생적 존재로 사회화시켜 더욱 희생의 늪 속에 빠뜨려온 '엄마'의 인간적 갈망과 이에 관련된 우리 자신의 윤리적 범죄를 재조명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결말로 삶을 마무리한 한 시대의 지도자가 자신을 모두 던져 추구하고자했던 진정한 역사적 가치와 정치적 목표를 복원하여 노무현 이후의 미래를 재구성하는데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대화>는 온 몸으로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과 치열하게 마주해 싸워온 한 시대의 스승으로서의 지식인이 통과해온 자전적 지성사이자, 우리 사회의 전기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강>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가 걸어온 길의 역사적 진면목과 그 과정에서 변모를 겪은 인간군상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서이자 문학적 성찰이며,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이국의 진보적 지식인이 냉철하게 들여다 본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가치에 대한 반성적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김민웅 교수가 추천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세 권은 <고대문명교류사>(정수일 지음, 사계절, 2001), <여운형 평전>(강덕상·김광열 지음, 역사비평사, 2007),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이삼성 지음, 한길사, 2009)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권우성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를 관통한 화두는 '변화'와 '불안'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변화에의 열망과 그 속에서 점차 확산돼 온 불안에 대한 자각이 우리 사회의 내면 풍경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선정된 10권의 책에는 바로 이런 변화와 불안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88만원 세대>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변환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를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사회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청년실업 문제를 <88만원 세대>는 다루고 있다. 문제는 미래다. 지난 10년간 바람직한 변화를 모색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전환의 문턱 위에서 망설이며 서성거리고 있다. 현실에 든든히 뿌리박은 지식인은 물론 대중의 더욱 치열한 지적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

 

김호기 교수가 추천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세 권은 <강의>(신영복 지음, 돌베개, 2004),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백낙청 지음, 창비, 2006),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최장집 지음, 후마니타스, 2002)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 남소연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전문가, 시민기자 및 누리꾼들의 합동 노력으로 선정된 '지난 10년 최고의 책'은 의미 있는 콘텐츠와 적정한 대중성이 적절하게 융합된 책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들은 지난 10년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고, 또 우리를 눈물짓게 했으며 행복하게 해주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민주공화국이 <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변모하는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저녁 무렵 <한강>에 앉아 그 수천년의 유장한 흐름을 생각하며 각자 자신만의 <칼의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88만원 세대>의 일원으로 또는 이 세대의 선배, 부모로서 앞날은 불안하다. 그러나 역사와 <대화>하며 긴 호흡을 배우고, 선인의 <강의>에서 시공을 넘어 살아 있는 지혜와 통찰을 얻고,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성과와 한계를 직시한다면 우리는 버틸 수 있고, 또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 겹겹이 묶여 있지만 우리는 가끔 만이라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고 외치며 더 큰 세상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국적과 인종을 넘어 인간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이 땅의 소중함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속을 남김없이 뽑아 먹어 쭉정이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생각하며, <엄마를 부탁해>라고 속삭여 보자. 세상일의 해결을 가족애로 축소시키는 이데올로기가 싫다고 하더라도."

 

조국 교수가 추천한 지난 10년 최고의 책 세 권은 <복지국가혁명>(복지국가 SOCIETY 정책위원회 지음, 밈, 2007), <지식e>(EBS 지식채널 e 지음, 북하우스, 2007), <일어나라 인권 OTL>(한겨레21 편집부 지음, 한겨레출판, 200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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