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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쓴 편지(1.29 ~ 2.9)

by 수레의산 2007. 2. 9.
 

2007. 1. 29

태호에게 

이제 드디어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구나. 지난 금요일 아침에 그동안 써 두었던 편지를 부쳤는데 잘 받았는지 모르겠다. 교육사령부 게시판에 보니 진주에도 눈이 많이 내렸지만 기온은 별로 차갑지 않다는 소식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눈이 조금밖에 오지 않았단다.


엄마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더니 한참 생각해서 쓸테니 아빠가 먼저 쓰라고 해서 내가 또 쓴다. 이제 3주차에 접어 들었으니 제법 그곳 생활에도 적응을 했겠구나. 내일은 네 사진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으니 아마도 벌써 사진촬영을 했을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네 사진을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매일 애기만 같더니 이제 싸나이가 된 너를 만날 수 있다니 왜 않그렇겠니?


아빠는 토요일도 조령산을 다녀 왔단다. 조령산에 오르는 동안 함박눈이 펑펑 내렸지... 그 많은 눈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올랐단다. 네가 아직 어렸을때 1월1일 하얀눈이 내린 원통산을 오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나중에 제대하면 아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산에 꼭 오르고 싶다. 군대에서 강하게 단련되기 때문에 충분하겠지? 글자수 제한 때문에 이만 써야 겠다. 내일은 꼭 엄마에게 편지를 쓰도록 하마. 잘있어라. 너를 믿는 아빠가



2007. 1.30


아들이 군대에 간지 벌써 3주차가 되었구나. 집에 있을때와 군대가 많이 틀리지? 집에 있을때는 마음대로 잠도 자고 게임도 하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군대는 마음대로 할수없으니 좀 답답한 구석도 있을 거야.


아들아 힘들어도 열심히 잘받고 나오너라. 물론 훈련이 끝나면 또 무슨 교육인가 한다고하드라만, 그래도 처음하는 훈련이 제일 힘들꺼다. 우리아들 착한아들은 뭐든지 잘 할수 있을꺼야. 훈련이 끝나면 휴가도 나온다고 하니까 그때는 좀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기대해 볼게.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철든다고 남들이 그러더라.. 엄마는 군대를 안가봐서 잘 모르지. 그래서 너 들어갈때 신발 깔창 안사준 네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했는데 나중에 거기에 있는 군인이 그러는데 그날 저녁에 신발깔창같은 것은 모두 걷어서 버린다고 하더라.


거기 너와함께 들어간 사람들이 천오백명 이라고 하니 너 혼자만 거기에 있는 게 아니야. 적어도 천오백명의 친구들, 네 아빠 말로는 전우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니 오히려 덜 외로울꺼다. 너도잘 할수 있을꺼라고 믿는다. 다음에는 수진이 더러 쓰라고 시킬께. 잘자라.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추신 : 성불사 법회에는 않갔니? 이번 일요일에는 꼭 가봐라. 가면 먹을것도 주더라.



2007. 1. 31

용감해질 태호에게


오늘은 수진이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더니 만화 보느라 정신이 없어 못쓴단다. 그래서 아빠가 또 쓴다.


어제 인터넷으로 올라온 너의 사진 보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보이니? 어깨좀 펴고, 당당하게 사진좀 찍지 그랬어...그래도 군복을 입고 있는 아들을 보니 일견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사진은 내 블로그 사진함에 보관해 두었단다.


요즘 텔레비젼에서 하는 훈련소24시를 자주 보고 있단다. 거기 모든 훈련병들이 다 태호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제 2월이 되면 가스체험도 할텐데 너희 엄마는 그걸 제일 걱정하더라. 근데 남들 다하는일 그까짓거 못하랴? 모든 훈련을 마쳤을때 정말 위대한 군인이 될테지. 함께 훈련받는 동기들과는 잘지내고 있지? 그들은 네가 사는동안 훈련소 동기이고 또 나중에 자대에 가더라도 함께 가는 친구도 있을 테니까 군대 동기가 되는거란다.


오늘부터 날씨가 매우 추워졌는데 그곳도 꽤나 춥겠지? 감기 조심하고 훈련 즐겁게 받거라. 오늘은 이만 쓸께.. 널 사랑하는 아빠가.



2007. 2. 1.

아들아 보아라.


얘야, 오늘은 바빠서 아침에 못쓰고 이제야 쓴다. 오늘은 배달이 되지 않아 서운했겠지? 오늘 날씨가 제일 춥다는데 훈련받느라 고생이 많겠지. 아침 점호때 많이 추웠을것 같구나. 요즘도 아침점호때 군인의 길, 고향을향해 묵념 이런거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아빠도 많이 추웠단다. 출근해서 교육시키고, 그리고 또 인근에 있는 제천시청까지 다녀오고, 또 업무처리하느라 눈코뜰새 없었다.


훈련병들 사진에 보니 야전상의도 입고 가죽장갑도 주고, 귀마개도 주는것 같더라. 그래도 훈련때에는 그런것 제대로 못하겠지... 아마도 훈련을 받다 보면 오히려 더워서 땀이 날것이다. 네가 쓰던 휴대폰은 번호이동해서 휴대폰 다시 사서 수진이에게 주었다. 너는 제대하면 엄마가 쓰던 휴대폰으로 쓰던지, 아니면 다시 개통하던지 해야겠지. 하긴 2년이 지난후면 지금쓰는 휴대폰은 고물중에 상고물이 되겠지만...


태호야! 추울수록 어깨를 펴고 당당하고 당차게 행동해야 한다. 움츠리고 그러면 오히려 더춥고 더 오그라들고 그러거든.. 그리고 이번 일요일에는 성불사에 꼭 나가봐라. 그래서 네 사진이라도 좀 보게... 그리고 이녀석아 편지좀 써라. 훈련병은 못쓰나? 내일 또쓸게.. 잘자라.



2007.02.02

생일 축하한다.


2월3일이 네 생일이지? 집에 있으면 엄마가 미역국 끓여주고, 아빠가 케잌이라도 사줄텐데.. 공교사에서 생일잔치는 해줄거 같은데? 어디에 보니까 집에 전화도 하게 해 준다고 하더라. 꼭 집으로 전화해라.


오늘은 어제보다 더춥다고 하네? 아빠 사무실도 아침에는 좀 춥단다. 난로를 3개나 피웠어도 손이 시렵구나. 오늘까지만 춥고 내일부터는 날씨가 다시 풀린다고 하니 좀 마음이 놓이긴 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겨울이라면 날씨가 좀 춥고 그래야 되는데. 그래야 벌레들도 얼어죽고 나쁜 병균들도 죽어야 내년에 농사가 잘 될텐데... 하긴, 날씨가 추우면 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더 고생이지. 너도 너보다 더 약한 동기가 있다면 항상 보듬어 주고 도와주고 그러렴. 그렇게 살다 보면 그게 다 남는거란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3주차 훈련은 모두 끝나는것 같은데, 아니가? 토요일도 훈련을 하는지 모르겠다. 군대는 주5일제 아니가 모르겠다. 어제는 제천다녀 오가가 공군 비행단을 보았는데 옛날에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지만 이제는 달리 보인다. 역시 사람은 자신과 관련이 되어야 눈여겨 보는가 보다. 주말 잘 보내고 다시한번 생일 축하한다.


널 사랑하는 아빠.



2007. 2. 5.

주말 잘 보냈니? 어제 일요일은 봄날씨같더구나. 거기도 따뜻했겠지?


그런데 일요일 법회에 안갔었니? 너에게 메시지도 넣었고 일부러 성불사 회장님께 너의 사진도 부탁했는데...어제 밤에 까페에 들어가 보니 사진이 없더라. 얼마나 서운한지... 그래서 다시 부탁했더니 다음주에는 꼭 독사진 찍어 주신다고 하더라. 네가 혹시 숫기가 없어서 이름을 부르는데 앞에 나서지 않아서 그런건지? 카메라 들고 다닐때 손을 흔드고 그래야 찍어 줄텐데..


태호야! 네 편지를 보니 역시 너는 잘 견디고 있더구나. 뭐든 남들하는 일은 다 해낼수 있을거다. 네 엄마는 네가 다음주나 하게될 화생방훈련(가스체험)을 가장 걱정하고 있단다. 그날은 미리 휴지를 주머니에 많이 넣어가지고 가거라. 콧물 많이 나올거다. 그 비염인지 알러지인지 걱정이 좀 되긴 나도 된다.


이젠 날씨도 많이 훈훈하고 그러니까 훈련받기도 좀 편해지겠지? 거기에다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도 되니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일요일에 성불사 꼭 가서 사진꼭 찍어라. 네 엄마가 많이 보고싶어 하신다. 오늘은 이만쓰고 내일 또 쓰마..


널 사랑하는 아빠가



2007. 2. 6

우리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욱 날씨가 따뜻하구나. 일기예보에서도 어제보다 훨씬 기온이 높다고 하는구나. 이제 당분간은 추운 날씨는 별로 없을것 같고 앞으로 춥더라도 꽃샘추위정도 밖에 없을것 같구나.


집에도 다 별고 없이 잘 있단다. 다만 아빠가 엇그제 토요일 잘못해서 엉덩이뼈가 상당히 아프다. 파스를 붙였어도 좀 아프구나. 수진이는 점점 학교갈 날이 가까워 온다고 투덜대고 있단다.


태권도품증은 오늘쯤 부칠예정이고 우표도 많이 넣어 부칠예정이다. 그리고 워드자격증은 집에 아무리 찾아도 없어 재발급 신청을 했더니 2월20일경에나 나온다고 하는구나. 그때 부쳐도 괜찮을까 모르겠다.


건호는 이번 설날에도 외박을 나온다고 한다. 세월이 금방금방 가서 그녀석도 제대할 날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너도 군대 복무기간이 줄어들어 23일정도 줄어들것으로 보도 되었더라.


태호야!

군대는 체력도 키우고, 동지들간에 협동도 배우고 사회성도 배우며,군대를 제대하면 저자신을 책임질수 있는 그런것을 배우는거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잘 지내고, 매일하는 말이지만 어깨펴고, 당차게, 굳쎄게 생활하거라. 오늘은 이만 쓴다. 화이팅!!


2007. 2. 7

태호야 잘잤니?

아빠도,엄마도,수진이도 모두 잘 잤다. 오늘 아빠는 그동안 미루어 왔던 이를 뺐다. 그래서 지금 솜을 입에 한가득 물고 있단다. 두시간이나 있다가 빼야 한다는데 정말 답답하다. 우리 태호는 답답한거 잘 참겠지?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까 경남지방에 기온이 16도 까지 올라간다고 하더라. 정말 거의 봄날씨같지 않니? 아무리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겠지? 6시에 일어나 일조점호와 도수체조, 그리고 구보를 할때면 조금 춥겠지?


이번주 부터는 본격적인 군사훈련을 받는것 같더라. 정말 군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춘다고나 할까? 뭐.. 대부분 그냥 할만 하다니 그말이 반갑다.


엄마와 수진이에게 아무리 편지를 쓰라고 해도 아빠가 대표로 계속 쓰란다. 이거뭐..네 동기들이 "너는 엄마도,동생도,애인도 없고 아빠만 있냐" 고 묻겠지? 뭐 그래도 할수 없다. 애인을 못만든건 네책임이고 엄마와 네동생은 안쓴다고 하니 어쩌냐? 그래도 아빠가 계속 쓰니까 심심하지는 않을꺼다. 이제 곧 편지가 도착하면 우표도 많이 넣었으니까 편지 자주쓰고.. 오늘도 잘 지내라.


아빠가.. 


2007. 2. 8.

태호야! 잘잤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오는구나. 진주도 아마 비가 오겠지?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봄이 훨씬 가까이 올꺼야.


아빠는 어제 그동안 미뤄왔던 부러진 이를 뽑았단다.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거의 죽음에 이르렀지. 그래서 출근도 못하고 집에서 하루를 보냈단다. 우리 태호도 덧니를 어떻게 처리를 해 줘야 하는데...


비가 오는날도 훈련을 하겠지? 오늘은 무슨 훈련을 할까? 제식훈련? 총검술? 아니면 화생방훈련을 할껀가? 나날이 군인의 모습을 갖춰가는 태호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젠 어깨도 제법 넓어지고 팔뚝도 좀 굵어 졌을까?


이번주 일요일.. 그러니까 11일 상윤이형이 결혼을 한다는 구나.. 상윤이가 군대갈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결혼이란다. 상윤이가 군대갔을때는 "군대 갔구나" 어? 벌써 제대했네?" 그랬는데 내 아들이 군대에 가니까 시간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구나. 누구나 자신의 일이 아닐때는 시간이 빠른데 자신의 일일때는 그렇겠지?


이번 일요일 법회에 나가면 아마도 독사진 찍자고 할꺼다. 아빠가 강력하게 요구했거든... 그러니까 꼭 나가서 독사진도 찍고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다오. 정말 보고싶단다.

아빠가.. 


2007. 2. 9.

태호야. 잘잤니?


오늘은 아침에는 날씨가 궂더니 이제야 날씨가 개이는 구나.

아빠는 어제 어쩐일인지 한숨도 못잤다. 어째 그런지 전혀 잠이 오질 않는구나. 예전에는 이런일이 없었는데.. 낮에 달리 커피도 두잔밖에 안마셨는데 왠일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치과에서 소독하고 진통제를 두종류 먹은것 밖에 없는데 그겄때문에 그런것 같다.


태호처럼 낮에 힘들게 훈련을 받으면 밤에는 잠이 잘 올텐데... 어제는 아빠도 바쁘게 다녔는데도... 밤에 계속 뒤척거리니까 덕분에 엄마도 잠을 설쳤을꺼다. 수진이는 어제도 예외없이 밤에 잠을 안자고... 아마도 오늘 낮에 자겠지?


이제 오늘은 잠이 잘 오겠지? 오늘만 지나면 내일은 주말이라 쉬겠구나... 토요일도 쉬는지 모르겠지만...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에 법회 다녀오고, 그리고 나면 5주차가 되겠구나. 휴가까지 27일 남았다.


태호야.. 일요일 너의 모습을 기대할께.. 월요일 또 쓸께..


아빠가.